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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마을에서 고민한 '정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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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거주지가 서울이라면 그곳이 도시일 수도, 마을일 수도 있다. 도시와 마을은 멀고도 가깝다. 그 경계를 구분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사람이 살기 위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마을이 도시보다 먼저였단 사실은 우리가 삶의 지혜를 마을살이에서 구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서울에는 꽤 유명한 성미산 마을이란 곳이 있다. 서울시의 핵심 추진사업인 마을공동체 만들기도 성미산 마을 모델을 벤치마킹한다. 주민 자치와 지역 공동체에서 필요한 소통, 참여, 협력은 이 시대의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데 필수 요소가 되었다. 어렵지만 그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 경계에 이 사람이 있다. 20년 전부터 주민의 한 사람으로 성미산 마을 만들기에 함께했고, 서울시에선 협치자문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으로 행정가로서 도시와 마을을 가꾸었다. 마을에선 '짱가'로 통한다는 유창복 님을 만났다.

요즘 전국적으로 꾸려지고 있는 정치개혁 공동행동에서 서울 지역 준비팀을 맡아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꽤 오랫동안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왔던 거로 알고 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공식 소속은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경제대학원 겸임교수이고, <정치개혁 서울행동>을 대표해서 활동하고 있다. 주 활동근거지는 마포다. 마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서울시에서 일하다가 최근에 다시 돌아왔다. 요즘 마포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지지하는데 그치지 말고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후보를 만들고 당선시키자는 운동이 있는데, 거기 숟가락 하나 얹어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2011년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마을공동체 정책을 따는 일을 도와달라 해서 참여했고, 2012년 가을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센터장을 3년 동안 했다. 이어서 올 4월 말까지 약 1년 반 동안 서울시 협치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서울시 정책에 관여하기 전에는, 성미산마을에서 재미나게 놀면서 '마을과 사람'에 대해 배웠다. 무말랭이라는 성미산마을극단의 10년 차 단원이자 마을극장장이기도 했고, 성미산학교 설립위원장, 교사대표, 교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성미산마을 축제 집행위원장, 조직위원장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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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은 다양하지만 마을에서는 짱가로 통한다는 유창복 님 ⓒ비례민주주의연대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마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정치적 의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사람 사는 마을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성미산마을에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정치 의제라고 생각한다.

15년 전쯤 성미산을 개발해서 아파트를 짓겠다는 시도가 있었다. 서울시가 산 정상을 깎아내고 배수지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 후, 또 홍익대학교 재단이 성미산을 인수하고는 홍익 여중고를 이전하는 부지로 쓰겠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난개발로 도시와 마을공동체를 파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생각이 같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했고, 관공서와 정당, 정치인을 쫓아 다니면서 호소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 한 마을을 지켜내기가 참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작년부터는 마포구청이 홍대 앞 관광특구 정책을 추진하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니까 쇼핑몰 같은 걸 유치해서 지역경제개발을 해보자는 거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건 건물주들과 대형 유통자본이고, 중소상인, 문화예술인, 청년이나 노인, 1인 가구들이 동네에서 쫓겨나게 된다. 특히 작년에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포장마차나 영세자영업을 해왔던 분들이 수백명의 용역들에게 강제로 쫒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이 강제철거의 위협은 가시지 않고 있다. 모 유명 대기업이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고 있는데, 쇼핑몰이 들어서고 나면 주변의 일대의 많은 중소상인이 견디기 어렵게 된다. 정치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먼저 따져보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주민들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고민을 충분히 하지않고 일을 추진하면, 결국 없는 사람, 평범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아프고 절실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까, 마포지역의 많은 주민이 "도저히 안 되겠다, 마포구청을 바꾸고 구청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후보를 주권자인 주민이 만들어서 당선시키고, 당선 이후에 협치 시스템을 만들어서 주민이 통제하는 정치를 지방정부에서 실현해보자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마포지역의 다양한 주민들이 지역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내년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러면 마포구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가?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2002년부터 매번 지방선거 때마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했는데, 2인 선거구에서 항상 3등을 하다 보니 매번 낙선했다. 그때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동네 정당 '마포파티'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행 정당법상 마포에서만 모여서는 정당이 될 수도 없고, 정당 이름으로 후보를 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법 개정 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언제 법이 개정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안 될 경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겨울,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당들이 변하는 것을 보았고, 신뢰도 하게 되었다. 기존 정당을 무조건 불신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해보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마포구 지방정부를 시민의 정부로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함께 민주당에 입당해서 정당 활동도 하고 지역선거도 준비해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역 주민의 '민주당 입당'이라는 결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배경과 이유로 민주당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고민이 많았다. 마포에서 마을 정치, 동네 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우리의 소박하지만 좀 결이 다를 수도 있는 바람이 민주당이라는 그릇에 담길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전과 다른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정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험과 기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원순 시장이 들어선 후 보여준 서울시정은, 함께 노력한다면 시민의 기대에 좀 더 부응하는 지방정부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또 출범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란 게 거창한 어떤 것이라기보다, 우리 정치가 좀 더 시민의 삶에 뿌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동네에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합쳐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우리 삶에 더욱 뿌리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동네 정치에 대한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면서, 이렇게 방향을 잡게 된 것이다.

