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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근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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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9일 촛불민심이 탄핵반대 후보를 24% 지지에 묶어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촛불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번의 정권교체는 박근혜 탄핵에 이어 촛불시민혁명이 거둔 두 번째 성과다. 이제부터 촛불시민혁명은 새 대통령을 통해 제3단계, 본격적인 적폐청산과 양극화 해소, 구체적 삶의 조건 개선을 향해 나아간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여기저기 걸림돌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낙관한다. 먼저 5월10일 대통령취임사를 읽으며 문재인 촛불정부가 역사적 사명을 잘 수행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되고 싶은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부분이 따뜻하고 인상적이었다. 새 대통령의 진심과 결기가 느껴졌다. "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고" "권위적인 대통령문화를 청산하며"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으며"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의 소망대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돼 국민의 자랑으로" 남기를 함께 기원한다. 첫 인사의 면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지금까지 취임사를 포함해서 모두 3차례 공개연설을 했지만 촛불, 촛불시민, 촛불시민혁명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굳이 '촛불'을 호출하지 않은 이유는 생각과 정서가 다른 시민들에 대한 지극한 존중과 배려 때문일 것이다. 촛불시민, 특히 2,3,40대가 만들어낸 문 대통령인 만큼 자칫 편 가르는 말로 인심을 잃지는 말되 집권기간 내내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의 강남3구에서도 1등을 한 이변을 연출했다.



낙관의 다른 근거는 문 대통령이 처한 현실여건이 몹시 어렵지만 좋은 구석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선후보 문재인은 이번대선에서 대구, 경북, 경남 3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달렸다. 특히 서울의 강남3구에서도 1등을 한 이변을 연출했다. 광주와 전남북에서도 안철수를 두세 배로 압도하며 호남의 지지를 회복했다.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경남을 빼면 대구와 경북에서만 패배했을 뿐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었다.

득표율 41%는 다소 아쉽다. 특히 심상정 후보의 표를 합해도 47.2%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한 점이 걸린다. 2012년 양자대결 대선 때 지지율(48%)에 비해 지지세가 7%나 쪼그라든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2년 득표율은 안철수 지지표와 이정희 지지표가 많이 섞여 들어와 부풀려졌다. 이번 5자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에게 진보표심이, 안철수 후보에게 호남표심이 분산돼 2012년 표가 15%쯤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최종 표 손실이 7%에 그친 이유는 8% 넘게 새로운 표를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5자대결의 지지율 41%는 2012년에 비해 강도가 높고 허수가 없는 탄탄한 지지율이다.

집권과정에서 JP와 손잡아야 했던 김대중 대통령이나 정몽준과 손잡아야 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최초로 독자 집권에 성공했다. 이 점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역사상 최대표차(557만 표)로 2위 극우파후보를 누르고 1위를 한 사실도 돋보인다. 특히 2,3,40대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 이들은 IMF외환위기를 온몸으로 겪은 기회단절 세대로서 경제양극화 속에서 사라진 기회의 사다리가 재건되고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나아지기를 학수고대한다. 2,3,40대 시민들은 이번에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정권교체에 제일 크게 기여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핵심지지층의 이런 절박한 요구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는 진정한 국민통합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먼저 당사자인 2,3,40대가 삶의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주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사구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탄핵에 찬성했던 77%는 대선에서도 탄핵에 찬성한 정당한테만 표를 줬다.



'민주정부3기'의 성공을 위해 확고한 지지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반시민의 시민의식이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시민환경은 역대 최고로 좋다. 촛불시민혁명을 거치면서 깨어난 시민의식이 다른 어느 때보다 살아 움직인다. 촛불민심은 제3지대, 반문연대, 개헌연대 등 숱한 정치공학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반기문 조기낙마와 김종인 거품빼기도 그 덕분이었다. 탄핵에 찬성했던 77%는 대선에서도 탄핵에 찬성한 정당한테만 표를 줬다. 탄핵찬성후보들의 득표율 합계가 76%라는 사실이 이 사실을 말해준다. 촛불시민의식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개혁의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맞닥뜨릴 의회사정은 여소야대 원내5당 구조에 국회선진화법까지 있어서 갑갑하다. 지난1월과 2월 임시국회가 입증했듯이, 한 정당만 극렬반대해도 아무 일도 못하는 데가 국회다. 국회선진화법상 180석이 없으면 어떤 쟁점법안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까지 끌어안아야 주요 정책입법이 가능하다. 저마다 이해관계와 정책, 셈법이 다른 3개 정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고난도 협치와 타협의 정치가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의 교착상태와 발목잡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동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참여열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선수라야 한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사법부 쪽은 밝다. 탄핵으로 박근혜정권의 임기가 사실상 15개월이나 단축된 덕에 본래 박근혜 몫이었던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대법관 2인까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을 진보성향으로 임명하면 대법관도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총12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법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통령 몫 3인과 여당 몫 1인에 대법원장 몫 3인까지 총7인이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바로 1년 후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도 다행스럽다. 집권 첫해에 지난정권의 파행과 역주행만 신속하게 되돌려놓으며 새 기운을 불어넣어도 큰 변화가 체감되기 때문에 선거는 어느 때보다 해 볼만 하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시도교육감 선거에서처럼 개혁진보세력이 휩쓸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내년이면 역사상 최초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이어 지방권력까지도 본격적인 권력교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언론환경도 나쁘지 않다. KBS, MBC, YTN 등 지상파공영방송은 편파방송을 그칠 것이고 조중동의 영향력도 예전만하진 않다. 과거에 비해 중앙일보의 논조가 다소 중립적으로 가고 있다. 보수종편의 편파성은 여전해도 jtbc의 뉴스방송은 책임감 있는 언론보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온라인 언론, 특히 대안 언론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겠지만 여전히 진보 쪽이 우세해서 조금이나마 균형을 잡아줄 것이다.

