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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난슬 Headshot

본격 추리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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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을 달고 사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 절대 빈손으로 귀향하지 않겠다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엄마, 나는 핫도그." 핫도그라면 자신이 태어난 날부터 줄곧 먹어 왔던 것 아니냐, 당연한 듯이 주문하는 딸의 기세에 휘말려 내 것까지 계산했다. 나무젓가락에 관통당한 소시지와 밀가루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는 것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나 하나, 너 하나, 즐겁게 먹으려고 케첩을 뿌리는데 갑자기 딸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핫도그 사달라고 했잖아." "이게... 핫도그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혹시 오리지널 핫도그를 말하는 거야? 미국 핫도그? 이건 한국 핫도그야." 핫도그를 눈앞에 두고도, 핫도그를 달라고 우는 딸에게, 핫도그의 다양성을 이해 시키려는 시도는 하나마나 한 것에 불과했다. 아이는 계속 핫도그를 외치며 절망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아이가 무척 안쓰럽다는 듯이 나를 힐긋거렸다. 핫도그를 두 개나 들고도 딸에게 주지 않는 비정한 엄마라니....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봐, 왜 속상한지, 원하는 게 뭔지 말로 해 봐." 딸의 좌절된 욕망과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할 때면, 나는 미제 사건이 될 수사 파일을 손에 쥐고 있는 형사 같다. 감정의 폭발을 일으킨 원인을 찾기 위해 아이를 취조하며 나쁜 경찰, 좋은 경찰 역할을 번갈아 연기한다.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가설도 세운다. '핫도그 폭발: 설탕 과다 복용으로 인한 충동적 떼쓰기인가? 억지로 운동화를 신긴 것에 앙심을 품고 교묘히 계획한 보복인가?' 딸이 묘사하는 범인(당신의 분노는 어떻게 생겼습니까?)의 몽타주는 추상화에 가까워 수사에 도움이 되는 법이 없다. 마음에 수북이 쌓인 미제 사건 서류를 훑으며 나는 저울질을 했다.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단어와 기술이 부족한 딸의 문제일까, 만년 신참 형사인 나의 문제일까. 저울은 항상 내 쪽으로 축 늘어진다. "엄마 때문에 속상해서...." "그러니까, 엄마의 어떤 행동 때문에 속이 상했어?" "몰라, 그냥 속이 상했어. 엉엉." '그냥 범인은 처음부터 나라는 거지, 폭탄 버튼을 누른 사람.'

식상한 반전에 엄마로서의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실패한 형사가 자괴감과 술병이 뒹구는 모텔에 처박혀 텔레비전 화면만을 응시하듯이, 나도 딸의 얼굴만 가만히 쳐다봤다. 딸의 분한 얼굴이 눈물에 젖어 반짝거리고 마지막 진술이 작은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나느으은... 케첩 뿌린 빵은 싫어."

"6월 2일, 오후 4시 10분경, 상가 분식집에서 발생한 폭발의 원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폭발의 진원지는 만 3살 아동. 모친과 아동 사이의 핫도그에 대한 견해 차이 및 케첩의 사용이 분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폭발 주동자인 아동은 자신이 느끼는 좌절감을 모친에게 전달하기 위해 비명을 질렀으며, 가엾게 흐느낌으로써 행인들에게 사건의 비극성을 널리 알리려고 했습니다. 원인 제공자인 모친(정새난슬, 만 36살)은 핫도그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수사를 종결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핫도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아동과 충분한 논의를 한 뒤 케첩을 뿌리는 등, 차후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