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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스토리] 12. 게이 아들이 묻고 엄마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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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커밍아웃 스토리'를 연재합니다. '커밍아웃 스토리'에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의 커밍아웃 관련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커밍아웃을 준비한 과정과 커밍아웃할 때의 감정, 그리고 그걸 받아들일 때 부모의 심정 변화와 상황들... 고민과 애환 그리고 감동이 가득한 우리들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커밍아웃 스토리' 연재의 다른 글은 허프포스트코리아의 성소수자 부모모임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 빗방울
인터뷰 대상 | 비비안 (빗방울 엄마)


저는 스물 두살 남성 동성애자(게이)이고, 부모님께 커밍아웃 한 지는 딱 일 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힘들어하셨지만, 부모님은 제 기대보다도 빨리 저를 받아들이셨고 지금은 저를 위해 세상을 바꾸겠다며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커밍아웃 후 일 년 동안의 엄마의 심경 변화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멋진 엄마를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성소수자는 누구 주변에든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빗방울 가족의 이전 글〉
[커밍아웃 스토리] 1. 엄마가 우는 이유
[커밍아웃 스토리] 4. 난 나쁜 아빠였다

1. 엄마의 역사 - 그 당시에는 좀 앞서나간 여성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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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의 우리 엄마

빗방울: 먼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해줘. 엄마의 성장 환경이, 되게 옛날이고 형제도 많은데.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개방적이고 진보적이게 자랐어? (웃음)

어릴 적엔 할아버지 할머니가 워낙 바빴기 때문에 . 거기다 할아버지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셨어, 옮지 않은 일은 엎어버리는 스타일이셨지, 사실 그래서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아. 그리고 엄마도 할아버지를 따라 그런 성향이 있었어. 생각나는 게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촌지를 받고 그 촌지 준 아이를 너무 편애하는 걸 보면서 그걸 일기장에 그대로 쓴 적이 있었어. 선생님 욕을 엄청 쓴 거야.

빗방울: 선생님이 보는 일기장에? 그때부터 완전 정의의 사도였는데?

그치, 근데 선생님이 그 일기장을 보고서 방과 후에 남으라고 해서는 막 목소리를 깔면서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면서 그 일기장을 찢었어. 내 눈앞에서 찢어서 버린 거야.

빗방울: 헉,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근데 그때 엄마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던 거지. 엄마 나이에 뭔가 반항할 수 있는 건 일기장에 그렇게 욕을 적는 정도밖에 없었던 거야. 그래서 좌절이 됐지. 아, 세상은 변하지 않는구나. (웃음) 그래서 엄마는 학창시절 거치면서 기자 같은 걸 되게 하고 싶었어. 나쁜 사람을 찾아내서 고발하고, 착한 사람은 띄워주는 거. 결국 갈 수 있었던 대학에 신방과가 없어서 못 갔지만. 근데 그 후에도 뭔가 글을 쓰는 꿈이 계속 있었어, 그래서 엄마 대신 니가 글을 잘 쓰는 게 너무 뿌듯해.

빗방울: 잘 쓰는 것 같진 않지만, (웃음) 그럼 대학 들어가서는 어땠어?

그래서 대학은 그냥 쭉 알바 하면서 직접 돈 벌어서 다녔지, 아, 대학을 다니면서 엄마는 졸업하기 전에 무조건 취직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 당시만 해도 여자들이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취직할 데가 없었어. 남녀차별이 너무 심하던 시대였거든, 같은 대학을 나와도 남자들은 다 취직이 돼. 여자는 취직이 안 되는 그런 시절이었어.

빗방울: 그래서 여자들이 다 할 수 없이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지, 그 시대가 그래도 좀 깨였다 싶은 여자들은 다 공부를 해서 어쨌든 대학을 갔어. 근데 그 이후가 안 되는 거야. 그래서 대부분은 졸업하고 그냥 결혼을 하고, 정말 과에서 1, 2등 하는 애들만 취직이 되고 그랬어. 엄마는 그런 과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학교 4학년 때 여름에 지금 다니는 회사 공고가 나서 그냥 가서 봤는데 그대로 쭉쭉쭉 붙어가지고 입사하게 됐지.

빗방울: 엄마가 졸업 전에 빨리 일을 구하려던 건 엄마는 누굴 찾아서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서 그랬던 거지?

그렇지. 엄마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빗방울: 남자친구 없었어?

없었어. 쫓아 다니는 남자는 많았지 사실 (웃음) 근데 이제 엄마는 그때도 그런 성향이 있었지. 나를 좋다고 쫓아 다니는 애들한테 너는 내가 왜 좋니? 이렇게 물어봤어. 그러면 말을 못하는 거야.

빗방울: 왜 말을 못해?

지가 나를 모르는데 왜 쫒아 다녀.

