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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싶어서, 늙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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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나도는 신조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핫한 식당의 흥미로운 메뉴가 피로하게 느껴진다. 새로 생긴 쇼핑몰들은 하나같이 미로 같아 분통이 터진다. 유행하는 옷을 입으면 어색하다. 한참을 길게 떠들었는데 이십대들의 표정이 '꼰대입니까?' 굳어 있다. 학습과 적응도 젊음의 능력, 나는 점점 파워를 잃어 간다. 콜록콜록, 침울하게 앉아 노화의 증상들을 기록하자니 청춘 모텔에서 쫓겨나 인적 없는 도로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무룩하게 기다리면 '가차 없이 중년행' 버스가 나를 곧 데리러 올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자기 부정에 빠진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 짙은 화장을 한 뒤 셀카를 찍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무서워. 심지어 셀카도 늙었어.'

문화적 고립이 두려울 뿐 신체가 늙는 것은 아무렇지 않다며 폼 잡던 인간이여, 영원히 굿바이. 나는 몸이 늙는 것도 견딜 수 없다. 럭키 서른 세븐이라 부르며 내 나이를 축복하던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고난 노안은 세월이 흐르면 동안이 됩니다.' 평생 늙어 보였던 내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던 전설은, 완전 거짓말이었다. 이목구비까지 없앨 작정을 한 셀카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었음에도 나의 노화는 감출 수 없었다. '느껴져. 지금도 늙고 있어. 무덤으로 5센티 전진했어.' 비탄에 빠진 나는 젊음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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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많은 화장품을 바른 뒤 하루 만에 기적을 기대했다가 절망하고, 화제의 신간을 읽으며 지적 열망의 탄환을 장전하려다 깜박 잠이 들었다. '모델이 입었을 땐 그럴싸했어....' 새로 산 원피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젊은이들의 물질적 취향을 흉내 내다보면 처진 감각이 조금은 힘을 내지 않을까.... 얄팍한 속셈은 결국 실패의 도미노가 되어 쓰러졌다. 젊음에게 구애하다 실연당한 지갑만 공허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단 한 번도 최첨단인 적이 없다. 시대를 상징하는 젊은이로 살고 싶어 했던 기억도 없다. 그런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고 만 것일까.

"젊음은 복구 가능합니다, 돈 좀 내면." 청춘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들이 널려 있는데 그걸 놓치고 있는 것은 모두 내 탓. 가여운 통장을 괴롭히며 부지런을 떨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팽팽한 몸뚱이로 최신 트렌드에 충성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압박은 내가 불안해하면 할수록 나를 조여온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말 잘 듣는 소비자가 된 것은 못생긴 셀카보다 심각한 일이다. 내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피부의 탄력이 아닌 젊은 시절의 태도다. 자본이여! 나는 저항할 것이다. 이제 유행이 비껴간 곳으로 마음을 옮길 것이다. '늙어도 멋져!' 나를 긍정하며 주체적으로 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급한 일 몇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일단 팔자주름을 없애야 하고, 하는 김에 '물광주사'도 맞고... 그리고 또... 청춘 쇼핑 타운, 손에 쥐지 못할 향긋한 지폐가 흩날린다. 나는 가능성의 지옥에서 불타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