마포파티(지역 정당)를 만들려다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계획을 말씀하셨는데, 그런 과정에서 일어났던 갈등과 고민이 궁금하다.

"지역 정당을 하려고 했으면 계속 추진해야지, 왜 접냐? 민주당 안에서 지역 정당의 꿈이 실현될 조건이 갖춰질 수 있을까? 우리의 정치 철학이 당선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포기되거나 왜곡되는 것 아닌가?" 등등의 질문과 고민이 있었다. 그분들과 함께 우선 마포가 가진 문제의 절박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마포는 개발과 그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 거대 기업과 중소상공인들 사이의 갈등,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 경제생태계의 파괴 등 당장 지방정부의 노력이 시급한 절박한 문제들이 많다. 법이 바뀌고 제도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설득했다.

그래도 동의가 안 되면, 서로를 인정하고 가능한 부분에서 연대하자고 제안한다. 이건 마을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다른 의견이 있으면 서로 충분히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반드시 하나의 입장으로 통일하려고 애를 쓰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는 다른 의견들이 실행과정에서 공유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찾는다. 근데 생각보다 많은 주민이 이 프로젝트에 동의한다는 점에 오히려 깜짝 놀랐다. 정당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한다. 아마도 세월호, 촛불, 마포구청의 행태, 무소속 출마와 낙선의 흑역사(?)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주민들의 생각을 많이 바꾼 것 같다. 물론 마포의 방법이 꼭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모두 형편과 조건이 다르고, 다른 만큼 주민주도의 지역 정치를 만들어가는 방법 역시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서울행동을 준비 중인데, 공동행동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나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치개혁은 촛불로부터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촛불을 통해서 우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바꿨다. 국민들의 직접행동과 탄핵이라는 합법적 절차로 가능했다. 그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과제는 누적된 적폐의 청산과 총체적인 국정의 쇄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과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그건 결국 정치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이런 적폐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혁신을 통하여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폐의 역사적 마개를 꽉 닫아야 한다. 또한, 정치혁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적폐청산과 국정쇄신의 과제는 적폐세력의 끈질긴 저항을 이겨내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혁신은 문재인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적페청산과 국정쇄신이라는 과제의 목표이면서 동시에 수단이기도 하다. 기승 전 정치혁신이다.

그럼 정치혁신의 내용이 뭐냐? 한마디로 말한다면, 주권자인 시민이 중심에 있는 시민 정치를 만드는 것이고, 시민 정치로 작동하는 시민 정부를 구성하는 일이다. 정당도, 정부도, 공공기관도, 기업도 모두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행복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일상의 정치가 가능해야 한다. 추운 겨울 몇 달씩 거리에 나서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주권자의 뜻에 따라 정치가 움직이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이것이 되려면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끈질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혁신을 현실로 옮기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제도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다 놓아도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쁜 결과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도를 선용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뒤따를 때, 제도개혁은 필요하고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분권과 선거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분권이다. 중앙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 문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 사회의 권한과 자원이 지나치게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은 차단되기 때문이다. 중앙보다는 지방, 소수보다는 평범한 다수가 권한과 자원을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건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선언했고, 개헌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 역시, 중앙이 지방으로 많은 권한을 이항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금의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시민의 정치적 의견을 왜곡하고 다수 시민의 의사를 정치 공간에서 배제시키기 때문이다. 2명 중 1명의 표심이 사표가 되는 체제에서 정치가 시민을 제대로 대변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의 의견이 더욱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비례성이 훨씬 높은 제도로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거대한 독점정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가 초래하는 문제도 많이 개선될 것이고, 다양한 정치세력(정당) 간 협력(협치)도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가장 최초의 선거 경험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선거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는 선거에서 바람이 이루어졌다거나 반대로 철저히 실패했던 경험이 있나.

