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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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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ICE MARKET
Shutterstock / Robert Knesch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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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엽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음료를 선택하기 전 라벨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과채음료는 유통 형태에 따라 상온과일음료, 냉장과일음료, 냉장채소음료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유형별 대표 제품의 라벨을 읽으며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라벨 읽기 1 상온과일음료

상온과일음료 중 '오렌지 100'(오렌지과즙 100%)을 크게 내세우는, 이 유형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의 라벨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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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장 중요한 원재료를 확인했다. 오렌지과즙 외에도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오렌지과즙 100%라면 오렌지 맛이 확 날 텐데 액상과당, 구연산, 오렌지착향료는 왜 넣었을까? 이걸 넣어야 오렌지 맛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건 오렌지가 아니라 액상과당, 구연산, 오렌지착향료의 맛이다. 그리고 오렌지 자체에 비타민C가 많은데도 친절하게 추가로 넣어 주었다. 이건 왜일까? 영양 강화는 소비자 생각일 뿐, 업체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산화 방지 목적으로 비타민C를 넣은 것이다. 또한 오렌지과즙이 미국산이다. 이동 거리가 아주 먼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에 예민한 소비자라면 꼭 확인할 사항이다.

영양성분을 나타낸 표도 보았다. 당이 15g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설탕을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하루 50g(성인 기준)이던 권장 섭취량을 25g(6티스푼)으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이 음료는 한 컵(1회 제공량)에 당이 15g이나 들었다는 것이니, 기존 권장량을 기준으로 해도 하루 섭취량의 30%를 이 음료 한 컵만으로 먹는 셈이다. 원래 착즙된 원료에도 당의 비중이 높을뿐더러 액상과당까지 첨가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유효기간도 보았다. 제조일로부터 9개월이다. 집에서 간 주스라면 9시간도 버티기 힘들다. 과즙 자체가 열처리됐고 당 첨가와 화학적 힘으로 그 오랜 시간을 상온에서 버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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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제품의 라벨도 살펴보았다. 이 제품은 원재료로 각종 혼합제제가 들어 있는데, 유화제와 합성착색료가 포함돼 있다. 과일로 음료를 만드는데, 물과 기름을 섞어 주는 유화제가 왜 필요할까? 합성착색료를 쓰려면 유화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합성착색료는 특정 색깔을 띠게 하려고 넣는 합성물질로, 어린이 ADHD 유발 물질로 의심받고 있다.(〈어린이 기호식품의 식품첨가물(합성착색료) 안전 실태〉[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 2009] 참조) β-카로틴은 채소에 흔한 물질인데, 채소를 통해 흡수되면 폐암 발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좋은 물질이다. 그런데 이걸 별도의 알약 등 보충제로 섭취하면 반대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미국에선 보충제로 섭취하는 걸 지양하고 있다.('폐암 줄이는 물질 '베타카로틴의 이중성'', 〈한겨레〉 2012년 7월 1일자 참조)

라벨 읽기 2 냉장과일음료

겉에 'COLD'라고 크게 씌어 있어 시원한 음료로 인기 높은 냉장과일음료의 라벨을 보았다. 생각보다 간단하게도, 원재료가 '오렌지농축과즙, 정제수, 천연착향료(오렌지향)'만 있다. 농축과즙은 즙을 짠 뒤 저장, 수송 등을 위해 증발이나 가열로 수분을 날려 농도를 높인 가공물을 말한다. 그러니 이 음료는 농축시킨 과즙에 물을 타고 향료로 맛을 낸 것일 뿐이다.

아침에 마시기를 강조하는 또 다른 제품을 보니 라벨 위에 "플로리다 A등급 오렌지과즙을 100% 사용 / 콜드필링으로 살린 오렌지의 상큼함과 영양 / 천연 과일의 산뜻한 맛 그대로 건강함을 생각한 짧은 유통기한"이라 적혀 있다. 콜드필링은 고온 살균한 원료를 병에 담을 때 10℃ 이하의 온도로 담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드시 냉장유통해야 변질되지 않는다. 이 제품은 원재료가 농축과즙과 정제수로, 그나마 착향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 점수를 줄 만하겠다.


라벨 읽기 3 냉장채소음료

채소음료로 인기가 높은 토마토 음료의 라벨을 보았다. 이 제품은 상온에서 유통 가능하나 개봉 뒤에는 10℃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원재료를 보니 중국산 토마토즙 68%로 만든 토마토페이스트가 주원료다. 여기에 정제수, 백설탕, 구연산, 합성착향료, 정제소금 등이 들어갔는데, 달면서도 짭짤한 토마토 맛은 첨가물로 내는 것이다. 여기에 합성감미료까지 들어갔다.

하루치 야채를 음료로 마시라는 제품도 살펴보았다. 이 제품엔 "야채 1일 섭취 권장량 기준 350g"이라고 크게 씌어 있는데, 이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기준일 뿐 이 음료에 350g 분량의 채소가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자세히 안 보면 착각하기 쉽다.

원재료로 가장 많이 들어간 당근즙(70%)과 토마토즙(28%)은 각각 이탈리아산, 미국산이다. 채소 20여 가지가 섞인 채소혼합즙은 고작 1%인데, 이것만 국산이다. 1% 국산이라고 밝힌 라벨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이 밖에 구연산, 천연착향료 등이 들어갔는데, 다양한 재료가 뒤섞여 생긴 무질서한 맛을 첨가물로 잡아 주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영양성분표에 표시된 나트륨 160mg이다.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8%로, 대개 0~2%만 포함된 다른 음료에 비해 수치가 유난히 높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과채음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과채음료를 고를 때 한 번이라도 원재료와 함량, 영양성분이 표시된 라벨을 살펴보길 권한다. 또 큼지막하게 적힌 상품명과 홍보문구도 예민하게 볼 필요가 있다. '오렌지 100'은 순수하게 오렌지만 들었다는 뜻이 아니며, '야채 350g'도 그만큼의 채소가 다 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당과 나트륨의 수치가 만만찮다. 특히 당은 하루 권장 섭취량에 따른 비율이 표시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당을 문제 삼으면서도 그 표시를 미루고 있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과채음료는 원료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유통상의 안전과 소비자의 미각을 위해 대부분 GM작물로 만든다는 액상과당이 첨가되고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구연산, 합성비타민 등이 더해진다. 이런 첨가물들이 법정 기준으론 안전하다고 하여 쓰이고 있지만 사람에게 건강하라고 첨가하는 건 결코 아니란 점을 기억해야겠다.

대개 깨알 같은 글자로 꽉 차 있어 보기 어려운 라벨. 그래도 찬찬히 보다 보면 과채음료의 허실이 보이고, 건강에 좋은 과채음료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라벨에 관심을 두는 것, 이것이 그나마 과채음료의 위험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길일지 모른다.

이동엽 님은 한살림연합식생활센터 팀장으로 일하며, 한신대학교에서 평생교육전공 외래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