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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한국 Headshot

의사가 아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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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나만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꿈이 생긴 거야~! 오오오~ 오오오~"

무한도전 토토가의 열기로, 화제가 되었던 터보의 데뷔곡, 나 어릴적 꿈!



당신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가? 나 어릴 적 꿈은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되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병원 홍보실, 광고회사, 다른 NGO 단체, 캄보디아 해외봉사단, 다시 광고회사,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나는 지금, 이곳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MSF) 에서 일하고 있다. 말하자면 내 어릴 적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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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단원 활동 중에 만났던 캄보디아 천사들과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살짝 당황할 때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화를 받은 건 입사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들어보니, 어느 마을에서 잔치를 여는데 노인 분들이 많이 오시니, 거기 의사양반 한 사람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안 된다는 설명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몰라 정말이지 난감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나를 당연히 의사라 여기고 아예 처음부터 (의사)선생님이라 부르는 분도 많다. 그런데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님을 포함해 우리 사무소에서 일하는 13명 중에 의사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

1971년 처음 만들어져 국제적으로는 이미 40년이 넘은 국경없는의사회지만, 한국에 문을 연 것은 2012년이니 우리 사무소는 이제 만으로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교과서나 영화를 통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접했던 나는 의사가 아니어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국경없는의사회에 와서 보니 전체 활동가 중 44%나 되는 비의료인이 물류, 회계, 행정 등의 현장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 때, 한국인 활동가로 현장에서 소식을 전해 온 김아진 선생님도 행정 담당 활동가로, 지금은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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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친구 도미니크도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로 활동 중인데 작년에 강남역에서 진행했던 디지털 사이니지에 도미니크의 사진을 썼더니 무척 좋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요즘 들어서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현장 활동은 물/위생 담당자, 영어로 'Water & Sanitation'을 줄여 '왓산(WAT/SAN)'이라고 부르는 분야다. 특히 지난해 간호사 이영수 선생님이 3개월 동안 일하고 돌아온 남수단 벤티우 현장 활동에서는 폭우로 홍수가 일어나서 거의 매일 물과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는데, 물이 빠지게 하고 진료소와 피난민들에게 필요한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이 왓산들의 역할이 환자를 직접 보는 의료진의 역할 만큼이나 정말 중요했다고 한다.

지금 내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에서 맡은 역할은 온라인 홍보이다. SNS나 다른 채널을 통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해보고 싶지만 나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어서 아쉽다는 댓글이나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 활동에서 많은 부분을 의료진이 아닌 비의료진이 담당한다는 답변을 드리지만 아무래도 우리 단체의 이름을 들으면 의사들만의 단체라는 첫인상이 드는데 그걸 깨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와 같은 꿈을 가진 누군가를 위해, 당신이 의사가 아니어도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1. 현장 활동가가 되기 위해 외국어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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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진 국경없는의사회 보고서와 출판물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는 아니어도 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언어 능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분야의 일을 아무리 잘해도, 심지어 의사라 해도, 현장에서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면 세계의 구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다. 물론 영어가 기본으로 사용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지역에 따라 영어만이 아니라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프로그램도 있는데, 특히 가장 큰 규모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다. 국경없는의사회 전체 현장 중 거의 절반이 프랑스어 사용 국가이니, 이미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사람은 추가로 프랑스어를 배워두면 현장 활동가로 채용될 기회를 높여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가 채용과 파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국경없는의사회 서포터즈 가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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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간 팔찌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드는 작은 나눔의 시작이 된다. ⓒ국경없는의사회

좋은 일을 해 보고 싶고 국경없는의사회에 관심도 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쉬운 기부 방법이 있다. 만원을 기부하고 국경없는의사회 서포터즈가 되면, 국경없는의사회 로고가 새겨진 빨간색 서포터즈 팔찌를 받게 된다. 서포터즈는 본인의 SNS 계정으로 로그인 할 수 있고, 서포터즈 팔찌를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 태그 할 때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과 캠페인을 SNS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게 된다. 현재 절찬리 모집 중이다.



3. 국경없는의사회 정기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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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국경보다 소중합니다. 동료들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 ⓒ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 후원금의 89%는 민간 후원금으로, 민간 후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처럼 높은 비율의 민간 후원금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우리의 기본 원칙인 의료 윤리,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밑바탕이다. 하루 커피 한 잔, 한 달에 영화 한 편 대신 국경 너머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적은 비용이라도 꾸준히 후원해 본다면 어떨까? 금액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의 정기후원자들이 꾸준히 보내 주는 후원금은 즉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응급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장 신속하게 환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최정혜 | 국경없는의사회 온라인 홍보

광고홍보학과 졸업 후 어린이를 열심히 구하던 중 캄보디아 현장활동을 다녀온 뒤 광고회사를 거쳐 국경없는의사회 홍보팀에 근무한 지 11개월차, 의사는 아니지만 어릴적 꿈을 이루어 행복한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