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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 없다면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발전'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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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하고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가운데 곧 유엔개발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한 회의에서 공동의장을 맡게 된다. 유엔개발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롭게 채택될 지속가능개발목표(SDG)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진정한 행동이 없다면, SDG의 모토인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발전'이란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 글은 국경없는의사회 옹호•분석 부서 내 보건 접근성 팀을 이끌고 있는 미트 필립스(Mit Philips) 박사가 기고한 글이다.

(틀린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새천년개발목표(MDG) 시대에 국제 보건 분야가 많은 진보를 이루었다는 온갖 자화자찬과 함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야심찬 계획들을 내놓고 있는 새 개발 의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세계의 보건 문제들은 대체로 해결됐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실은 그렇지가 않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활동하고 있는 63개국에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 곳 사람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9월 말에 뉴욕 시에서 유엔 특별 정상회담을 열어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채택한다고 해서 이를 축하하며 잔치를 벌일 리 만무하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가 무엇인지도 거의 모를 것이다.

지난 15년간 세계는 대대적인 변화들을 목격했고, 보건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나라도 많다. 특히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목표를 바로 세우고, 혁신적인 태도를 발휘하면서 기금도 적절히 마련한 의료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HIV/AIDS, 결핵, 말라리아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하는 피난민들의 고통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전에는 의료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찾아 이용할 수도 있었던 나라 중 몇몇의 경우, 현재 의료 시설들과 의료 인력은 공격의 목표가 되기도 했고,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고갈되고 말았다. 한편, 항생제 내성이 점점 강해지는 등 국제 보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 때문에 지금까지 쌓은 많은 성과들이 무너질 위험에 처한 것도 보았다. 그리고 서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폭발적인 에볼라 확산에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어 세계는 수천 명의 생명을 잃었고, 아직도 에볼라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외에도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정부 때문에 혹은 단순히 의료 사각지대에 처해 있어, 적절한 의료 지원이나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여전히 의료 지원이 절실한 상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2016년부터 향후 15년간 전 세계적으로, 최소한 문서상으로라도, 이행될 예정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도 보건 관련 목표가 하나 있다. 그리고 이 목표 아래로 주요 질병, 영양, 그 밖에 보건과 직결되는 사회적 결정 요인들에 관한 수많은 세부목표들이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안에는 기후변화라든지 평화와 안보, 물 등 다른 우선순위들이 있는 터라 어떤 주제들은 자리를 비켜 주어야 한다. 최근 경향들, 그리고 주요 국제 기부 단체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1980년대 패러다임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만 같다. 당시 보건 분야에서 주된 관심사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였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희박하거나 의약품과 진단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여전히 세계는 가진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이 한데 뒤섞여 있는 상태다. 충분한 기금이 뒷받침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새로운 개발 의제는 그 의도가 아무리 훌륭할지언정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국제 구호 분야의 최근 경향을 보면, 의료 지원을 우선으로 하는 기금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구호의 본 목적과는 상당히 모순되는 모습이 보인다. 외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나라를 강조할뿐더러, 점점 더 구호는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만드는 현상은 국제 보건에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보건이 정책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지 않는 한, 지금까지 이룬 그나마도 빈약한 보건 분야의 성과는 유지될 수 없고, 야심찬 목표들도 달성할 수 없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같은 나라들의 경우, 사회의 다른 여러 부문에도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HIV 감염인 중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17%에 채 미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가가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할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감당할 여력이 없는 의료 지원을 받으려고 국민들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물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민주콩고의 수도 킨샤사에서는 HIV 진단 및 치료를 받으려면 큰 비용이 드는 고되고 긴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그렇다 보니 정작 병원에 온 시점에서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카빈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4명 중 1명은 제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한 대가로 목숨을 잃는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우리를 20년 전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이다.

소득 사다리에서 점점 더 위로 올라가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나라가 중소득 수준으로 발돋움했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들이 자동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는 보건 체계의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의 70%가 중소득 국가에 산다. HIV/AIDS, 결핵, 말라리아, 그 밖에 비전염성 질환을 잃고 있는 사람 대부분도 바로 중소득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에도 분쟁과 치안 불안, 사회적 배제로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아마 이들은 내일이 온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 살고 있든, 경제적 사정이 어떻든, 모든 사람은 현존하는 의약품과 치료제, 그리고 최근 등장한 신약들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연구개발, 특히 저소득 국가들을 고려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개발은 이익을 너머 사람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서아프리카 3개국에 세운 에볼라 치료센터에 1만여 명의 사람들이 입원해 있을 때,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은 마땅히 사용할 새로운 치료법이 없어 무력감을 느꼈다. 첫 에볼라 발병 이후로 무려 40년이 흘렀고, 최근 발병이 시작된 이후로도 1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이렇다 할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한편, 약제내성 결핵(DR-TB) 치료를 위한 신약들이 처음 선보였을 때, 의사들은 이를 반겼다. 하지만, 새로운 신약 조합들이 환자들에게 마땅한 결과를 안겨 주지 못할 것이며, 애초에 그 약들을 구할 여력이 없거나 약 자체를 찾을 수도 없는 나라도 많다는 사실을 의사들도 잘 알고 있다. 여성들과 아동들이 받아야 하는 필수 예방접종의 비용은 2001년 대비 무려 68배나 올랐고, 전 세계 최저가라고 해도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국가들이 많으며,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인도주의 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는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발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보편적 의료보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부질없는 기대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즉각적인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 분야를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최우선순위로 삼을 수 있도록 현재의 접근법에도 변화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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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필립스 | 국경없는의사회 옹호·분석 부서 보건 접근성 팀장

미트 필립스 박사는 1993년에 런던 위생학·열대의학 대학에서 개발도상국 공중보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에는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열대의학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 의사다. 1999년 이후로 필립스는 브뤼셀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본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에는 운영국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옹호·분석 부서 내 보건 접근성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안에서 필립스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분야는 HIV/AIDS, 의료 지원 및 보건 기금 마련을 저해하는 재정적 장벽, 보건 분야의 인력 위기, 취약국가의 의료 지원 실태, 보건 체계에 관한 정책 등이다. 2010년~2011년, 필립스는 벨기에 안트워프 열대의학연구소에서 보건 정책 및 기획 부서에서 팀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 주된 연구 분야는 국제 보건 정책, 취약국가의 보건 실태, 긴급구호와 개발 활동이 혼재된 현장 등이었다.

유럽에서 근무하기 전 15년 동안, 필립스는 아프리카(차드, 앙골라,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동남아시아(캄보디아) 등지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활동가로 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