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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권 읽기'가 아닌 '지하철에서 책 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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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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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늘 걸렸던 것이 '독서'였다. 연초가 되면 '그래 일주일에 한 권은 읽어야지' 하고 결심했지만 10 분의 1 도 달성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한때는 연간 독서량이 100 권을 넘기도 했는데, 정말 처참한 성적이었다. 직업이 피디라 제법 읽는다고는 했지만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은 경험이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유는 늘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게 돼서', '제작비 규모가 큰 다큐멘터리를 시작해서' 실천에서 멀어질수록 포기할 수밖에 없는 변명도 늘어났다.

그러다 2014 년 독서량이 66 권으로 무려 여섯 배나 뛰었다. 시작은 집에 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근하면서부터다. 어느 날 스마트폰을 접고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적당한 소음과 함께 서서 읽는 독서법은 책에 집중하기에 그만이었다. 심지어 하차할 시간이 가까워질 때는 '조금 더 가다가 되돌아올까' 하고 생각할 때도 종종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편도로 30 분, 왕복 1 시간 남짓으로 주 5 일이면 한 권을 털어내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실제로 이런 자투리 시간만으로도 일주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었다. 성취감이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면서 슬쩍 계획에 집어넣었다.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어보자.'

자투리 독서법의 진짜 위력은 '일단 시작했다'는 데 있다. 나의 경우 지하철 출근길 30 분 동안 처음으로 잡은 책을 30 페이지 정도 읽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 진도가 나가면 계속 끌고 가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

일종의 관성이다. 그래서 화장실을 갈 때나, 점심 식사 후 시간이 남을 때, 혹은 업무 후 시간이 남을 때도 틈틈이 읽는 습관이 생긴다. 더군다나 50 페이지 정도 남았다면 20 페이지는 회사에서 해결하고 퇴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생긴다. 그래야 지하철 퇴근길에서 한 권을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차하기 전에 책 한 권을 끝내면 그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그 결과 2015 년에는 100 권을 돌파했다. 스스로 대견스러울 만큼 놀라운 결과였다. 이미 습관으로 형성된 것은 물론,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무엇보다 강력한 신조가 생겼다. 사람의 마음을 끌고 가는 것은 뚜렷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다!

... 책을 펼쳤다면,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치 마유가 중학생일 때, 소프트볼 동아리 모임과 시험 기간이 겹치게 되는 날은 그녀에게 언제나 스트레스였다. 마유는 매번 지각하는 부원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느니 그 시간에 교과서를 펴기로 결심했다. 한창 사춘기의 여중생으로서 남과 다 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친구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 일 이후 그녀에게는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공부하는 데 누구의 눈치도 받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서 또 하나의 수확이 있었다. 일명 가볍게 읽기, 통독의 힘이었다. 중학교 3 학년이 되어서는 전국 모의고사를 봐야 했는데 시험 범위가 너무 넓었고, 고육지책으로 책을 가볍게 반복하며 읽었을 뿐인데 놀랍게도 전국 1 등을 했다. 마유는 도쿄 대학에 입학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졸업도 수석으로 했다.

기자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습니까?" 그녀는 "7 번 읽으면 대부분 외워져서......"라고 말한 게 발단이 돼서 책을 냈는데 베스트셀러가 됐다. 7 번 읽기는 통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가장 큰 장점은 읽기에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그녀는 매회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작은 목표의 힘을 깨우쳤다.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기쁨과 의욕은 확실히 쌓여갑니다. 이렇게 저금한 성공 경험은 이윽고 자신감이라는 자기 자신의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내죠."

자신감은 어떤 행위를 반복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법이다. 자신감은 성공을 가져다주고 성공은 더욱 큰 도전으로 내딛는 용기를 준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이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나' 싶지만 일단 한두 페이지를 읽다 보면 책을 펼치기 전보다 두려움이 한결 사라진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애초에 목표를 만만하게 조절해서 '일주일에 한 권 읽기'가 아닌, '지하철에서 책 펼치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 달에 한 권(아침 출근할 때 10 분을 읽었다고 가정했을 때)은 읽었을 것이다. 독서도 습관이다. 한두 번 책에서 감흥을 얻으면 자발적 동기가 생긴다. 한 권을 덮었을 때 성취감도 적지 않다. 그 성취감이 다시 강한 동기를 발생시킨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독이 올해 목표라면, 일단 지하철에서 책 을 잡아보자.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