빗방울: 아 그냥 얼굴 보고 쫒아 다니는 거였구나.

응, 그니까 그냥 외모보고 쫓아다니는 애들인 거야. 엄마가 무슨 내면을 가졌는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때만 해도 그런 생각이 되게 강했어. 그래서 쫓아와서 한번 만나자, 뭐 커피를 마시자. 이러면 근데 저를 왜 좋아하세요? 이렇게 물어봤어. 할 말이 없는 거지. 예쁘니까 좋아한다. 이렇게 말한 애들도 없었어. 당시엔 이렇게 묻는 여성이 없었으니까. 여자들은 좀 수동적이고 누가 쫒아오면 수줍어하면서 네. 이래야 되는데 엄마는 안 그랬거든.

빗방울: 완전 멋있었는데? (웃음)

그래서 날 모르면서 내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거니까 난 싫다. 니가 나를 알고, 나의 내면을 보고 정말 좋아한다면 내가 만날 수도 있지만 아니지 않냐.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면 남자애들 전부 다 뜨악 하는 거야. 쟨 뭐야. 그랬지. 근데 그러면서도 계속 질기게 쫓아다니는 애들이 있었어. 근데 그것도 엄마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거든, 그래서 뭐라 얘기했냐면 내가 내 의사를 정확히 밝혔는데 이걸 무시하고 니가 계속 쫓아 다니는 건 나를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응대를 한 거야. (웃음) 그 당시에는 좀 앞서나간 여성이었지, 그지. 생각은 못 했는데 너랑 지금 얘기를 하다 보니까 아 엄마가 그랬었지 싶네.



2. 나의 역사 - 우리 아들은 야동도 안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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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기

빗방울: 나를 키우면서, 나는 어떤 아이였어? 유년기에 나를 키우면서 다른 애들과는 다르다 하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

일단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너는 엄마한테 너무 의지하는 애였어. 늘 손을 꼭 잡고 다니고. 겁이 많았고, 그리고 막 거칠지 않았지. 그리고 유치원 자체를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어. 그래서 엄마가 쉬는 날은 그냥 안 가고 엄마랑 같이 놀았어. 그걸 억지로 보내는 부모들도 있지만 엄마는 절대 그러진 않았어. 그 밖에는 뭐 운동을 싫어하고, 태권도도 했는데 잘 못하고.

빗방울: 맞아 내가 태권도도 다녔었지. 그걸 내가 다닌다고 했었나?

어, 엄마 생각엔 니가 그때(초등학교 때) 집단 폭행 같은 것도 당하고 하면서 폭력적인 남자애들을 보고 위협을 느꼈던 거 같아. 그래도 널 키우면서 엄마는 좀 편한 것도 있었어. 왜냐면 동생을 때려서 어디를 찢어지게 한다거나 부러트린다거나, 그런 게 없었으니까. 과격한 남자애들은 그렇잖아.

빗방울: 그럼 중고등학교 때는 어땠어?

음, 고등학교 때는 네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네 나름의 바쁜 생활을 했잖아. 그래서 뭔가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 근데 컴퓨터가 거실에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야동도 안보나 그런 생각을 했지. 엄마는 심지어 아빠한테 가끔씩 그랬어. 여보 우리 아들은 아예 야동같은 걸 안 보는 거 같은데 컴퓨터를 방 안에 넣어줘야 되나? 그런 얘기도 하고.

빗방울: 나는 잘 봤었지, (웃음) 꼭꼭 숨어서 봤지.

진짜? 컴퓨터가 그때만 해도 거실에 있었잖아.

빗방울: 항상 방문 꽉 잠그고 휴대폰으로 보고 그랬어. 내가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었던 게 내가 보던 건 게이 야동이었잖아.(웃음) 비성소수자 친구들은 야동 부모님한테 들켰다 하면 그냥 민망하고 끝나고 하는데, 난 절대 거기서 안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숨겼어.

아, 들키면 넌 아웃팅 된다고 생각한 거지?

빗방울: 어, 들키면 게이인 것까지 다 들키니까. 근데 또 다른 이쪽(게이)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부모님들이 그걸 보고도 그렇게 생각을 못한대. 우리 아이가 혹시 게이인가 그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쟤가 되게 호기심이 많나보다 하고 넘긴다더라고 (웃음)



3. 커밍아웃 당시 -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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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동생

빗방울: 이제 커밍아웃 직전에 어떤 생각 이였는지 얘기해주면 될 거같아.

직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 니가 졸업 하자마자 취직을 하고 나가서 산다고 했을 땐 사실 엄마는 좀 서운했지만 니가 항상 나가서 사는 게 소원이랬잖아. 그래서 그냥 받아들였지.