경제전망도 나아지고 있다. 청년실업율이 최고점을 찍고 가계부채가 위협적이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소비지수가 살아나고 기업이익이 느는 등 경기회복추세가 이어진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코스피는 사상최고치 기록갱신을 이어간다. 지금은 기대감만 있을 뿐이지만 새 정부의 대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이 약발을 갖추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대폭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경제사정 악화로 개혁과 복지의 발목을 잡힐 것 같지 않다.


타임지도 지적하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가로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렵사리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점도 다행스럽다.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국의 사드 전격반입 배치와 칼 빈슨 항공모함의 한반도 배치로 안보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트럼프는 취임직후 선제적 정밀타격 등 군사적 응징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대북압박 수위를 높였고 한반도에는 우리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전운이 감돌았다. 최근 트럼프는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정책으로 선회하며 무력응징을 선택지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타임지도 지적하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가로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구태여 희망적인 구석을 찾아서 강조한 이유는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보여도 새 대통령이 얼마든지 헤쳐 나가며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에 비해 훨씬 원숙하고 준비된 모습이다. 이번 선거과정 내내 보여준 절제와 품격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이다. 진실 되고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될 것도 틀림없다. 정치적으로 볼 때 가장 결정적인 리트머스 테스트는 내년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개헌공약의 이행여부가 될 것이다.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크게 볼 때 정경유착과 '제왕들'의 구체제를 불가역적으로 청산하고 노동, 교육, 주거, 의료 등 민생에서 측정 가능하고 체감 가능한 진보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첫째, 적폐청산차원에서 검찰,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재벌개혁,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모든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개혁은 정치개혁, 그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다.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수를 배분하는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과 국민발안 등 직접민주제 도입으로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임기 내내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정권교체가 된 이상 시민주도 개헌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통해 촛불시민혁명의 가장 수준 높은 제도화를 이루어냄으로써 향후 더 많은 개혁으로 나아갈 헌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미 개헌의 방향은 나와 있다.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한 사회경제권 강화 개헌, 제왕적 대통령제와 제왕적 대법원장제 극복을 위한 수평적 권력분립 강화 개헌, 지방자치 강화와 중앙정부 축소를 위한 수직적 권력분립 강화 개헌, 시민주권 강화를 위한 국민발안과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도입 개헌이 그것이다.

이런 방향의 개헌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개헌과정이 철저하게 시민주도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절차적 대원칙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정치인과 헌법학자를 넘어 일반시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아래 그들의 경험과 열망이 반영되는 시민주도 개헌이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이 만들어진다. 그래야만 새 헌법이 국민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낸 촛불시민혁명의 제도적 성과가 된다.

시민주도 개헌이 절차적 요구라면 다른 하나는 실체적 요구다. 개헌을 통해 국제인권규범 및 OECD기준과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헌법 및 헌법구체화법률들을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그것이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금지입법, 대법원장의 법관인사권 독점입법, 국정원의 특권보장입법 따위가 대표적인 예다. 오랜 군사독재의 유산과 잔재를 머리에 이고지고 사는 일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혁명사를 새로 쓰고 많은 나라에 새로운 영감과 찬탄을 불러일으킨 우리나라의 국격에 도무지 걸맞지 않다.

머지않아 문재인 대통령의 주도로 시민주도 개헌과정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야권의 개헌요구에 밀려서 추진하기보다는 역사상 유례없는 본격적인 국민참여절차를 마련해서 촛불개헌에 앞장서는 게 바람직하다. 이래야만 새 정부가 필요로 하는 개혁적 시민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개헌과정은 촛불시민혁명의 기대와 열망을 확인하고 확산하는 고도의 시민주권활성화 과정이다. 이런 시민정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시민의 수가 많을수록 국회와 야당이 선진화법 속에 숨어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거부하며 개혁입법 태업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무서운 응징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물론 문 대통령이 첫 내각과 비서진을 자타공인 드림팀으로 짜서 멋진 새 출발을 하기 바란다. 첫 이틀의 인사스타일과 탈권위주의 행보가 이미 큰 지지와 호평을 받고 있다. 막 임기를 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5년 임기 내내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기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을 맞이하게 돼 한량없이 기쁘다.


* 이 글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뉴스레터에 실린 것을 일부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