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Headshot

투표권이 있어도 없어도, 반영되지 않는 목소리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2017-09-06-1504701787-6571649-banner.jpg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도 '노동'을 한다.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노동의 모양새와 비중이 다르다는 점도 성인의 노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년 중에도 누군가는 가정과 일상을 돌보는 노동에 더 힘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원하든 원치 않든 경제 활동을 위한 노동에 뛰어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만 15세가 넘으면 부모님 동의하에 아르바이트(알바)를 할 수 있다. 특성화고교를 다니는 경우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작업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미 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노동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알바를 하면서 사고를 당해도, 알바비를 떼여도, '그러게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꼬리표가 먼저 따라 붙는다.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나가 장시간 노동을 겪어도,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참아라, 버티라'는 공허한 대답만 돌아올 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치권에도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즉,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교육,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결정 과정에 유권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2014년 청소년 당사자들이 모여 스스로 자신들의 노동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생겨났다. '청소년유니온'은 청년, 노년에 이은 3번째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청소년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섬(별칭), 유능이(별칭) 님을 만나 청소년 노동과 정치, 그리고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2017-09-06-1504702060-9665840-DSC05956.JPG

청소년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능이(왼쪽)와 한섬(오른쪽)님ⓒ비례민주주의연대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당사자가 만든 국내 최초의 노동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청년유니온의 청소년 팀으로 활동 했다고 들었다. 따로 결성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한섬 청년과 청소년은 일단 상황이 많이 다르다. '청년'이라고 호명되는 정체성이 주로 20대, 수도권, 4년제 대학생 중심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 알바, 등록금 등의 이슈를 주로 다르게 되는데 여기에 10대 알바, 고졸 취업자의 노동 부분은 빠져있다. 청년유니온의 한 분과인 청소년 팀에서 이 이슈를 주로 다루다가 영역이 점차 커지면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2014년 출범식을 갖고 노조설립신고를 냈다.

두 사람은 각자 어떤 계기로 청소년유니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

유능이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유니온에 탐방을 왔다가 이렇게 깊숙하게 엮였다(웃음).

한섬 청소년유니온은 관심사의 교집합이었다. 처음 청년유니온 활동을 할 때는 내가 포함된 청년세대의 노동문제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마음과 동시에 갖고 있던 게 10대 시절의 나를 위로 하고 싶었다. 10대 때 알바 경험은 없지만 대학 입시 문제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거나 이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해주는 존재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강력한 재정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싶었다. 말 그대로 지갑을 열어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지금은 내가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청소년유니온은 현재 어떤 활동을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나?

유능이 일단 만 15세에서 24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특성화고 재학생을 비롯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사람 등이 조합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주로 하는 활동은 현장실습 문제,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 고졸 취업자 문제 등 청소년 노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인권 교육 확대는 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이슈이다. 청소년유니온 집행부의 임기가 2년인데 현재 4년째 하고 있다. 4년을 지속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체 재정은 어려운 상황이라 뿌듯함과 동시에 험난한 여정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가입연령이 만 15세에서 24세까지다. 어떤 기준으로 정해진 것인가?

한섬 만 15세는 한국 근로기준법상 돈을 받고 일 할 수 있는 나이다. 청소년기본법에는 만 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보고 있다. 법적 근거는 그렇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20세 이후에도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보통 10대 후반부터 사회문제, 특히 청소년 당사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다가 20세를 기점으로 끊긴다. 우리끼리는 청소년 운동을 도돌이표 운동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사람이 왔다가 떠나가고, 했던 사업을 다시하고. 이렇게 조직 내 사람이 오래 유지 되지 못하고 반복되다보니 20대 초반까지는 같이 활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폭을 넓혔다.

2017-09-06-1504702406-9974361-DSC05965.JPG

뭔가 열띄게 설명중 ⓒ비례민주주의연대

청소년 노동 의제를 전면에 다루는 최초의 노동조합이다 보니 활동하면서 보람도 많을 것 같고, 반면 한계도 명확할 것 같다. 뿌듯했던 사례나 활동하면서 느끼는 한계가 있다면?

유능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청소년유니온에 합류 하고 함께 활동하는 분들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 동시에 그렇게 합류한 분들이 고3이 되면 학업을 이유로, 20대 초반 남성의 경우 군대 문제로 활동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군대와 수능을 없애는 것이 청소년 운동이 살 길이다(하하).

