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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또는 '진보'라는 라벨의 한계와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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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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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선거관련 뉴스에서 가장 빈번히 들리는 단어는 '보수-진보'이다. 그런데 이 개념이 마치 절대적으로 고정된 개념인 것처럼 참으로 무비판적으로 남용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지극히 단순한 성급한 라벨 붙이기만이 성행할 뿐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부재하다. 선거 '과정'은 선거의 '결과'만큼 중요하다. 선거 캠페인 과정 동안, 후보자들의 비전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성숙도를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사실상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과 정치이해가 복합화되고 성숙해질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극히 단세포적인 '보수-진보'라는 라벨이 '편가르기'만으로 차용되는 방식으로 선거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2.

'진보' 또는 이에 상응하는 '보수'라는 개념은 서구 계몽주의 시대 이후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된 개념들이다. 전형적인 이해로 보자면, '보수주의(conservatism)'란 현상유지적 성향을 강하게 지니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것들을 지켜내려고 하는 이들이다. 반면, '진보주의(progressivism)'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개혁'을 지지하고 모색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근대를 지난 현대사회에서 '진보'란 개념이 사회정치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젠더, 인종, 계층/노동, 성적지향, 장애, 나이, 종교 등에 근거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평등과 자유를 어떻게 제도화시키는가, 또한 생태문제, 군사주의 등의 문제에서 어떻게 '자국'의 이득만이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공존의 문제를 동시적으로 보는가와 같은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3.

이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진보' 또는 '보수'의 의미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회문화적 정황에 따라서 또는 역사-정치적 정황에 따라서 이 두 입장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어느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진보적 또는 보수적 입장을 지닌다고 해서, 다른 문제에도 그 진보성이나 보수성이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젠더문제에 대하여 진보적 성향이 있다고 해서, 성적지향의 문제에도 자동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가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또는 성적지향에 진보적 입장이라고 해서, 노동문제나 젠더문제, 평화문제 등에 그 진보성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현상유지'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비판되고 버려진 가치들을 복고적으로 끄집어내는 이들은, 사실상 '보수주의'가 아닌 '퇴행주의'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스스로 또는 타자에 의하여 '진보' 또는 '보수'라는 라벨이 사용된다 해도, 어떠한 의미에서 진보성 또는 보수성을 지니는가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비판적 조명이 요청된다.


4.

무비판적이고, 단순한 '보수' 또는 '진보'라는 라벨 붙이기에 집착하는 선거 과정을 통해서 정작 우리가 상실하는 것이 있다. 어떻게 '구체화된' 변혁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 '모든'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의 실현을 이루어내느냐는 문제에 대한 치열한 비판적 사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촛불 혁명이 만들어 낸 탄핵과 선거를 거치면서 이러한 '편가르기'식의 라벨붙이기가 아니라, 치밀한 검증과 조명하는 논의가 이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