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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3탄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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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보았습니다. 저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약간 실망했어요. 역시 '3탄의 저주'를 피해가기는 참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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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영화의 공통된 특징인가봐요. 항상 3탄이 제일 재미없어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도 그렇지요. 1탄보단 2탄이 재미있는데, 정작 3탄은 실망스러웠거든요.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도 그랬어요. 1탄 2탄까지는 괜찮았는데, 3탄 라스트 스탠드에서 완전 망했지요. (감독이 바뀐 탓도 큽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리부트도 그래요. 1탄 배트맨 비긴즈는 그럭저럭, 2탄 다크 나이트는 걸작의 반열! 그런데 3탄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약간 실망... 희안하죠? 놀란도 레이미도 다 대가들인데, 왜 3탄이 되면 맥을 못 출까요?

1탄은 이야기의 떡밥을 까는 시기입니다. 스파이더맨의 탄생이나, 엑스맨들이 서로 반목하는 상황 등 배경 이야기를 설명하는 시간이에요. 재미있는 액션은 2탄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설명은 다 끝났으니 화끈하게 싸우기만 하면 되거든요. (스파이더맨 2탄은 거미줄을 이용한 액션의 최대치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3탄입니다. 이미 2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다 보여줬는데 또 해야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감독들은 3탄에서 양으로 승부합니다. 악당의 수가 늘어나거나, (스파이더맨 3 : 샌드맨, 베놈, 뉴 고블린 등 한 영화에 악당만 셋이에요.) 악당의 클라스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엑스맨 3 : 아포칼립스-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군림한 역대 최강의 초능력자) 그래도 2탄의 재미를 넘어서기는 어려워요. 이야기의 재미는 밀도에서 나오지 물량이나 자극의 강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엑스맨 아포칼립스 중간에 감독이 던진 조크가 있어요. 주인공들이 극장에서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오리지널 시리즈로 3탄)을 보고 나오면서 그러지요. "역시 3탄은 약해. 2탄 제국의 귀환이 최고 아냐?"

저는 이게 감독의 셀프 디스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에게는 이게 제임스 맥어보이(프로페서 X)와 마이클 패스벤더(매그니토) 버전의 엑스맨 2탄이라서 그런 조크를 했나봐요. 감독만 보면 그렇지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매튜 본(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 연출했거든요. 싱어 감독이 보기에 퍼스트 클래스는 엑스맨 리부트를 위한 프리퀄이고, 자신이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엑스맨 리부트 1탄, 이번이 2탄인거죠.

하지만 이건 감독 생각일 뿐이에요. 보는 관객은 감독의 얼굴을 몰라요. 그냥 맥어보이랑 패스벤더가 나온 엑스맨을 생각하면 퍼스트 클래스가 1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2탄, 아포칼립스가 3탄이에요. 심지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완전 대박이었지요. 퍼스트 클래스에서 깔아놓은 밑밥으로 과거와 미래의 엑스맨이 총출동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거든요. 역대급 슈퍼 히어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어떤 작품이 잘 되었을 때,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그걸 넘어설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문제인데 답이 잘 보이지 않아요. 믿고 보는 브라이언 싱어마저 어려운데...

이런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한 감독의 사례는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무명의 카메론 감독이 1달러에 각본을 파는 대신 연출권을 고집한 작품입니다. 그런 터미네이터를 카메론은 1탄과 2탄까지만 연출하고 물러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고요. 판권을 가진 영화사에서 온갖 감독을 끌어다 그 다음 영화들을 만들지만, 역시 카메론을 넘어서긴 힘들지요. 터미네이터를 떠난 카메론은 '에일리언 2' '어비스' '타이타닉' '아바타' 등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창작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기복제입니다. 한번 성공하면 그 성공의 방식을 카피하기 쉽거든요. 어쩌면 그런 점에서 창작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성공의 기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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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엑스맨 아포칼립스'보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곡성'이 훨씬 더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엔 '곡성'으로 영화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