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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 잊힌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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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세 살의 알란 쿠르디가 모래에 얼굴을 묻은 채 터키 해변에서 발견됐을 때, 전세계는 즉각 반응했다. 한국 언론 또한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 아이의 때이른 사망을 다뤘다. 사진은 비인간적인 시리아 전쟁을 나타내는 '비공식 상징'이 되었다. 시리아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바다로 내몰렸고, 이들은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다.

이제 7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전쟁은 이 참혹한 사망 사건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는 주목 받지 못하는 난민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유엔세계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남수단, 엘살바도르, 에리트레아, 미얀마 등지에 전세계적으로 2100만 명의 난민이 존재한다. 이 또한 전쟁과 폭력과 폭압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이다. 이 또한 구호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 때, 바다 건너편 북아프리카 리비아에는 구금 당한 난민들이 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리비아로 왔지만 거리 체포, 야간 급습 등으로 붙잡혀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갇혀있다. 구금센터 내에서는 음식이나 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물론이며,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이들 대부분은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등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으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하고자 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장에서 본 구금 난민들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구금된 난민 중 매달 1300명가량을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했는데, 이들은 피부병, 설사병, 호흡기 질환, 요로 감염병 등에 시달렸다. 구금센터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미흡하다 보니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곳에서 성인 영양실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영양실조는 사실상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리비아에서 남쪽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다 보면 남수단이 나온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난민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인데도 관심은 현저히 적다. 남수단의 위기는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남수단의 남쪽 국경 너머에 있는 우간다로 약 90만 명의 남수단 난민들이 도망친다. 우간다는 이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망명 허가된 난민들의 합보다 많은 숫자다. 우간다 현장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보는 난민의 85%는 여성과 아이들이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물 부족 사태다.

남수단 사람들은 이밖에도 에티오피아,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인근 국가로 피난을 떠나고 있다. 이 곳은 모두 국경없는의사회가 난민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의료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가다.

물론 전쟁과 폭력은 아프리카나 중동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대서양 건너편, 카리브해 안쪽에는 중앙아메리카 북부 삼각 지대가 존재한다. 이 지역에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국가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엔 수천 명이 살인, 납치, 폭력 조직, 강탈, 성폭력, 강제실종 위기를 직면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은 멕시코와 미국으로 향하는 피난길에서조차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진료소를 통해 멕시코로 향하는 피난길 길목 곳곳에서 난민들을 치료한다. 피난길 자체는 위험한 여정이지만, 고향에 남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은 폭력을 피해 주로 방글라데시로 도망치고 있다. 약 50만 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며, 나머지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탈출한다. 로힝야족은 이동이 철저히 금지돼 있다. 자신이 사는 마을이나 실향민 캠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국경없는의사회는 한국을 포함, 1951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145개국에 난민 보호에 따르는 법적 의무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는 모든 난민의 기본 권리인 '농 르풀망 원칙(non-refoulement)'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원칙은 박해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을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난민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인구 중 하나다. 난민은 학대를 당하거나 범죄자 취급 받거나 추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겐 보호와 보살핌과 연민이 필요하다. 안전을 찾아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내몰린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지와 결속이며, 우리는 인간적 존엄을 갖춰 이들을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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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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