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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주년, 청소년은 언제쯤 동등한 시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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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촛불 1주년 특별연재①]

작년 10월 29일은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친 첫 번째 촛불 집회의 날이다. 가을에 시작된 촛불 집회는 한 계절을 거리에서 보내고,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과 함께 봄의 한복판에서야 끝이 났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끌어내렸고 조기대선을 치뤘다. 최근에는 독일의 한 정치재단으로부터 촛불 집회에 참여 했던 1000만 여명의 국민들의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여전히 국회에는 정책자료집이나 베끼는 국회의원들이 활개치고(관련기사) 정치개혁과 개헌 논의는 특위가 구성되었지만 몸사리기 바쁜 기득권 세력들때문에 진도를 못 빼고 있다. 사회 개혁과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1000만 촛불의 염원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촛불 1주년을 맞아 100인 인터뷰는 각자의 자리에서 들었던 촛불을 기억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려 한다.

그 첫 번째는 청소년 인권 이슈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활동가 쥬리 님이다.

음. 일단 청소년 인권 의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청소년기에 어떤 경험과 고민을 하면서 보냈는지?

나는 중학교 2학년까지만 학교를 다녔다. 정확하게는 2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왜 안 다녔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그 때마다 '그냥 맞기 싫어서 나왔다'고 대답해왔다. 초등학교 때의 일은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의 일인데 담임교사가 학생 한 명을 불러내서 다른 학생들을 겁 준답시고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때리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경험 이후부터 학교랑 불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왜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 때리지?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건 잘못된 일 아닌가, 하는 감각이 생겨났다. 지금은 체벌이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여전히 지역에 따라 많이 일어나는 곳이 있고, 내가 중학교 다니던 당시엔 심지어 합법으로 여겨졌다

중학교 입학식 날 기억도 선명하다.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그 때 울산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학교는 신발부터 가방, 복장, 두발까지 전부 규제했다. 운동장에 신입생 300명이 일렬로 줄을 맞춰 서 있는데 주변을 돌아보다 문득 소름이 돋았다. 검은색 신발, 검은색 스타킹, 검은색 가방에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머리 스타일을 가진 인간 300명이 열을 맞춰 한 자리에 서 있다니! 결국 견딜 수 없어서 학교를 나왔다.

자퇴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치지는 않았는지.

물론 부모님이 엄청 반대하셨다. 지금 와서야 이렇게 이야기하지, 당시에는 갈등도 잦았고 힘들긴 했다. 청소년으로서 법적인 권리, 사회적인 권리가 하나도 없으니 결국 내 몸 하나로 버틸 수 밖에. 그래서 청소년들이 집에서 밥 안 먹고 단식 투쟁을 하지 않나. 몸으로 싸우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 학교를 그만두고 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가?

처음에는 운동이라는 게 있는지 조차 몰랐다. 체벌을 비롯해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지내다가 우연히 만난 한 진보신당 청소년 당원의 제안으로 청소년들의 공동체 비슷한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눈 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그 이후에 활동이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당시에 울산에는 청소년 인권 관련 단위도 없었고 인권 운동이 하고 싶어서 서울에 오게 되었고 2011년부터 다양한 단체에서 연대 활동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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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청소년 당사자는 아닌데. 비당사자로서 하는 청소년 인권 운동은 어떤지. 의지나 계기가 청소년 시기와 같은 결 안에서도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딱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이제 비청소년이 되는건데, 나의 변화를 스스로 어떻게 경계해야 할까. 스무 살 이후부터는 나에 대한 대접이랄까 사람들의 태도가 확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도 어린 여성으로 취급 받을 때도 있지만 청소년 때와는 분명 다르다. 그 때는 초면인데 반말하는 사람도 많았고 회의 이후 뒤풀이 문화도 눈치 보이고. 이런 일상적인 부분이 스무 살이 되고 달라지면서, 감각을 어떻게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청소년 인권 운동은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활동하며 살아온 시간도 쌓이다보니 결국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이것 뿐인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비당사자성이 옅어지기도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간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름이 참 길다. 촛불의 정신이랄까, 촛불의 기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가 담긴건가?

촛불의 의미를 계승한다는 뜻도 있지만, '촛불의 정신은 이것이었다'라고 청소년이 재정의하는 데 더 가까울 것 같다. 촛불 집회에 나왔던 청소년의 존재가 인권법제정연대의 구체적인 근거이다, 라는 맥락에서 이름지어졌다.

작년 촛불 때 정말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왔지만 정작 그들은 조기대선에 투표할 수 있는 선거권조차 없었다. 당시 촛불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제일 큰 규모로 청소년 사전집회를 열었고,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데 중고생연대, 중고생혁명 등의 단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촛불 집회에 청소년이 나왔다고 환호하고 신기해하는 분위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여태까지 만날 나왔는데 왜 저러나 싶었달까.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에게 반말을 하거나 기특하다는 식의 태도로 청소년을 여전히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2000년, 2008년 집회에도 청소년들의 집단적인 참여는 있긴 했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꼭 집회에 나오진 않더라도 학교나 일상에서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 왜 관심이 있는걸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청소년은 선거권도 없고, 정치 참여의 기회도 많이 차단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집회에 나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민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느끼고 참여하는 것,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왜 줘야 하냐는 질문에 가장 강력한 근거는 이들의 존재에 있다.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존재 자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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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활동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도 청소년 정치참여와 선거 연령 관련해서 당연히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청소년 참정권 의제 관련해 구체적인 요구안이 무엇이고 어떤 기조로 활동하고 있는가?

