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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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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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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중학교 영어교사. 학교는 한 주당 24시간 수업과 담임, 성적, 수상, 교사 포상, 학생 장학금 업무를 맡겼다. 일머리 좋고 손이 잰 그였지만 버거웠다. 학교에 남아 밀린 일을 해야 했다. 시간 외 수당은 교사들이 '가라'로 돈을 챙긴 사건 이후 학부모 면담 때나 받을 수 있었다. '감히' 수당을 청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매일 밤 울면서 퇴근했다. 그녀는 기간제 교사다. 선생들이 기피하는 생활인권부(옛 학생부) 학폭(학교폭력) 담당도 비정규직 차지다. 정부가 교사를 정원보다 적게 뽑아 열 명 중 한 명이 기간제다. 젊고, '스펙' 좋고, 힘든 일 다 하고, 군소리 안 하는 비정규직 교사. 교장에겐 봉이다.

박근혜가 가라앉자 떠오르고, 박근혜가 유폐되자 돌아온 세월호.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정교사 7명은 순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이 아니고 '직무전념성'이 다르다며 고 김초원·이지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거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기간제 교사가 임용돼 근무하는 동안에는 공무원이라고 했다. 두 교사는 담임, 방과 후 활동, 생활기록부 업무까지 직무에 전념했다.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구조했다고 생존 학생과 선원이 증언했다. 순직이 아닌 이유가 '1도 없다.' 순직. 직무를 다하다가 목숨을 잃음. 국어사전을 부정하는 일은 더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은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뜻으로 홍준표를 뺀 모든 대통령 후보 공약이다. 삼성 핸드폰을 고치는 하청 기사의 봉급은 직영의 절반도 안 된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차별 금지를 엄격하게 시행하면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업들은 이것도 피해갑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에 하는 일을 처음부터 다르게 구분해 버립니다. 동일노동을 찾을 수 없는데 어떻게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 보수진영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진흙탕 싸움 중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답해보라. "동일 기업 내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강제하여 불공정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삼성 수리기사, 현대차 조립공, 현대중공업 용접사의 직영과 하청은 동일 기업인가 아닌가?

상시업무 정규직화. 가끔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1년 열두달 계속되는 일은 비정규직을 쓸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법으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겠다"고, 안철수 후보는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신줏단지로 모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신들이 만든 비정규직법에 대해선 한마디 말이 없다. "2년 이상 필요한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규제했더니, 2년마다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으로 규제를 우회하고(회전문 효과) 규제가 없는 사내도급, 특수직 등 간접고용이 늘어난다(풍선효과)"는 유승민의 분석에 대해 두 사람도 동의하는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재벌·노동 공약이 유승민 후보만도 못하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비판을 반박해보라.

①상시·지속 업무 정규직화 ②공공부문 2015년까지 정규직 전환 ③대기업 정규직 전환 유도 ④불법파견 특별근로감독 직접고용. 박근혜 '국민행복' 공약이다. 문재인, 안철수 공약이 박근혜보다 나은가? 진정성이 다르다고? 김초원·이지혜 교사 순직 불인정에 침묵하는 후보들 아닌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