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점규 Headshot

문재인 추미애 결자해지

게시됨: 업데이트됨:
1
뉴스1
인쇄

"입사한 지 21년인데 노동조합 하기가 이렇게 힘든 적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 콘티넨탈에서 일하고 있는 조남덕씨와 동료들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소수노조도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한다. 추미애 대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때 통과시킨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추미애법) 때문이다. 그는 1996년 만도기계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가입했다. 회사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노사가 맺은 협약은 승계됐고, 노조 활동은 자유로웠다. 비정규직을 쓰지 않기로 합의해 청소노동자도 정규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비정규직 제로 회사'였다.

그런데 추미애법 시행 직후인 2012년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다. 그는 추미애법 때문에 우후죽순 생겨난 친기업 노조를 '팥쥐노조', 회사(팥쥐 엄마)에게 미움받는 소수노조를 '콩쥐노조'라고 불렀다. 회사는 콩쥐노조(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를 탈퇴시켜 팥쥐노조에 가입시켰고, 교섭 일주일 만에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팥쥐노조원들에게 두둑한 성과급을 찔러줬다. 하지만 콩쥐노조와는 교섭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아예 중단했다.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고 성과급과 임금인상분을 주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팥쥐노조로 떠났다. 팥쥐노조는 땅 짚고 헤엄을 쳤다. 320명이었던 조합원 중 50명만 콩쥐노조에 남았다. 추미애법 5년, 비정규직이 40여명으로 늘어났다. 남덕씨는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들이 원수지간이 되어버린 게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정부도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노총 출신 김영주 노동부 장관에 이어 민주노총 출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임명했다. 노동계는 환영했다. "미국인이여 노조에 가입하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이 "노동자 스스로 단합된 힘을 키우라"고 역설했으니 이제 노조 설립이 폭증할까?

남덕씨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첫째는 추미애법. '이니'(대통령 애칭) 말씀대로 노조를 만든다. 회사는 잽싸게 친기업 노조를 세워 사람을 빼간다. 과반이 안 되면 교섭도 못 한다. 절반을 넘어봤자 소용없다. 팥쥐 엄마의 구박을 견디지 못한다. 직원들은 울며 팥쥐노조에 가입하고, 콩쥐들은 해고당한다. 30년 역사를 가진 민주노조가 추미애법 때문에 식물노조가 되는 걸 아는 사람들은 감히 노조를 만들 엄두를 못 낸다.

둘째는 고용불안. 직장인 절반이 비정규직인 시대. 노조에 가입하면 사용자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하청업체를 폐업해 쫓아낸다. 비정규직을 2년 이내에 마음껏 쓰다 버려도 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때문이다. 제조업 파견이 불법이지만 3개월 단위로 계속 쓴다. 공단마다 파견이 활개 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만든 법이다.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방법.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없애고, 추미애법을 고쳐 소수노조에도 교섭권을 주고, 정부가 노조 가입 캠페인을 벌이면서 노조를 괴롭히는 사장을 엄벌하면 된다. 이제 곧 정기국회다. 야당이 사사건건 '내로남불'로 공격할 때, 문 대통령과 추 대표가 자기 잘못부터 바로잡는 '결자해지'를 한다면 진정한 적폐청산이 아닐까? 그런데 남덕씨는 찜찜하다. 자신이 속한 금속노조가 자동차 판매원들의 노조 가입을 1년 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부터 결자해지하면 좋겠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