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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전쟁 범죄, 그리고 극심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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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인도적 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교전과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의료 시설, 주요 기반 시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식량, 의약품, 연료의 극심한 부족은 예멘 시민들의 고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 글은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프랑스 회장 메고 테르지안(Mégo Terzian) 박사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에 불어로 기고한 사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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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프랑스 회장 메고 테르지안(Mégo Terzian) 박사 ©Samantha Maurin /MSF

3월 말,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 사이에 교전이 시작된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7000명에 가까운 전쟁 피해자들에게 의료 지원을 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진료소에 너무 늦게 도착해 목숨을 잃는 임산부와 아동들을 목격하였다. 연료가 부족했거나, 교전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며칠 후에야 병원에 온 것이다. 거리에서는 전투원들이 장애물을 세우고 감시를 하는 통에 긴급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시간을 지체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연합군의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지원해 왔다. 3월 말, 하자 지역에 위치한 알 마즈라크 난민캠프가 폭격을 맞아 최소 34명이 다쳤는데, 그중 29명은 병원 도착 당시 숨을 거둔 상태였다. 5월 말, 타이즈 시에서는 폭격으로 유조차가 폭발해 184명이 심한 화상을 입었다. 7월 4일에는 라마단 금식이 끝난 혼잡한 시장에 수차례 공습이 일어나, 예멘 북서부 베니 하산에서 7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의 치료를 받았다.

후티도 만만치 않았다. 인구가 밀집한 아덴의 주거지역에 몇 주간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남부 저항군이 시를 탈환하고자 교전을 벌이던 7월 19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맹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단 몇 시간 안에 여성, 아동, 노인을 포함해 150명의 부상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42명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목숨을 잃은 상태였고, 치료할 공간이 부족해서 시신 수십 구는 병원 밖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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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알 달레, 폭격으로 인해 파괴된 거주지에 있는 피해 주민들 ©Jean-Pierre Amigo/MSF

예멘 전역에서 날이 갈수록 식량, 의약품, 연료가 희귀해져 사람들은 극심한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존도 위협을 받고 있다. 발전기나 양수 시설을 가동할 연료가 부족해 일부 병원은 더 이상 운영하기가 어렵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연료를 얻으려고 몇 날 며칠을 줄 서서 기다린다. 연료를 구해 교전 지역을 벗어나거나, 부상자나 아픈 사람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려는 것이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시기가 시작된 데다 출혈열 의심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내로 의약품과 의료 물자 100여 톤을 들여올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보건부 시설들과 민간 진료소들은 그러지 못해 현재 공급 받는 물자가 전혀 없다. 아덴 일부 지역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70%까지 올랐고, 육류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다. 카미르, 사다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동의 15%가 영양 부족 상태이다.

전쟁 범죄와 극심한 물자 부족으로 사람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쟁의 여러 당사자뿐 아니라 4월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안보리 결의안 2216호가 불러온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이 제안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가 적극 지지한 이 결의안의 목적은, 다른 누구보다도 후티에 무기 금수 조치를 가해 예멘 분쟁을 종식시키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반군에게 군사적 유익이 될 수도 있는 도로, 공항, 항구, 주유소 등 모든 기반시설에 폭격을 가할 수 있고, 항공 및 해상 무역에 제재를 가해 나라 전체를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는 무제한적 권한을 수반하는 군사 연합이 제시되었다. 이 결의안이 목표를 잘못 선택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했다. '분쟁 종식'은 고사하고 분쟁에 연루된 여러 당사자들에게 전쟁에 대한 의지만 높여 놓았고, 예멘 사람들의 삶은 더 숨막힐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인도적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온 유엔은, 몇몇 호위대를 보내긴 했으나 의약품, 식량, 연료 등 생필품의 원활한 수송을 도울 물자 보급로를 마련하지 않았다.

아덴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후티로부터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목적으로 연합군이 주도하는 공격은 단기적으로는 전쟁 당사자들 사이에 갇혀 있는 민간인들을 무장 보복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등 많은 폭력을 유발하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 게다가, 무슨 대가를 치러서든 예멘을 '해방시키겠다'는 연합군을 지지하는 나라들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이 충분히 용인될 만한 일종의 이차적 피해라고 볼 것이다. 민간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쟁 당사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몇 달간 파리, 제네바, 워싱턴의 외교관들을 결집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이차적 피해는 각국 정부에 그리 큰 우려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분쟁의 인적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국가들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다양한 분쟁 당사자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처벌하고, 현지 사람들이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다시 구할 수 있도록 시급히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러한 대가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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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아덴에 있는 응급 수술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Benoit Finck/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