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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다는 것에 대한 커다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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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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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흔히 꿈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내가 누구인지 안다. 둘째,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셋째, 마인드를 우호적으로 세팅한다. 넷째, 노력한다.

좋은 접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이 과정이 쉬운가?" 행동을 하기 위한 '전제'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아이러니에 부딪힌다. 특히 자신의 성격 하나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강점과 약점을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가? 한숨이 나온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자기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다큐멘터리 <언어발달의 수수께끼>를 제작할 때, 성격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운동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물어봤다. "본인의 성격이 외향적인가요?"

"네 외향적이에요."
"평소 운동도 좋아하고 외향적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확신해요?"
"그렇게 물어보면 딱 말하기 힘들어요. 항상 달라서요."
"가끔은 내향적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한 학급의 학생 35 명에게 50 개의 문항으로 된 문제지를 나눠줬다. 성격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으로 구성됐고, 그 안에 "외향적인 성격입니까?"라는 한 문항을 끼워넣었다. '아니다'는 0 점, '그렇다'는 7 점으로 기준을 제시했고, 학생들은 자신의 외향성 정도를 0~7 사이의 점수로 답했다. 테스트 결과 아이들의 외향성은 중간을 약간 웃도는 3.8 점이었다. 어느 정도 외향적이라고 볼 수 있는 수치였다.

일주일 후 다시 학생들을 찾았다. 이번에는 "내성적인 성격입니까?"로 질문 내용을 바꿔보았다. 결과는 반전을 가져왔다. 아이들의 내성적 성향이 지난번 외향적 성향 3.8 점보다 많은 4.2 점을 기록한 것이다. 이 정도면 내성적 성향이 다소 강한 편으로 보아도 무방했다.

사람이 바뀌지는 않았다. 두 차례의 실험은 단지 질문만 바꾼 것이었다. 이 실험은 '언어 프레임의 영향'을 보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여기서 부수적으로 알게 된 결론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안다고 말하지만, 그 믿음이 부정확하다는 사실이다. '자아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어렵다.

... '마음의 힘'은 강하지만 약하기도 하다

우호적인 '마인드'는 자기 최면을 가리킨다. 이미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주문을 거는 것이다. 일종의 '기분 좋게 하기' 전략이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가 2007 년에 발표한 '객실 청소원 실험'은 마음가짐의 변화가 행동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호텔 객실 청소원들에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느냐'고 물었고 대부분 '운동을 안 한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미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청소원들에게 마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예컨대 침대보를 씌우고 침구를 정리하는 일이 헬스클럽에서 기구를 써서 근력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말이다. 4 주 후 이들의 신체 지수를 체크해봤더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체중에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 체질량 지수, 혈압이 줄었다. 마음의 변화가 작용한 결과였다. 자기가 평소에 하는 일이 운동이라고 생각하자 이를 실제 체계적인 운동으로 이끈 것이다.

1970 년대 인지과학 혁명이 시작된 이후, 심리학자들은 마음의 힘에 주목했고 여러 성과들을 냈다. 우리가 살을 빼기 위해서, 금연을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넣는 작업도 바로 마음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마음의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지속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상상도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충격적인 사실이 아니라면 더더욱 생명력이 짧다. 그래서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것'이다.

... 동기는 머리가 아닌 '몸'에서 촉발된다

2011 년 7 월 30 일. 스페인 카탈로니아 외딴 곳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을 때, 세계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다뤘다. '엘 불리 El Bulli'라 불리는 레스토랑은 유명한 맛집 그 이상의 존재였다.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14 년간이나 최고 등급을 받았고, 영국 잡지 <레스토랑>에 최고의 식당으로 다섯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엘 불리'를 세계 최고로 만든 비결은 특별한 요리법에 있었다. 거품으로 음식을 만드는가 하면, 입에 들어가는 순간 고체가 액체로 변하기도 하고, 뜨거움과 차가운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는 등 상상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분자 요리'라고 한다. 식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쪼개서 연구해 만든 요리로, 예술을 넘어 마술 같은 요리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낭만이 없으면 창조도 불가능하다"는 말로 잠정 휴업을 선언한 식당 주인은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요리사로 꼽히는 페란 아드리아 Ferran Adria다. 그런데 그는 요리와 관련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마저 자퇴할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단지 유흥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한 것이 첫 인연. 하지만 그곳에서 어느 프랑스 요리사가 쓴 '요리 가이드' 책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후 군대를 가게 되는데 요리에 대한 얕은 지식 덕분에 취사병으로 배치된다. 훗날 그는 군대에서 요리에 대한 최초의 애정이 싹텄다고 말했다.

1983 년 제대와 동시에 휴가 중 나와 잠깐 거들던 레스토랑에 취업한다. 바로 운명의 레스토랑 '엘 불리'였다. 그곳에서 음식에 대한 개념을 바꾸며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엘 불리'가 휴업을 선언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페란 아드리아 없는 스페인 요리업계는 태양 없는 태양계'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페란 아드리아는 인간의 동기부여와 관련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동기 motive '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부터 '더욱' 촉발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때론 미래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을 하기도 한다. 아드리아의 경우에는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가 그것이었다. 거기서 발견한 한 권의 요리책에서 처음으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렇다고 그 일이 적극적 동기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관심이 취사병 지원이라는 다음의 '점으로 연결'됐고, 실제 요리를 경험하며 비로소 '정말 요리를 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긴 것이다. 결국 동기라는 '마음의 불'은 작은 행동이라는 '기름'을 통해 붙기 시작한다. 불이 활활 타오를 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선명히 보이는 법이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