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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배우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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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과천시에는 동네 사람들과 호흡하며 잔뼈가 굵어진 시의원이 있다. 그녀도 처음부터 지역 정치라는 청운의 꿈을 꾸던 사람은 아니었다. 교사가 꿈이었던 그녀는 마을 공부방 교사로 지역에서 일을 시작했다. 공부방의 급식부터 프로그램까지 전부 동네 사람들의 자원활동으로 운영되다 보니, 그녀도 자연스럽게 동네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관심과 고민이 여러 경로로 확장하면서 과천을 기반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고, 마을 신문의 시민 기자부터 풀뿌리 자치연구소의 운영위원까지 점점 뻗어 나갔다. 동네일에 대한 기사를 쓰려다 보니, 시정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예산서를 들여다볼 일도 많아졌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시의회에서 일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로 스며든 과천시의회 의원 제갈임주 님을 만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번 인터뷰가 시의원 자격을 가지고 한 최초의 단독 인터뷰라 밝혔다.

어쩐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부터 망설이는 낌새가 느껴지긴 했다.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가 특별히 있는 건가?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네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활동이 취잿거리가 되면 주로 얼굴이 알려진 사람만 앞에 나온다. 대부분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동네 이야기를 하면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청이 오면 일하는 사람을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데 신경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터뷰도 거절하게 되더라.

나서는 걸 딱히 즐기는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시의원에 출마까지 결심하고, 당선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하다.

발단은 동네의 선거 운동이다. 과천에서는 동네 사람들 몇몇이 모여 좋은 후보를 밀어주는 선거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밀어주는 선거 운동' 말고 '좋은 후보를 뽑는 과정부터 우리 손으로 시작하자'는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당시는 과천뿐 아니라 지역별로 이런 시도들이 활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도 '얻다 대고 공천이야'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민들의 'N 분의 1 공천권 행사' 등의 활동이 있었다.

내가 나가 보고 싶다, 이런 식이라기보단 우리 동네 일꾼으로 누굴 뽑으면 좋을까, 이런 논의에서부터 출발해 시민 공천이 진행되었다. 서로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정치와 풀뿌리 활동을 동네에서 해 온 여성 활동가 중심으로 후보를 내기로 했다. 그렇게 2명의 후보가 마련되었고 그중 한 사람이 나다. 동네 사람들과 선거운동을 해서 과천시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매우 뜻깊은 선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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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는 과천시의회 의원 제갈임주 님 ⓒ비례민주주의연대

본격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지역 정부, 지역 의원의 역할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시의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의원은 시민의 대표다. 시민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게 기본이다. 크게 의원에게 두 가지 역할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지방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예산을 심의 하는 일이다. 둘째는 역할은 지역에 필요한 법을 만드는 일인 조례 제정이다. 그 외에도 집행부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 점검하는 활동, 시민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과 어려움을 풀어내는 역할도 필요하다.

시민단체 활동을 바탕으로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활동가 정체성을 가지고 일 할 때와 시의원으로서 일하고 지역을 바라볼 때는 사뭇 다를 것 같기도 한데 차이가 있다면?

과천 시민단체 활동가로 있을 때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호소하거나 제안해도 결정권이 없으니 일방적인 메아리로 돌아올 때가 많았다. 무력함을 많이 느꼈다. 반면 시의원은 상대적으로 직접 일을 집행하는 공무원과 대면할 수 있다. 때문에 의견을 권고하고, 예산을 조정하며, 잘못된 것을 지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시민보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지역 의원을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 정치의 문턱이 현재 너무 높으므로 시민들의 전문성으로 의원의 역할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의회에 들어와 보니 일정 정도의 준비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점은, 시민 단체 활동가 입장에 있을 땐 비판이 쉽고 자유로웠다. 그러나 의원이 되고 나니 특정 사안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으로 자리가 이동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쏟아내던 말들을 점점 잃었다. 부정적으로만 느끼는 건 아니다. 시의원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집단의 시각에서 한 사안을 바라보고 조율해야 하는 자리가 정치인의 자리이기도 하다. 한 가지 사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하게 된 것도 이전에 활동할 때와는 달라진 점이다.

나름 지역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의원으로서 일하기 위해 준비가 더 필요했다는 이야기는 지역 정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들을 하면 좋을까?

