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Headshot

난 소중하니까 | 건강 브래지어와 대안 생리대를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글 고금숙 _ 만화 홀링

몸을 조이는 브래지어와 땀이 차는 생리대는 안 그래도 더운 여름날 더위를 보태는 천덕꾸러기. 좀 더 편하고 시원한 대안은 없는지 궁리해 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성의 몸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 일부러 모양을 만들 필요도, 더럽다며 감출 이유도 없다. 여성이 자기 몸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게 정답!


헐렁해야 시원하다

지금 나는 한국을 떠나 여행 중인데, 자유롭게 옷 입는 여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조신하게 억눌려 왔는지 감이 왔다. 나 역시 옷이 얇은 여름철에는 할 수 없이 브래지어를 착용했지만(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원피스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바람이 통하는 헐렁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나라도 벗어 던져야 마땅한 습하고 더운 계절에 브래지어를 걸치면 가슴팍에 땀띠가 날 지경이지만, 보는 눈이 무서워 감히 '노브라'로 활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키니를 입은 할머니, 윗도리를 던져 버리고 수영하는 언니들이 바글바글한 바닷가에서 노브라가 대수랴. 특히 와이어로 가슴을 꽉 쬐는 브래지어는 겨드랑이를 촘촘히 지나는 림프절을 압박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렇다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집에서만이라도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고 생활하자. 둘째, 시원한 소재에 와이어가 없는 얇은 브래지어 착용을 권한다. 여성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감좋은 공방'에서는 면 소재의 넉넉한 건강 브래지어를 만들어 판매한다. 요즘 유행하는 홑겹브라 '브라렛'도 좋다.

1


자연스러움을 두려워 말고 달거리하자

여름철만 되면 생리대 부근에 땀이 차서 피부가 빨갛게 쓸리거나 짓무르기도 한다. 이럴 때는 대안 생리대로 바꿔 보자. 면 생리대를 써 본 사람들은 냄새가 안 나고 면이 닿는 감촉이 산뜻해 피부에 좋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또 예상과 달리 방수천이 들어 있는 면 생리대는 잘 새지 않고, 진한 색의 생리대는 얼룩이 안 보여 하루 정도 담가 핏물을 뺀 뒤 발로 대강 밟아 빨거나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

나도 처음에 패드 모양의 면 생리대를 만들어 썼는데, 삽입식 생리대(탐폰)를 써 왔던 터라 생리혈이 질 밖으로 흐르는 축축한 느낌이 싫었다. 칼럼니스트 은하선은 이를 "생굴을 낳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실감나게 표현한 바 있다. 이때 3만 원쯤 하는 깔때기 모양의 '생리컵'을 발견했다. 고무나 실리콘 재질의 말랑말랑한 깔때기를 접어 질에 넣어 두면 컵 안으로 생리혈이 모이는데, 4~5시간 후 꺼내 피를 버린 다음 물로 헹궈 내고 다시 사용하면 된다. 케첩이 묻은 고무장갑을 물에 씻는 것보다 간단하다.

질 속에 집어넣는 삽입식 생리대에 대한 거부감을 털어 내고 사용법에 따라 천천히 넣고 빼면 되는데, 익숙해지기까지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면 생리대는 부피가 커서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손가락 세 개 크기의 생리컵은 가볍고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월경용품의 '미니멀 라이프'를 구현한 물건이랄까. 초기 비용을 쓴 다음부터는 달마다 생리대를 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이용했다는 소녀에 관한 기사에 대해 면 생리대를 쓰라는 반응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생리대 만드는 법까지 가르치는 남성에 대항해 한 여성이 직접 면 생리대를 만들어 써 본 뒤 '피바다'가 되었다고 적나라한 후기 사진을 올렸다. 언젠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지구를 살리고 생리통에도 좋다며 모두들 찬양하는 면 생리대를 써 봤더니 너무 귀찮을 뿐더러 가랑이와 손가락이 피범벅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맞다. 대안 생리대는 번거롭다.

그럼에도 대안 생리대를 권하는 이유는 여성 스스로 자기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이 대안 생리대를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리혈을 더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대안 생리대든지 자기 몸에서 나온 피를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식겁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자기 몸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하고 생활방식을 변화시키게 된다. 대안 생리대는 여성 건강에, 지구 환경에, 통장 잔고에 좋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몸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실 '생리'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물학적 작용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만의 특별하고 독립된 경험을 두루뭉술하게 생리나 '그날'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달의 흐름을 나타내는 '월경'이나 순우리말인 '달거리'로 부르면 좋겠다. 더불어 내 몸을 사랑하고 자기 돌봄을 실현하는 한 방안으로 대안 생리대를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지기를!


고금숙 님은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철딱서니 없는 비혼입니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에서 일하며,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펴냈습니다.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