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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성격이 사나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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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시쯔(Shih tzu) 한 마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닥치는 대로 공격해서 누군가는 병원에 실려갈 지경이라고 했다. 보호자는 공격성을 고치기 위해 복종 훈련부터 대체 요법까지 해보지 않은 것이 없는데, 날이 갈수록 더욱 사나워져서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서열을 알려주려고 기둥에도 매달았었는데 도무지 순종할 줄을 모르는 지독한 녀석이니 만질 거라면 조심하라는 당부의 이야기도 건넸다.

보호자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가해자인 시쯔 군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보호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목줄을 하고 곁에 앉아있던 시쯔는 연신 입술을 핥으며 안절부절못하였다. 휑한 눈빛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연달아 하품을 하고 뒷발로 옆구리를 긁었다. 등은 새우처럼 말아 넣고 있었는데 등줄기를 따라 비듬이 잔뜩 일어난 것이 보였다. 그 말을 해석하면 "사는 게 긴장의 연속이에요.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두려워요."였다. 나는 사나운 개가 아니고 괴롭고 두렵고 힘든 것뿐이라고 작은 개가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보호자의 설명과 달리 도전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때 개의 정수리와 목덜미까지 불룩하게 부어오른 것이 보여서 그 이유를 보호자에게 물었다. "귀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어서 약을 달고 사는데 낫질 않아요." 한눈에 보아도 개의 양쪽 귀와 정수리, 목덜미가 심하게 부어있었고 신체 다른 부분보다 체온이 높아 열감도 느껴졌다. "혹시 발톱을 깎는 것도 싫어하지 않나요? 발바닥도 많이 부어있을 텐데요."라고 묻자 보호자는 발톱 깍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맞지만 발바닥이 부었는지 살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보호자는 초크 체인(choke chain)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입양할 때부터 항상 초크 체인을 사용해왔다고 했다. 목을 조이는 목걸이를 사용하는 많은 반려견들이 목디스크, 그로 인한 팔다리 저림, 염증, 부종 등에 시달린다. 목의 신경을 압박하다 보니 눈과 귀에도 영향을 미쳐서 귀와 눈이 붓거나 염증이 낫지 않는 케이스, 발을 핥거나 깨물어 2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문제의 답이 나온 것 같네요. 이 개는 사람의 서열을 무시하는 것도, 공격적이고 사나운 것도 아니에요. 지금 너무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 시쯔는 성품이 포악해서 주변 사람과 동물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주변의 배려가 절실할 뿐인 평범한 개였다.

내 몸에 고통이 심할 때 편히 쉬지 못하는 그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아파 누워 있는 사람에게 아파서 소리 지른다고, 순종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른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이 가는가? 목과 귀, 다리의 염증으로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주변 사람과 동물들에게 배려라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가정에서 부종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반려견과 가족에게 필요한 교육을 진행했다. 일주일 후 다시 만난 보호자는 시쯔가 귀의 부종이 가라앉으면서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울리고, 다른 개가 된 듯 개의 성격이 온화해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사나운 개로 오해하고 복종시키려는 생각만 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개의 언어를 모르면서 결과적 행동만을 놓고 기계적으로 개에게 레이블(무는 개 = 나쁜 개 = 복종훈련)을 붙인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서로가 더욱 힘들어진다. 개의 언어를 모르면서 개를 교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반려견에 대한 당신의 오해가 반려견의 문제를 만든다. 보호자와 반려견이 서로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문제 행동'으로 불리는 반려견의 행동이나,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은 대부분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 반려견이 전하려는 이야기를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의 시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을 물면 사납고 난폭한 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일을 보면 사람에게 앙갚음하는 개, 길에서 짖거나 달려들면 버릇없는 개라서 서열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견이 일방적으로 오해를 받으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접근하다 보니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러분의 발에 상처가 났다고 하자. 어떻게 할 것인가?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일 것이다. 그런데 상처가 더 악화되고 다른 상처까지 더 생긴다. 무엇이 문제일까? 반창고만 붙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갖고 있는 당뇨병으로 인한 상처라면? 당사자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순해 보이는 문제도 그 저변에 깔린 원인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깊이 파헤쳐봐야 한다.

반려견은 단순히 공식을 대입하면 행동이 바뀌거나 재주가 입력되는 기계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발에 생긴 상처)은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면 일시적으로 해결된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치료의 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만 문제의 해결점이 보인다.

교육에 참여하고 나서 "그동안 내가 미처 몰라서 상처 주었던 것 정말 미안해"라며 진정으로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는 반려 가족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반려견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고,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의 방법 또한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 말이다.

※ Shih tzu 맞춤법 통일 좀 하자. 한국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되면 개정될수록 괴상하고 'Shih tzu'가 표기하기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시츄'나 '시추'는 좀 아니지 않은가? '시츠' 또는 '시쯔'가 현지 발음을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는 어법에 더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 도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