스스로 시민 기자 활동을 하면서 나름 예산서도 많이 봐 왔고 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정에 관심 두기 시작하면서 시민 후보로 배출된 시의원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의원으로 당선되고 나니, 당선과 동시에 중요한 결정이 일어나는 현장에 바로 투입되기 시작하더라. 배워야 할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정치를 염두에 두는 사람이라면, 여러 정책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과정을 함께 나눌 동료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현실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의 시의원, 구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는 허다하고, 시의회에서 어떤 일이 결정되고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심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느끼는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통로가 제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의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예산 결정, 조례 제정·개정·삭제 등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과천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비판과 견해가 생길 텐데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의회 소식지를 분기별로 발간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전체 배포가 아닌 별도로 신청한 시민에게만 배포하고 있다.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 시민에게 배포하자'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질의서도 보내고 과천시 선관위에 공문도 보냈는데, 선거법상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의정소식지는 의원을 홍보하는 목적이 절대 아니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현재는 샘플을 가져와 보라는 답까지 얻어놓은 상태이다. 물론 의회 회의록과 동영상은 온라인에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가까이 갈 방법들이 더 고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위스에 연수를 갔을 때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라는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인구 4만 정도 규모의 작은 주에서 10가지 의제를 놓고 시민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정책을 채택하는 정치적 이벤트였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행과정을 준비하는 의원들의 역할이었다. 의원들이 6개월간 '메모리얼Memorial'이라는 책자를 작업하는 데 매진한다. 이 책자에는 주민들이 선택할 10가지 의제에 대한 현황, 문제 인식, 법률적 근거, 다양한 입장 등이 정리되어 있고, 선거 전 모든 가정에 배포된다. 의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사전에 얻은 시민 중 원하는 사람들이 시청 광장에 모여 투표하게 된다. '메모리얼'이라는 책자는 나에게 의원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단서였다. 시의원으로서 결정권을 행사할 때 그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의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원으로서 바라보는 국회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일반 유권자와는 다른 결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시의원 되기 전까지는 신문을 잘 안 봤다(웃음). 현재 국회가 특정 계층에 편중되어 있다는 이미지는 일반 유권자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정치란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국회에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국회 이미지를 물었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치 짠 것처럼) 선거제도 개혁을 언급했다. 인터뷰의 기획 의도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인터뷰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웃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져올 변화나 기대가 있다면 조금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 문화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종전처럼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치는 정치문화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 구성이 달라지면 문화도 바뀔 테니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대의민주주의, 즉 국회의원을 통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형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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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인터뷰의 7번째 외침ⓒ비례민주주의연대

앞서 인상 깊은 사례로 언급한 스위스 란츠게마인데도 직접민주주의의 제도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참여/직접 민주주의적 제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지?

과천에서 풀뿌리 자치 관련 활동을 하면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국민이 참여까지 가려면 말 그대로 저녁이 있는 삶,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가능하다. 경제적인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과천에 시민운동이 나름 활발하게 된 데에는 시민의 경제적 요건도 중요한 몫을 했다. 참여민주주의가 발달하려면 일단 복지 수준이 고르게 발달한 나라가 되어야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원이 되어서 활동하다 보니 참여민주주의의 한계도 보게 된다. 의원이 되고 난 후 첫해에 과천에 승마와 캠핑장 사업을 벌이려는 시장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다. 졸속 사업이라 비판하는 시민들과 지역 단체들이 주말마다 거리에 나와 4천 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서 제출했다. 그러자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관변단체들이 8천 명 이상 서명을 제출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참여하는 시민의 대표성, 동원되거나 조작될 수 있는 참여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참여민주주의에서 시작한 고민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대다수 시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북유럽 국가의 합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여민주주의로 이어진 고민이 합의/협의 민주주의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고민하는 합의/협의 민주주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아까는 스위스 연수였다면 이번에는 스웨덴 연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 이번에 만난 한 스웨덴 정치학 교수에게 정치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역시 제도의 변화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 교수가 훌륭한 '정치적 지도자'라는 단어로 설명하더라. 적절치 않은 표현일 수도 있긴한데 요지는 오랫동안 일관성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정당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웨덴도 100년 전만 해도 노사갈등이 극심한 나라였는데 사민당 출신의 타게 에를란데르(Tage Erlander)라는 총리의 등장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매주 목요일마다 기업가 대표와 노조 대표를 불러 저녁 모임을 가졌다. 불러서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한 거다. 기업가가 몰랐던 노동자의 사정과 노동자가 모르는 기업가의 고충을 서로 마주 보고 자주 대화 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이다. 그 결과 노사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 사례를 통해 정치 문화의 중요성, 신뢰의 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현재의 대한민국은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반목하는 분위기가 심하다. 양극화 사회에서 피해의식이 분노로 자리 잡기도 하고 결국에는 싸움과 투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많다. 신뢰를 기반으로 각자가 원하는 것을 타협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정치를 꿈꾼다. 그 과정에서 정치문화의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2018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방의회 선거 개혁과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건 정당 정치의 기본을 인정하는 것이니까. 다만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려면 지역 정당(local party)을 인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보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제도 개혁 의제가 일단 대통령 100대 과제에 들었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 어떤 정치인도 불필요하다는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일단 명분은 확실해진 상황이라 본다. 다만 결정권이 국회의원에게 있지 않나. 선거법을 개정하는 게 국회의원 손에 있으니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결국에는 국민 여론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삶의 화두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 화두가 정치를 통해 혹시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원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다른 의견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나 역시 그동안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상대편이라 생각하는 정치인, 정당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금 성찰하게 되었다. 정치라는 장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현장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는 데에서 토론이 출발해야 한다. 상식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현장에서 강하게 실감했다. 살면서 역시 사람이 가장 어렵다.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나눌 것이냐는 정치적 문제를 다루면서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이 최근 가장 고민하는 화두이다.

진행 l 정대망(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김푸른(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 l 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