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란수 Headshot

여행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2016년 기준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자수는 2,238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올해도 5월까지의 해외여행자수가 벌써 1천 만 명이 넘었으니, 연말까지 고려하면 해외여행자수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외국 어디를 가든지 한국인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 대한 여행 예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들어본다. 직접 가본 여행지에서 한국인들을 받지 않으려는 식당을 보기도 하고, 한국인 단체를 꺼리는 숙박시설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비단 인종차별로만은 해석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인사이트에는 비행기 앞좌석 등받이에 맨발로 올리고 잔 한국 중년 여성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링크) 홍콩인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는 글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비행기 앞좌석에 발을 올린 모습의 사진을 함께 올렸으며, 이를 영국 일간지 더선이 기사화한 것이다. 비행기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고속버스, 기차 등에서 이렇게 맨발로 앞좌석이나 앞좌석 사이에 발을 올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행 예능프로는 어떠한가? 몇 해 전 방영된 "꽃보다할배", "꽃보다청춘" 시리즈는 여행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고, 젊은 청년들에게 여행의 중요성을 알려주는데 꽤 유익한 프로그램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미리 사전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숙소 내에서 전기포트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이나, 조식 식당에 샤워가운을 입고 나타나는 모습은 여행지에서 해서는 안 될 매너였다.

이번에 방영된 "뭉쳐야 뜬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6인 1실의 다다미방에 들어가서, 단체로 한 공간에 있다 보니 흥에 취한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숙소에서 시끄럽게 게임을 하고, 공용 물품이라 할 수 있는 베개를 가지고 때리는 게임을 하는 장면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만약 저 객실 옆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면, 객실을 바꿔달라고 했을 듯하다. 이번 북해도 시리즈에서는 전회에도 다다미방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도 영상에 담겨 있었다. 다다미방은 캐리어 등을 끌 경우 바닥 손상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2017-07-08-1499483538-2434285-kakao_com_20170708_114523.jpg

사진출처 : 뭉쳐야뜬다 홈페이지

예의는 일상생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도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또 다른 여행자와 함께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의 매너와 예의는 내가 여행에 가서 일탈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는 권리와 함께 가져가야 할 의무일 것이다. 최근에는 여행이 보다 일상화된 공간에 들어오기도 한다. 공유경제형 숙소인 주거지역에서 민박을 하고, 한 달 살아보기 등의 여행 패턴이 증가하며 일상적인 공간으로 여행자들이 들어온다.

"과잉 관광"이라는 용어로 해석되는 "오버 투어리즘"은 관광객들이 여행지에 수용 가능한 한계를 벗어나 들어오는 문제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로 인한 교통불편, 물가상승 등의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러한 불편함과 함께 이야기되는 것이 여행자의 예의이다. 늦게까지 주거지에서 술마시고 떠들거나, 거의 반라 수준으로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에 대한 불평 불만이다. 여행의 예의는 이제 보다 깊숙이 일상으로 들어온 여행자에게는 더욱 지켜야 할 요건이 되어야 한다.

여행자가 예의를 지키지 않는 한 현지에서는 여행자를 더 이상 반기지 않을 것이다. 여행이 보편화되는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여행 예능에서 보여주는 여행의 달콤함과 여행다녀왔다는 자랑이 아닌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아닐까. 여행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글 | 정란수(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