한섬 보람찼던 사례가 하나 있다. 한 조합원이 웨딩홀에서 알바를 했는데 주휴수당과 야근수당을 합쳐서 약 1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노동청에 신고해서 받아냈는데, 혼자만 받을 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챙겨 받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청소년유니온에서 노동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결국 상담을 통해 그 친구들이 받아낸 총 금액이 약 1,000만원 정도 였다. 그때 인사팀에서 '너희 뭐 하는 짓이냐'며 전화로 욕도 많이 들었다. 나중에는 웨딩홀이 근로계약서를 쓰고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노동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청소년이 겪는 문제가 많을 것 같다. 그런 청소년의 다양한 이슈를 정치권에서 대변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섬 당연히 없다. 청년 정치인도 없는 마당에. 지지난 총선에는 그나마 청년 비례 후보가 반짝하다가 지난 총선에는 그 자리가 싹 사라지고 할아버지들이 비례대표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 청년은 청소년에 비해 어느 정도 목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년 정치인도 사라지는 마당에 청소년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있겠는가.

유능이 없다. 대안학교를 다닐 당시, 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한 후보가 선거 운동 하면서 학교를 방문했다. 대표교사와 저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하지만 사실 우린 그 후보를 지지해도 뽑을 수 없지 않나. 투표권이 없으니까. 우린 유권자로서 힘이 없으니까 우리들의 의견은 어떤 경로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17-09-06-1504702234-351161-DSC05971.JPG

비례민주주의연대 리플렛을 들고 활짝 웃는 유능이님 ⓒ비례민주주의연대

청소년과 정치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이슈가 참정권 문제인 것 같다. 청소년 참정권 문제와 더불어 청소년의 정치 참여, 정치 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생각을 조금 더 들려줘도 좋겠다.

유능이 정치 교육 특히 선거 교육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학교에서 경험한 선거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았다. 아무도 출마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그래서 후임자를 정해서 설득하는 식이었다. 현재 20살인데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조기대선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도 못하고, 선거를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받은 선거 교육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아동용 영상을 보고 학생회 투표를 해 본 게 전부다.

한섬 현재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인데,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만 18세 투표권을 반대하고 있다. 만 18세 투표권을 지지하는 시민이 더 많은데 이런 현상은 다수 시민의 뜻과 배반된다. 또한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두고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소년의 정치 혐오나 무관심이 문제라는 식의 비판을 하다가 만 18세 투표권 논쟁에 있어서는 교실이 정치 논쟁판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니 반대한다는 식이다. 나는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교실에서 정치 논쟁이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행태가 바뀌어야 젊은이들도 투표하고 정치에 참여 하지 않겠나. 10대 까지는 정치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다가, 20대가 되니 갑자기 투표 하라고 하는 게 더 황당하지 않나. 민주적인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한국 사회의 특징인 것 같다. 그래서 제도 안에서 정치 교육이이루어지고 의사결정 구조의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같이 변해야 한다.

유능이 내 의사로 직접 참여했고, 민주적인 의사 표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촛불집회였다.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이 내 또래였기 때문이다. 겨우 한 살 차이였다. 사실 이전 까지 정치에 대해 깊게 고민하진 않았다. 대충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세월호를 겪으면서 조금 달라졌다. 수많은 의혹은 터지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 놓지 않는 걸 보면서 어떤 무기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집회에 가서 같이 분노하고 동시에 우린 힘이 없으니 무력하게 있기도 하고. 적어도 같이 뜻을 나누고 의사를 표출했던 것은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2017-09-06-1504702479-7954000-DSC05979.JPG

100인 인터뷰의 10번째 외침 ⓒ비례민주주의연대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국회 다수당의 정책 노선은 다수 유권자의 지지와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거제도가 애초에 잘못 설계되었다는 주장도 있다(비례민주주의연대가 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인터뷰도 하고 있다). 청소년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행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섬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청소년유니온 활동이 필요한 이유와 같을 것 같다. 바로 시민들의 의견이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특히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 가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경험이 많다. 선거제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례성이 적은 선거제도 때문에 왜곡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가 적으니 국회의원 의석수에 유권자의 선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어서 반영이 안 되고, 투표권이 있어도 반영이 안 되니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삶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유능이 요새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시간이 아까워서 자기 계발에 힘쓰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서인지 딱히 재미가 없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질문이 '어떤 것을 최대한 경험할까'에서 '어떤 것을 최대한 즐길까'로 이동하고 있다. 요즘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다른 단체 사람들, 롤모델 같은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도 하고 있다.

한섬 돈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을 쉬고 있어서 취업 고민도 하게 되고. 청소년유니온 활동 안에서는 단체 재정문제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청소년 운동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 중 하나가 돈 문제이다. 나는 청소년유니온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연령의 사람들이 실력으로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만드는 조직이 되길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진행 l 김푸른, 정대망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 l 복코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