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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Headshot

모든 동물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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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전 보호자와 훈련소의 기권으로 오게 된 벤노와 미니(실명을 거론함에 양해를 구한다)가 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직장 생활로 바쁜 데다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두 마리를 키울 계획도 아니었는데 인연이 되려고 그런 것인지 여러 상황들이 얽혀서 결국 집에 데리고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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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던 그 날

서둘러 출근했다가 돌아온 바로 그날 저녁... 상상 초월이었다.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었는지 하루 만에 거실과 방 사이의 시멘트 벽을 파서 구멍을 만들고 대소변을 못 가려서 온 집안에 대소변, 찰리의 초컬릿 공장인지 집 안 가득 날아다니는 오리털과 솜들... 하루 종일 짖어서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산책을 시키려고 데리고 나가니 지나가는 개와 사람에게 달려들고, 빗질만 해도 으르렁대고 달려들었다. (게다가 전염성 피부질환에 걸린 상태였다는 것을 입양 며칠 후 알게 되는데 나는 강아지들과 꼬박 6개월을 옴 진드기로 인한 끔찍한 피부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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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남겨두었던 그 날의 흔적 - 흔적도 없이 조각난 건 이황 선생 뿐이 아니다

피곤한 몸을 달랠 아늑한 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은 나는 빗자루를 들고 강아지들이 있는 거실로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지만, 이미 강아지들은 어딘가 구석으로 피한 상태였다.

그때 베란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기다란 빗자루를 손에 든 프랑켄슈타인 같았다. '이건 아냐, 이건 내가 아냐.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힘이 쭉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머릿속을 여러 생각들이 휘감고 날아가자 마음이 이렇게 속삭였다. '그래, 무엇을 해도 좋아. 내가 다 받아줄게. 여기가 너희의 마지막 집이 될 거야.'라고.

그 순간 마음과 마음을 관통하는 터널이 열린 것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어딘가 숨어있던 벤노와 미니가 걸어와 내 앞에 나란히 앉았다. "정말?"이냐고 물었다.

"응, 정말이야. 우리 사랑하자."

한 순간도 함께 지낼 수 없을 것만 같던 벤노와 미니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그럭저럭 같이 살 만한 강아지들이 되었고, 한 달이 지나자 꽤 괜찮은 녀석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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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사람과 살 때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다.

※후일담

벤노와 미니는 4단계에 이르는 까다로운 국제 치유동물 시험을 통과하고 10살에 은퇴할 때까지 치유동물로 활동하면서 학교, 병원, 기관, 캠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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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밀림에 떨어진다면 사자에게 밀림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배워야 한다.

새가 나무 열매나 곡식을 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여기면서, 개가 베란다에 널어 둔 고구마나 화초를 먹는 것은 혼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개는 태어날 때부터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이라도 받았다는 듯 사람은 개에게 당연치 않은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 개는 알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와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방법'을 묻기 이전에 내 곁에 있는 반려동물의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반려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건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무언가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반려동물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때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의 곁에 있는 반려동물이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도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2010년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