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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재판 | 언제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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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수영(참여연대 평화국제팀 활동가)


"저 병역거부를 하려고요."

작년 11월쯤이었던 것 같다. 그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한 것이. 당시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봤던 것 같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상담과 수감 지원을 하는 유일무이한 평화단체인 '전쟁없는세상'과 변호사 등과도 상의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나도, 그도 참여연대 활동가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해왔고,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그의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우선은 그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잘 전달해보기로 했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직접 대면해본 적은 많지 않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그리고 나는 웃으면서 끝까지 옆에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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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앞에서 개인의 양심을 낱낱이 증명해야 하는 시간

4월 4일, 그의 마지막 공판이 있었다. 변호사들은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을 통해 피고인의 인생, 피고인의 평화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왜 그것이 포기할 수 없는 신념인지, 왜 병역거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증인 :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2016년 초에 처음 들었습니다. 놀랐지만, 제가 보았던 피고인이라면 차라리 병역거부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전투복을 입은 피고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 : "그런 신념에 특정한 종교적인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억누르거나 물리적으로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타고난 저의 본성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신념이나 양심으로 표현하자면 '비폭력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략) 폭력과 억압에 대한 거부는, 당연히 무력행사를 본질적 기능으로 삼는 군대, 살상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무디게 만드는 군대, 폭력을 내면화한 사람들을 사회로 배출시키는 근원지인 군대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 모두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약 30분 동안 내 친구는 국가 앞에서 자신의 평화적 신념을 온 힘을 다해 증명하고 있었다. 줄곧 따분한 표정으로 신문을 듣던 검사는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징역 2년을 구형하고 털썩 앉았다.

출소한 병역거부자가 또 다른 병역거부자의 변호사가 되는 세월

변호사 : "피고인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저 역시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입니다. 2005년 1월 28일 구속되었고, 이곳 서울중앙지법에서 1년 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 5월 출소했습니다. 11년 전의 일입니다. 출소했을 때 저와 같은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이 11년이나 계속될 것이라고 결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재판장님, 이 비극을 멈춰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11년 전 출소한 병역거부자가 변호사가 되어 같은 법정에서 또 다른 병역거부자를 변호하고 있었다. 최후 변론을 하며 변호사도 울고, 그 말을 듣던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도 울었다. 나는 웃으면서 옆에 있겠다던 다짐을 지킬 수가 없었다.

피고인 : "저는 국가라는 단위에서 군대를 통해 행사하고자 하는 폭력에 결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됐습니다. 20대의 마지막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고, 반드시 법정에 서야만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부디 재판장님께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평화적인 신념과 정체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법정에 서기 전 그가 수없이 연습했던 최후 진술이 끝났다. 판사는 평온한 표정으로 선고일을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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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일

평화활동가인 내 주변에는 많은 병역거부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외치며 제주도를 함께 걸었고, 병역거부권 인정을 외치며 함께 자전거를 탔다. 군사비를 축소하라는 캠페인을 함께 했고, 무기전시회 때는 전 세계 매출 1위 무기회사 록히드마틴 부스 앞에서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는 퍼포먼스를 함께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리아 공습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함께 했으며,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한 평화버스에 함께 탔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감옥에 갔고, 누군가는 출소를 했다. 출소를 한 병역거부자들을 전과자라고 놀리기도 했다. 평화운동에는 그렇게 늘 병역거부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병역거부자는 언젠가는 감옥에 간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법정에서 판사의 눈을 바라보면서, 예상했던 일이더라도 담담할 수가 없었다. 거대한 부조리극 한가운데 있는 내 마음이 어쩌지 못하게 참 어려웠다. 내 힘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아는데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 때, 그 마음은 어렵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병역거부 재판에 방청 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판사는 법정 구속을 준비하고 온 병역거부자에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을 테니 신변 정리를 하고 검찰로 출두하라"고 말했다. 그 날도 똑같이 마음이 어려웠던 것 같다. 병역거부 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활동가가 언젠가 "수도 없이 했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는 일"이라고 말했던 게 어렴풋이 이해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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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6천 년의 시간

한국 사회는 내 친구와 같은 이들의 양심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해왔다.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병역법」 앞에서 좌절되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양심(또는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처벌을 받은 사람은 1만 8천 8백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감 기간만 합쳐도 3만 6천 년이 넘는다.

그 3만 6천 년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의 것을 뺏은 적도, 누구를 해친 적도 없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가족, 친구들의 3만 6천 년에 대해, 그 어려운 마음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제 다음 주 1심 선고일이 되면, 여기에 또 한 명의 시간을 더해야 할지도 모른다.

병역거부자들의 다양한 양심에, 그리고 평화적 신념에 조금만 귀 기울였다면 한국 사회는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병역을 거부한 병역거부자에 말에 조금만 귀 기울였다면, 한국 정부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008년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되어 "보이지 않게 때려라"라는 명령을 받았던 의경의 양심선언에 조금만 귀 기울였다면, 공권력의 폭력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국 사회가 배제하고 처벌해온 다양한 양심들에 대해, 한국 사회가 달라질 수 있었던 기회들에 대해 생각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되다가 무산되었다. 국방부는 이미 2007년 9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사회복무제에 병역거부자들을 포괄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서 모든 것은 백지화되었다. 그 후로 매년 500여 명이 다시 감옥으로 향해야 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근거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에 대한 세 번째 위헌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이후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18번이나 선고되었으며, 작년에는 항소심에서 최초의 무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했다.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통령이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매일매일 이야기한다. 나는, 그 대통령이 누가 되든 병역거부자와 병역거부자의 가족, 친구들이 견딘 3만 6천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그리고 다양한 양심의 무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고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