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새난슬
정새난슬에서 업데이트 받기
싱어송라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가수 정태춘 박은옥의 딸로 태어나 런던 첼시 칼리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서른살 때부터 노래를 만들었고, 망설이다 이혼 이후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 2016년 정규 1집 <다 큰 여자>를 발매했다. 아버지, 어머니, 딸, 고양이와 새로운 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정새난슬 블로그 목록

젊고 싶어서, 늙기 싫어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8월 05일 | 00시 59분

인터넷에 나도는 신조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핫한 식당의 흥미로운 메뉴가 피로하게 느껴진다. 새로 생긴 쇼핑몰들은 하나같이 미로 같아 분통이 터진다. 유행하는 옷을 입으면 어색하다. 한참을 길게 떠들었는데 이십대들의 표정이 '꼰대입니까?' 굳어 있다. 학습과 적응도 젊음의 능력, 나는 점점 파워를 잃어 간다. 콜록콜록, 침울하게 앉아 노화의 증상들을 기록하자니 청춘 모텔에서 쫓겨나...

게시물 읽기

애증하는 뽀통령님께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15일 | 01시 26분

며칠 전 딸과 함께 뽀로로파크에 다녀왔어요. 당신의 분신, '잠실점 뽀통령'을 만난 딸은 환희에 가득 찼죠. 제 딸과 어린 관객들이 기쁨의 괴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들었지만 당신과 친구들은 침착하게 공연을 이어갔어요. 역시 스타답더군요.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당신 모습이 인쇄된 도시락, 칫솔, 가방, 팬티, 장난감.... 좋든 싫든 당신 모습을...

게시물 읽기

아빠 없는 하늘 아래?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7월 01일 | 03시 26분

"전남편이랑 딸은 얼마나 자주 만나? 이제 네 살인데 예전보다 아빠를 더 찾지 않아?" "딸이 돌도 되기 전부터 별거했으니까 특별히 아빠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진 않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데 약간 친척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너무했다. 애들이 부성애를 충분히 느껴야 바르게 성장한다잖아." "가족의 형태는 다양한 건데 꼭 아빠가...

게시물 읽기

본격 추리 육아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6월 17일 | 00시 36분

1

중이염을 달고 사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 절대 빈손으로 귀향하지 않겠다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엄마, 나는 핫도그." 핫도그라면 자신이 태어난 날부터 줄곧 먹어 왔던 것 아니냐, 당연한 듯이 주문하는 딸의 기세에 휘말려 내 것까지 계산했다. 나무젓가락에 관통당한 소시지와 밀가루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는...

게시물 읽기

소피아 공주 혹은 소피아 1세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6월 02일 | 23시 25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가상의 왕국 인첸시아, 엄마와 왕의 재혼으로 갑자기 공주가 된 소녀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소피아. 미취학 아동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주제와 인물들을 뒤범벅한 판타지 만화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공주의 이야기다. 내가 보기엔 소피아는 어린이라기보다 성인군자나 슈퍼 히어로에 가깝다. 그야말로 환상 속...

게시물 읽기

청와대의, 고양이로소이다

(1) 댓글 | 게시됨 2017년 05월 19일 | 23시 35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굶주린 발자국을 쫓다 보면 어느새 후미지고 어두운 곳에 도착하게 된다. 학대받고, 잊히는 것이 마땅한 존재는 세상에 없는데도, 살다보면 자꾸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 슬퍼진다.

9년 전, 멸치육수를 내던 날. 나는 집 앞에서 목격한 고양이들의 올망졸망한 얼굴을 떠올렸다. 축축한 멸치를 들고 나가니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게시물 읽기

웃어서 그런가, 봄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4월 29일 | 04시 46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고개를 젖히며 상쾌히 웃는 딸. 아이의 웃음을 신호로 움직이는 '우울하면 반칙 기동대'가 잽싸게 다리미를 들고 내 마음에 뛰어든다. 자글자글한 기분의 주름을 완벽하게 다려준다. 막가파 유아 역할을 접어두고 '모든 것이 멋져' 모드로 전환한 딸의 웃음을 듣고 있자면, 흐린 날의 기억들이 전부 왜곡된 것이 아니었나 착각이 든다. 딸의...

게시물 읽기

사주팔자가 어쨌다고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4월 15일 | 06시 12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태어난 해의 두 글자, 월의 두 글자, 일의 두 글자, 시의 두 글자, 이렇게 네 개의 기둥이 서는데 합하면 여덟 글자잖아. 그래서 사주팔자야. 이게 네 원국이 되는 거야." 명리 왕초보인 나는 친구들 앞에서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주르륵 뜬 한문을 쳐다보다 질린 친구들은...

게시물 읽기

불효녀입니다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4월 01일 | 01시 09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까칠하게 신경이 곤두선 날, 나는 상상한다. '엄마와 5분 이상 대화하면 싸우는 딸들의 모임'이 있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잘 키워 준 부모에게 고마운 줄 알아라, 나이 들면 이해한다, 살아 계실 때 잘해라, 비난이 날아들지 않는 곳에서 또박또박 하고 싶은 말. 돼먹지 못한 불효녀의 대사는...

게시물 읽기

책을 좋아해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3월 18일 | 00시 39분

책은 마음의 양식. 어려서부터 들어온 말이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인이 된 후 내 방을 둘러보니 책은 마음의 양식일 뿐만 아니라... '짐'이기도 하다. 책 속의 좋은 말씀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의 내면에 착실하게 쌓였는가? 그 모호한 결실을 확인할 틈도 없이 책은 물리적인 공간을 먼저 차지한다.

다 읽고 방치한 책들은 꽉 찬...

