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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와 관광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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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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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문제로 노량진이 벌써 1년째 시끄럽다. 지난해 10월에 현대화된 신축건물이 완공되었으니, 이제 딱 1년을 맞이하고 있다. 수협은 여전히 노량진 수산시장의 전통시장 부문을 없애고, 현대화된 신축건물로의 이전만을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통상인들은 기존보다 높아진 임차료와 보다 적어진 면적도 불만이거니와, 수협 측의 불통식 일처리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이러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매일 전쟁과 같은 나날을 벌이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매일 오전 수협의 용역회사들이 상인들이 장사하는 곳에 와서 이러한 저러한 꼬투리를 잡기 일쑤라고 한다. 여기에 가뜩이나 최근 콜레라 발생으로 인해 노량진 수산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울상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이전은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들 수 있겠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다른 계층의 유입이 기존 계층을 내몰게 만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을 선도하는 현상 중 두드러지는 것은 다른 계층, 즉 중산층 등의 유입만이 아니다. 관광객의 유입, 또는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정책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홍대나 서촌, 성수동 등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발간된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신현준, 이기웅 편,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저, 푸른숲 출판)에도 잘 드러나 있다.

관광 젠트리피케이션(Tourism Gentrification)이란,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업활동이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공간적 변화와 함께 기존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시장의 관광 젠트리피케이션은 기존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홍대나 서촌, 성수동 등의 경우 관광객과 방문객의 유입이 그 원인이었다면, 이곳은 수협이 관광객과 방문객을 보다 많이 끌어들이고, 공간 자체를 변형시키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을 내쫓는 형국이다.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를 통해 이전되고 난 기존의 전통시장 지역을 관광객들을 위한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안이 복합리조트 개발이다. 복합리조트란,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함께 복합적인 상업시설과 숙박시설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우선 가능한 것인가? 정부에서는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이 중 미단시티 리포앤시저스와 파라다이스 그룹 및 일본 세가사미 합작사, 그리고 인스파이어리조트가 선정이 된 상태이다. 사실상 노량진 지역이 카지노를 추진한다고 하여 모두 선정 가능한 것도 아니고, 대규모 외자유치를 필수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자본 규모만 5조~10조가 필요하다. 노량진 부지의 토지매입비를 고려할 경우에는 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된다. 실제로, 수협은 2015년에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한 복합리조트 사업에 응모하였으나, 1차 탈락한 바 있다. 수협 이외 외자유치도 없었다.

최근 중국(홍콩)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그동안의 복합리조트도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이 추진되었던 영종도 미단시티에서도 리포 그룹이 카지노 투자를 철회한 상태이다. 가장 큰 이유는 카지노의 중국 시장 의존도 때문이다. 카지노의 '큰손' 중국 관광객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고 아시아 지역에 카지노가 과잉 공급되면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최대 고객은 전체의 57%(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중국인일 만큼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반부패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손님이 급감, 한국 카지노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이유는 그 나라와 지역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체험하기 위함이다. 대형 쇼핑센터나 백화점, 아울렛이 아닌 시장의 경우에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지역의 전통을 함께 느낄 수 있게 조성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현대화하는 것은 추세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은 전통시장임에도 현대화를 통해 관광객들이 쉽게 해산물이나 타파스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일본 오사카의 구로몬 시장은 또 어떠한가. 역시, 현대식의 깔끔한 시장에는 갖가지 스시와 사시미를 깨끗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때, 시장의 현대화는 관광객들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시장의 현대화는 상가 정비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거대한 건물을 새로 만들어서 아무런 매력없는 장소로 만드는 형태는 아니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물건과 음식을 파는 사람들을 그대로 존중하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둔다. 당연히 시장 내 상인들은 오랜 기간 함께 즐겁게 일하던 사람들이며, 그 연륜에서 맛있는 음식이 제공되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떠한가? 현대화라고 하는 측면은 관광객들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해주니 관광자원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는 유명 해외 전통시장 현대화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규모 현대식 쇼핑센터와 같은 건물은 이미 시장이라는 전통성을 잊혀지게 만든다.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의미는 시장이 아닌 그저 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상인간의 갈등과 임차료의 상승 등으로 인해 즐거운 시장의 분위기는 사라져 버렸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는 관광자원화 측면에서 필요했을지 몰라도 그 방향성이 잘못 세워졌다. 현대화라는 것은 지역의 문화와 시장의 매력을 살린 상태에서 편의성을 증대되는 방향으로 가야지, 상인간의 갈등을 부추키고, 상인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현대화는 관광자원화가 될 수 없다. 일본 유후인 마을의 모토는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가장 관광하기 좋은 지역이다"라고 한다. 실제 상인들이 살맛 나게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 관광객들도 행복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는 그러한 노력이 전혀 없다.

복합리조트를 개발하겠다는 발상도 참으로 무모하다.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선정 가능성도 많지 않고, 투자규모를 유치할 수 있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게다가 최근 외자유치 회사들이 중국의 카지노 관련 정책이나 부동산 시장 등의 침체로 인해 손을 떼고 있는 것이 복합리조트이다. 아니, 설사 복합리조트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인을 내쫓고 피와 땀 위에 개발할 것이 고작 카지노라니, 관광자원화를 위한 상상력의 빈곤이 슬프다 못해 암담하다.

진정으로 수협이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만든다면, 보다 관광객들이 어떠한 시장을 보고 싶어 하는지, 그 매력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상인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곳에서 관광객들이 보다 쾌적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도로 공간을 개선한다면 노량진 수산시장의 관광자원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복합리조트를 개발하여 돈 벌겠다는 딱한 수준이 아닌,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구상할 일이다. 쉽게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는 관광객의 마음을 빼앗을 수 없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제44회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을 발표하였다. 수상작 중 외국인 부문 특별상은 중국인 딩 하이사오(Ding Haixiao)가 찍은 "노량진 수산시장"이 선정되었다. 이 노량진 수산시장 사진은 기존 전통시장의 모습을 시장 위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고 있다. 외국인이 생각하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 이제라도 관광객을 위한 시장을 만들려면 전통시장을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하자. 무조건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도소매, 유통채널의 구분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정상화시키도록 해나가야 한다.

러디어드 키플링은 여행지를 이해하는 첫 조건은 그곳의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곳의 냄새는 사람사는 모습이다. 사람사는 모습을 없애고 현대화를 추진한다면, 여행자는 그곳에 여행하고 싶지 않게 됨을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글 | 정란수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 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