일단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년 지방선거는 청소년과 함께 하자'를 목표로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 집중 하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발의를 준비하려는 법안의 기준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모두 만 16세이다. 서명 운동을 받을 때는 만 18세 이하로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선거연령 뿐 아니라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연령제한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둘 다 만 19세로 규정되어 있다. 주민발의권이나 지방자치 관련 법률도 만 16세로 동일하게 요구하려 한다. 이 연령 규정은 우리의 요구를 담은 법안을 발의 할 때의 기준이다.

흔히들 만18세 선거 연령을 이야기할 때는 직업 선택이 시작되는 나이라든지 군복무의 의무가 시작되는 나이 등을 언급하게 되는데. 단체 공식 입장으로서 피/선거권 만 16세라는 기준의 논거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청소년 운동에는 이 질문과 관련한 논쟁의 역사가 있다. 나이를 제시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그렇지만 나이를 전면에 내걸어야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다. 나이를 제안하는 방식의 운동이 명확한 한계는 있다고 본다. 우리의 고민을 16세 미만의 청소년과는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니까.

다만 우리가 운동으로서 제안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나이가 몇 살일까 고민해봤다. 만 18세는 대부분 스무살이고, 대학생도 많아서 청소년 참정권을 이야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청소년 중 아주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을 수 있으나, 그 수가 너무 적다. 선거는 대부분 봄에 치뤄지는데 실질적으로 생일이 지난 청소년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 16세는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만 16세가 많고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만 16세가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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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에 분노하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지 1년이 지났다.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면서 관련해서 이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게 있는지?

이제 적어도 집회를 하면 교육부에서 집회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공문 같은 건 안 보내지 않을까? 2008년에는 장학사, 교사들이 노골적으로 청소년의 집회 참여를 제지하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세월호 리본도 교육부에서 막고, 고등학생이 관련해서 대자보 쓰면 학생지도 하라는 식의 공문을 내리기도 하고. 문재인 정권은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 않을까 정도의 기대는 있다.

하지만 어려운 것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면 교육 운동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수능폐지와 대학평준화, 단기적으로는 수능절대평가와 수시전형 개편을 통해 대학입시 경쟁과 서열 완화를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문재인 정부에 교육 개편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절대평가제 관련해 진통을 겪다가 수능 개편이 1년 미뤄졌다. 바뀐 정권이 교육 분야에 대해 얼마나 큰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겉에 보이는 것만 조금씩 끊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테니. 근본적인 것을 바꿀 의지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정권이 바뀐 후 촛불 승리 경험과 함께 정치도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다. 현재 국회 안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긴 했지만 여전히 당리당략만 따지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개혁이 막혀 있는 상황인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도 최근 '정치개혁 공동행동'에 결합해 함께 활동을 논의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나?

일차적으로는 국회 개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국회의원 선거 할 때마다 허탈함이 많이 든다. 현재 소수정당은 국회 진입 자체가 어렵다.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선거제도가 바뀐다면 소수의 작은 정당도 의석을 차지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당장 바뀐다고 해서 의석의 반을 차지하게 되거나 하진 않을테지만 어쨌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편이 아닌 두 정당의 의석 경쟁으로만 선거가 판가름 나는 상황은 최소한 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제도와 관련한 분통한 마음은 매번 선거 때마다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 본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1등만 당선 되는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나? 1등이 권한을 너무 많이 갖게 되는 구조는 정말이지 이상하다.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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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인터뷰의 15번째 외침ⓒ비례민주주의연대

마지막으로 요즘 삶의 화두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것도 좋고, 활동적인 것도 좋다.

최근 지인들과 대화에서 나눈 얘기인데 내 꿈은 청소년을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화두라기보단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청소년을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대우를 받는 세력으로 만드는 것. 이건 운동을 통해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득권들은 굳이 운동을 안 해도 이미 세력화 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여성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운동을 통해 계속 모이고 외치고 투쟁하면서 사회에 필요한 정책이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개입하는 세력으로 대우받게 된다. 선거권 연령 하향 등 제도적인 변화와 함께 청소년이 그런 집단으로 유의미한 세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의 변화는 늘 느리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청소년 운동을 하다보면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사회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길게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조금씩 변화하긴 하니까. 그래서 급진적인 이야기라도 계속 끊임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마찬가지다. 녹색당 등 소수 정당이 몇 석이라도 차지하고 국회에서 계속 이야기 하면, 당장은 정책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미를 가지고 실현의 가능성을 높이게 될테니까.


2018년 지방선거를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번째 선거로 만들자!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 지지 서명에 참여하기 (youthact.kr)

진행 | 김푸른(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 | 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