직접적으로는 15년 동안 마을에서 경험한 것이다. 마을주민들이 직접 뽑은 후보가 구의원에 당선되게 하려고 모두 노력했는데 실패했을 때의 좌절과 쓴맛은 잊을 수가 없다. 답답하고 속상했다. 18%에서 23%에 달하는 비교적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항상 3등이라 떨어졌다. 1, 2등과 차이가 크게 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규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정치 자원과 정치 이슈를 승자 중심으로 줄을 서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고, 특히 소수의 정치적 요구를 배제하게 되어 정치발전을 더디게 한다. 또한, 승자독식의 기득권 체계가 구조화되고 시간이 갈수록 역진할 수 없도록 단단해진다. 거기서 부패가 나온다. 집중된 권력이 한 군데에 고일 때 부패의 싹이 자라는 법이다. 유례없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역시 그 예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소수는 개별적으로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모든소수'를 합하면 지금 다수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된다.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소수이지만 대단히 시급하고 절실한 정치 의제를 가진 집단이 있는데, 소수라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우리 사회 아픈 곳이 정치 속에서 조명을 받지 못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이고 정치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의 의제가 정치적으로 존중받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기대는 무엇인가?

시민의 의사가 좀 더 제대로 대표되는 것, 다양한 정치집단의 공존으로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대표의 필요성에 대해선 앞에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양한 정당 간의 연합정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야 우리 정치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협력은 번거롭고 시끄럽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협력이다. 협력한다고 둘이 나서서 일은 일대로 안 되고, 의만 상하는 게 보통 협력의 경험이다. 이걸 왜 하냐, 이 힘든 협력을. 협력을 안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력이 아름답고 좋아서라기보다는,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야말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비례대표제가 곧바로 연합정치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연합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압력을 높여서 정당들이 적응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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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인터뷰의 9번째 외침ⓒ비례민주주의연대

협치가 가능하게 하려면 다당제 구조가 중요한 것 같은데. 마을의 입장, 본인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있다면 아마 열심히 지지하면서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비록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정당에서 활동하기를 선택했지만, 다양한 작은 정당들이 지지받는 만큼 의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추상적인 질문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정치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치는 내 필요와 욕구를 얘기할 수 있는 권리인 것 같다. 왜냐면 우리는 소중한 존재니까.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엄하며, 존중받아야 하는 주체이다. 이것이 근대 사회의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결사의 수준이 소수라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배제되는 것은 잘못된 정치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필요와 욕구를 주장하고 그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서 동감하는 사람들과 정치적 결사를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관철하려는 노력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이걸 방해하는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까지 포함해서 정치다. 말하고 보니 결국 마을 살이도 정치인 것 같다.

요즘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문제나 삶의 화두는 무엇인가?

집값이다. 외곽으로 계속 쫓겨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집을 사는 건 엄두도 못 내겠고 현실적으로 제일 어렵다. 두 번째는 정치를 터부시하는 경향과 정치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다. 마을에서도 정당과 종교는 금기인데, 왜냐면 그걸 과도하게 주장하다 보면 이웃 간에 의가 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최근에 깨지기 시작했다. 세월호를 겪으면서, 마포구청의 행태를 직접 당하면서, 촛불 집회를 겪으면서 말이다. 진짜 정치가 아니면 해결할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을 마을주민들이 많이 하게 되었다. 정치를, 정치인을 혐오하기 전에, 바른 정치인이 나오고, 바른 정치가 되도록 나부터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아마도 민주당 입당 결정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 즉, 세월호와 촛불, 마포의 경험들, 무소속 실패의 경험들이 축적되어서 지금의 판단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치가 익숙지 않아 쭈뼛쭈뼛 하지만 말이다. 하하

권력을 운영해 보아야 권력을 만드는 일도 쉽게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시에서 시민이 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할 소중한 기회를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져봤다. 마을 지원센터장으로, 협치 자문관으로 있으면서, 공적 권력을 잘 사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니까, 성미산마을에서 20년을 활동해도 불가능했을 일이 대번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권력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른바 권력의 효능감을 서울시 정책을 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권력을 잡거나, 아니 잡지 못하더라도 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개입한 만큼 우리가 원하는 것을 관철해야 한다. 이건 민주사회에서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진행 l 김푸른, 신승현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 l 복코, 정대망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