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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청년조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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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30대 총리가 등장했고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9살에, 아일랜드 버라드커 총리는 38살에,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31살에, 뉴질랜드 아던 총리는 37살에 그 나라 최고위 공직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대체 이들은 어떻게 30대에 총리가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emmanuel macron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청소년 시절부터 한 좌파정당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생 때 그 당 출신 파리의 한 구청장 보좌진으로 경험을 쌓았다. 23살 때 사회당 당원이 되었고 29살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 나섰다. 실패했지만 32살에는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합류했고, 36살이 되던 해 장관으로 입각했다.

아일랜드 총리가 된 버라드커의 정치이력도 중학교 때부터였다. 통일아일랜드당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 청년조직에서 경력을 쌓았고, 20살이 되던 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23살 때 지방의회 의석이 궐석이 되면서 이를 승계했고 이듬해 본선거에 출마하여 최고득점자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8살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으며, 그해부터 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4년 후 재선에 성공했으며 장관이 되었다.

뉴질랜드 아던 총리의 정치이력도 10대부터였다. 노동당 청년조직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19살이 되던 해 현직 의원이던 숙모 메리 아던의 재선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직업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런던으로 건너간 아던은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80명의 시민 정책단' 자문가로 활동했고, 돌아와 28살이 되던 해 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도 10대 때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국민당 청년조직에서 출발했고, 23살에는 청년조직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19살에 빈 대학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정치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24살에는 빈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25살에는 장관으로 입각했고 29살에 최고득표자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초부터 다른 나라 총리, 대통령을 불러들인 건 그들이 젊기 때문이 아니다. 그 나이에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게 만든 그 나라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10대 때부터 정당을 통해 길러진 훈련된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청년조직 활동으로 경험을 쌓았고, 지방정부 선출직을 경험하면서 공직 훈련을 거쳤으며, 소속 정당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당대표 출신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나라 유권자들이 그들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 나라 40대 이상 정치인들도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쳐 훈련받고 자랐을 것이며, 지금도 10대, 20대의 미래 정치인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한국 사회를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정치'라는 점에 동의한다. 정치를 더 좋게 만들려면 좋은 정치인을 사회가 길러내야 한다. 동시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나가는 훈련을 차곡차곡 받은 정치인이 많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다놓아도 이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당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좋은 정치인을 길러내는 공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올해에는 각 정당의 청년조직이 튼튼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