빗방울: 그때 내가 집에서 되게 내 정체성에 위축돼있었어, 그래서 엄만 몰랐겠지만 막 같이 티비 볼 때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나오면 일부러 안 보는 척 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그랬어. 내가 같이 좋아하면 게이인 걸 들킬까봐. 사실 그 정도까진 안 해도 됐을 거 같은데 왜 그랬나 싶기도 한데.(웃음) 어쨌든 나가서 살면 그런 거에서 좀 자유로워 질 것 같아서 그때 계속 막 나가서 산다고 했었지.

그때 엄마는 또 서운하기도 했던 게 난 너를 굉장히 자유롭게 키웠다고 생각했거든, 잔소리를 엄마는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들은 그게 갑갑했나 싶은 거야. 그래서 좀 서운했지만 그렇게 보냈지. 그리고 니가 그렇게 회사 1년 다니고, 퇴사한 다음 유학을 간다고 그랬었지?

빗방울: 어 그랬지.

엄마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웠어. 어릴 때부터 늘 너를 외국에서 키우면 참 더 잘 컸겠단 미련을 갖고 있었거든. 근데 엄마가 회사를 관두고 싶지 않았고, 너를 혼자 보내고 싶진 않았고, 조건이 안 맞았었지. 대부분은 자식을 위해서 엄마가 회사를 관두고 가잖아? 근데 엄마가 회사를 관두고 싶지 않았어. 왜냐면 엄마의 인생이니까. 내가 자식을 위해서 내가 다니고 싶은 직장을 관두고 가는 게 맞을까? 했지.

빗방울: 크, 진짜 멋있다. 그런 마인드 되게 중요한 거 같아. 부모가 본인의 주체적인 인생을 지키는 거.

어쨌든 그래서 경제적인 건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엄마가 할 수 있는 데까진 해줘야 되겠다, 하고 되게 즐거웠지. 아주 안정적이였고. 커밍아웃 전까지만 해도(웃음)

빗방울: (웃음)맞아, 어쨌든 내가 딱 커밍아웃 편지를 써서 책상에 놓고 집을 나갔잖아. 그걸 봤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어?

봤을 때는 믿기질 않았지. 너무 혼란스럽고 아빠랑 처음에 네 편지를 받고 서로 아무 말을 못하고... 편지를 읽고 거실에서 계속 울면서 아빠랑 "아, 우리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둘 다 그냥 첫마디는 그거였어.

빗방울: 아 진짜? 처음부터 그 말이 나왔어? 대단한데.

그렇지, 뭐 어떻게 니가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거는 아니었지. 네 편지를 보고 그런 말은 할 수 없었고, 우리 아들이 진짜 너무 힘들었겠다. 왜 우리는 전혀 몰랐을까. 그렇게 우리 스스로 자학을 했어. 엄마는 너를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내가 이렇게 0.001프로도 알지를 못했나. 그런 생각이었지.

빗방울: 그리고 엄마가 또 커밍아웃 딱 받고 바로 다음날 출장이 있었잖아.

응. 편지 받은 다음 날에 바로 2박 3일 출장을 갔었지. 그 출장을 갔을 때가 혼란기였던 것 같아. 백 프로 믿기지도 않고,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해도 안 될 거 같고.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막 나고 혼란스러웠지. 근데 또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어. '아니 뭐 이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이걸 잘못됐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러다가 또 문득 '아니 그래도 우리 아들이 이런 험난한 길을 가야되나.'하는 생각도 들었지. 잘못된 길이 아니더라도 소수의 길이 험난하니까. 또 엄마는 사람이 많은 직장을 다니니까 아 이게 회사에 소문나면 얼마나 사람들이 수군덕거릴까. 그런 것도 상상돼서 싫고. 너로 인해서 엄마 일까지 사실 좀 걱정이 됐었어. 어쩔 수 없는 거지 사람이니까. 그렇게 수많은 고민들을 하면서 이틀 동안 니가 편지랑 같이 준 부모모임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었어.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 그리고 나서는 출장에서 돌아가서 첫 마디를 어떻게 해야 되나 그게 되게 고민이었어. 그래서 아빠랑 둘이 네가 오기 전에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될까 둘이 엄청 고민을 하고 그랬지.(웃음) 그게 보통 부모 아닌가 싶은 거야.

빗방울: 그 뒤로는 그럼 괜찮아졌었어?

그 뒤로도 이제 그래도 많이 걸렸지.