게시물 읽기

딸의 학교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3월 04일 | 01시 11분

1


"할아버지가 영어 가르쳐줬다. 샬라샬라 샬라라. 히히." "그거 영어 아니야." "영어야!" "저기 책 가져와. 엄마가 가르쳐줄게." "싫어. 샬라샬라." "영어 아니라니까!"

나의 아버지는 왜 내게 시련을 주시나. 기껏 영어라고 가르친 것이 샬라샬라 샬랄라라니. 네 살 아이가 장난치는 걸 진담으로 받아들인 나는 알파벳 노래를 틀고 따라불렀다. "에이비시디이에프지"...

게시물 읽기

세상을 어찌 살아간다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2월 18일 | 04시 35분

의외로 소심하다. 솔직하지만 방어적이다. 인맥이 좁고 활동도 제한적이다. 지인들은 내 성격을 읊으며 의아해 한다. "넌 처음엔 센 캐릭터 같은데 알고 보면 겁도 많고, 부끄러워하고.... 물론 실망하진 않았지만 (실망했다)." 나는 내성적인 다혈질에 가깝다며 부연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추가 경고를 보낸다. 첫인상과 다르다는 말이 기분 좋은 적은 없었다. 마치 나의 사회적인 페르소나(그냥 SNS...

게시물 읽기

반쪽이처럼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2월 04일 | 00시 02분

너도 프리랜서 나도 프리랜서, 둘 다 집에 있으면 같이 육아를 해야지 왜 나만 노동량이 많은 거야? 공동육아가 꿈이었던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아이를 낳자 꿈은 그냥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아이를 본다'는 개념이 서로 달랐다. 여자에게 육아는 감정, 육체노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면서 기저귀가 얼마나 남았나 체크하고...

게시물 읽기

앵콜, 노인의 노래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1월 20일 | 23시 57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마법 같은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노래방 기기 앞에 선 할머니 한 분. 상념에 젖은 표정으로 반주에 맞춰 천천히 노래를 불렀다. 젊은 날 사랑 이야기였던가, 아련한 가사가 모니터 위로 흘렀고 그 가사보다 더 슬픈 음색이 내 방을 가득 메웠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질박한 목소리는...

게시물 읽기

뻔뻔하게, 두려움과 함께

(0) 댓글 | 게시됨 2017년 01월 07일 | 00시 12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 기가 막힌 예술적 비전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새해는 다를 거야, 신년 창작 대기획'. 장르 구분 없이 찾아온 영감의 불씨는 가슴 언저리부터 타닥타닥 타기 시작해 온몸을 태워버릴 기세로 번져간다. 황홀하게, 기쁘게, 역시 난 조금쯤 천재였어, 자아도취 상태에 빠진 나는 전율하며 노트에 아이디어들을 적는다. 폭죽처럼...

게시물 읽기

립스틱 검게 바르고

(0) 댓글 | 게시됨 2016년 12월 24일 | 00시 21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날 위해 하얀 여자가 되어줄 수 없어?" 내게 황당한 부탁을 했던 남자가 있었다. 가무잡잡 태닝 한 피부에 밝게 염색한 머리, 짙고 얼룩진 눈 화장을 한 내게 하얀 여자가 되어달라니 순간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가 말하는 '하얀'이란 태닝하지 않은 피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얗고 투명하게 변하길 바랐던...

게시물 읽기

네가 나를 떠나면

(0) 댓글 | 게시됨 2016년 12월 10일 | 01시 23분

곧 8살이 되는 나의 반려묘, 묘 선생님(실명 정먼지, 페르시안 친칠라, 수컷)은 매우 점잖고 멋진 고양이다. 내겐 아름다운 피조물로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귀여운 고양이는 아니다. 묘 선생님의 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면 다들 인상파라거나 근엄하다고 댓글을 단다. 그 누구도 귀엽다거나 장모종 특유의 우아함을 갖추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사람들 말대로 퉁명스러운 외모의 '묘저씨'일지도 모른다....

게시물 읽기

엄마 그만두고 싶은 날

(0) 댓글 | 게시됨 2016년 11월 26일 | 00시 10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자주 딸의 정수리 냄새를 맡는다. 한 번도 가지 못한 곳. 그러나 늘 그리워했던 곳의 냄새를 풍기는 정수리에 코를 묻으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유대감과 사랑이 마음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난다.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온도는 따뜻하고 다정하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 또 최고 웃기는 사람. 딸이 기발한 말들을 종알거릴...

게시물 읽기

배드(bad)타임 스토리

(1) 댓글 | 게시됨 2016년 11월 12일 | 00시 27분

[정새난슬의 평판 나쁜 엄마]


딸은 잠들기 전에 유독 말이 많다. 한국어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시기인지라 어휘력이 풍부하진 않지만 자신이 가진 단어를 총동원하여 다채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한다. 왜 하필 자기 전에 말이 많은 것일까. "이제 자자." 유아 연설의 종지부를 찍고자 아이에게 수면을 권하면 딸은 제 본심을 드러낸다. "자기 시러,...

게시물 읽기

A, B 혹은 ㄱ, ㄴ으로 불리는 그들

(0) 댓글 | 게시됨 2016년 10월 29일 | 06시 22분

그들은 A이고 B이고 C이고 D 다. 아니면 ㄱ 이거나 ㄴ, ㄷ, ㄹ이다. 알파벳과 한글 초성으로 불리는 가해자들이 지금 어떤 심정으로 지내고 있는지 상상해본다.

정의 구현사제단과 홍위병이 결합되었다며 뒷짐지고 비웃고 있거나 "거 봐, 형 내가 뭐랬어. 조금만 참아. 다 지나갈 거야" 서로를 다독이며 술잔 기울이고 '미친년들' 중얼거릴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게시물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