빗방울: 그래도 엄마가 굉장히 빨리 받아들였잖아. 부모모임 나가서 한번 펑펑 울고 나서 (웃음)

맞아, 그 다음에도 계속 부모모임에서 저는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이 말 할 때마다 울었잖아, 한 6개월 동안. 근데 자꾸 부모모임 나가면서 거기에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랑 부모님들을 보면서 생각이 단단해지더라. 뭘 자꾸 주워듣잖아. (웃음) 그러니까 요즘은 엄마가 거기서 새로 오신 부모님들한테 하는 말이, 아니 뭐 얘네들이 뭐 범죄자야? 무슨 죽을병에 걸렸어요? (웃음)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야. 근데 우리가 단지 어색하고, 물론 엄마도 낯설고 어색하지, 엄마도 지금 네가 뭐 남자랑 결혼한다고 오면 당장은 어색하겠지.

빗방울: 그치, 엄마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속에 동성애자란 개념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너무 오랜 시간 너무 다르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이건 다름이기 때문에 내가 어색한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제 차츰 내가 머리와 마음을 열고 어색하지 않게 자꾸 받아들이면 될 거 같아. 막 순식간에 되지는 않지만, 자꾸 이런 생각을 남과 나누고, 또 엄마가 엄마 주변에도 커밍아웃을 계속하잖아. 그러면서 이제 더 머리도 열리고 마음도 열리는 느낌? 가끔 누가 답답한 얘기 하면 아니 그게 뭐 어때서. 우리 아들이 동성애자라는데 뭐, 너네한테 해준 거 있냐고. (웃음)



4. 요즘 - 내가 이렇게 용기를 내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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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행진하는 부모님의 모습

빗방울: 엄마가 지금 그런 거 말고도 부모모임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잖아, 부모모임 안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퀴퍼 가서 행진까지 하고. 그런 활동을 하면서 어떤 걸 느끼는지.

엄마의 성향과 아주 딱 맞는 거 같아. (웃음) 아들을 내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군형법 같은 건 정말 네가 군대에 가서 잡혀갈 수도 있는 너무 큰 문제잖아, 어떻게 동성애자 다 잡아간다는데 널 군대를 보내. 그래서 막 그런 집회(군형법 폐지 집회)도 가게 된 거지. 가기 전에는 내가 뭐 구호 외치는 걸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가니까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더라고.(웃음) 아 이게 부모의 힘인가. 부모가 돼서 내가 이렇게 됐나. 옛날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못 나섰지만 이제는 자식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용기내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싶은 거지. 그리고 반성도 좀 해. 왜 그동안은 사회적 소수자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깊게 안 가졌을까. 엄마가 PD수첩 인터뷰에서도 그런 얘기 했었잖아. 다수를 자꾸 전체라고 생각하는, 소수를 지우는 일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요즘 굉장히 엄마가 인권 감수성이 깨인 느낌? 원래 있었는데 좀 잠자고 있다가 (웃음) 깨어난 느낌.

빗방울: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엄마가 앞으로 기대하는 것? 같은 거 간단하게 얘기하고 끝내면 될 거 같아.

음, 사실 제일 좋은 건 모든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 제일 좋겠지. 근데 그건 너무 어렵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 보장받는 인권을 내 아들은 모두가 합의한 뒤에야 보장받을 수 있다. 그건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법이 먼저 진보할 필요가 있다고 봐. 특히 차별 금지법 같은 게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게, 여전히 성소수자들을 겨냥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막을 수가 없잖아 지금은.

빗방울: 맞아. 김조광수 결혼식 때 똥물 던진 기독교인이나,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이나 전부 맞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타겟이 된 거잖아.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성소수자들은 자기도 그런 일을 당하진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고... 어떤 형은 그게 화학물질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하더라고, 워낙 그런 일이 많으니까. 소수자라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고 죽기까지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런 걸 확실히 처벌해야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경시하는 문화가 없어질 텐데, 지금은 그런 법이 아예 없지 사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지. 아 그리고 나 지보이스 활동할 때 그런 경우도 있었어. 종로에 게이 스팟이 있잖아. 거기서 형들끼리 얘기하고 있는데 술 취한 행인 하나가 와서 호모새끼라고 때려서 경찰들 오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 난 그 자리엔 없었는데 형들한테 듣고 너무 공포스러웠지. 나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잖아, 심지어 그 성소수자들의 공간 안에서조차.

그러니까, 그래서 법으로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 같아. 차별금지법도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을, 그런 사회적 정체성들을 보호하자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거를 지금 반대하고 있는 기독교 세력들이 빨리 뉘우치고, 회개하시고. 그러는 수밖에 없지만 사실 그건 힘들 것 같고.

빗방울: 뉘우치고 (웃음) 얼른 되면 좋겠네, 법이라도.

어. 엄마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라는 걸 사실 아직은 믿고 있거든. 그래서 그 분이 그래도 노무현의 친구니까 정의로운 분인데 (웃음) 설마 우리를 져버리겠나. 그렇게 기대는 하고 있어 사실. 기대를 버리진 않았어. 그래서 믿고 있지.

빗방울: 좋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