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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5. 동성애는 HIV/AIDS의 원인인가요? | 조작된 낙인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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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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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는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맞아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을 연재했습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으며, 전체 내용을 담은 PDF파일은 한국성소수자협회(준)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UN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인 UNAIDS는 HIV/AIDS의 낙인으로 인한 차별, 또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 등 섹슈얼리티로 인한 차별이 HIV/AIDS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보여 주며, 그 근거에 기반해 HIV/AIDS 감염인과 취약 계층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을 HIV/AIDS 대응의 주된 비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HIV/AIDS에 대한 낙인과 공포를 이용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의 활동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낙인과 공포, 차별을 없애기 위한 첫 걸음은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HIV/AIDS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HIV/AIDS 예방과 치료,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

1981년 첫 AIDS 환자 보고, 그 원인은 동성애가 아닌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였다

AIDS 환자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1년 6월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몇몇 병원에 동성애자 남성 다섯 명이 각각 내원했고, 그들이 일반인들은 쉽게 걸리지 않는 폐포자충폐렴(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을 비롯한 여러 기회 감염에 걸렸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부터다. 그 다섯 명은 공통적으로 T-림프구 숫자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당시에는 원인인 바이러스의 존재를 몰랐기에, 동성애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감염병이라는 뜻으로 동성애 질환(Gay-Related Immune Deficiency; GRID)으로 불리기도 했다.1)

그로부터 2년 뒤 1983년, 원인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가 발견된다.2) 그리고 HIV 감염 이후에 질병이 진행되면 면역 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가 파괴되어 환자의 면역력이 약화되어 여러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 규명되면서, HIV 감염 이후 질병의 진행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 후천성면역핍증)로 부르게 된다.3)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지 않은 성인의 경우, HIV에 감염되고 AIDS로 진행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

의학적으로 발견된 첫 AIDS 환자는 1981년 미국의 동성애자였지만, 1970년대 후반에 이미 케냐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 국가에서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HIV 감염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원인 바이러스 규명과 더불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며 HIV 감염을 동성애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의학적 근거를 잃는다.

<한국질병관리본부>의 HIV/AIDS 관리 지침4)에 따르면, 현재까지 HIV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로는 3가지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는 질 성교 및 구강, 항문 성교 등을 포함한 성 접촉이다. 단 가벼운 키스나 포옹으로는 전파되지 않으며, 콘돔 등을 사용하지 않고 HIV 환자와 성관계를 했을 경우에도 HIV에 감염될 확률은 0.01퍼센트 이하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HIV 감염인의 피를 수혈 받거나 감염인의 피가 남아 있는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와 같은 혈액을 통한 전파이다. 마지막으로 HIV에 감염된 여성이 출산했을 때 아기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전파 경로, 즉 성생활, 혈액이 노출되는 경우, 임신 등에 있어서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면 H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

동성애는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다

동성애는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다. 동성끼리 성관계를 갖는다고 HIV가 생겨나지 않는다.5) 동성애 집단에서 HIV 감염 유병률이 비동성애자들에 비해 높은 것은 동성 커플이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Unprotected sex)를 갖는 경우에 HIV 감염인인 파트너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감염인인 파트너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는 경우 똑같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바꿔야 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unprotected) 성관계이다.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한국 HIV/AIDS 감염인들 중 95퍼센트 이상은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었기 때문에, 콘돔 사용 등의 예방법을 활용한다면 HIV는 효과적으로 예방 가능하다.6) 따라서 의학계가 권장하는 안전한 성관계를 갖는 한, 동성 커플에서 HIV는 전파되지 않는다.7)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한 성관계를 맺을 때라야 HIV 감염의 전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각종 의학 연구 결과들이 말해 주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낙인이 HIV 감염 위험을 높인다

동성애에 대한 낙인과 혐오에 기반하여 동성애를 HIV 감염과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8)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집단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필요한 예방 수단에 접근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고 음지에서 행동하게 된다.

전 세계 115개국에 거주하는 3,340명의 남성 동성애자를 조사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를 처벌하는 나라에 거주하거나 높은 수준의 성적 낙인(Sexual stigma)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HIV/AIDS를 예방하는 주요한 방법인 콘돔과 윤활젤을 사용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HIV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9) 또한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가진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 중에서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국가의 HIV/AIDS 유병률이 처벌하지 않은 국가의 유병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10) 즉, 현실에서 HIV/AIDS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와 동성애자에 대한 낙인 및 제도적 차별이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한 「2015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념 및 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에 일반인들이 AIDS 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수준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진행된 4년의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1) 한국에서 HIV/AIDS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일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낙인찍기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HIV 감염을 동성애자 집단의 문제로만 국한해 생각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연구들이 HIV 감염을 사회적으로 배제된 특정 집단의 질병으로만 생각할 경우 그 취약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H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하고 있다.12) 즉, 이성애자 간의 성관계에서도 HIV가 전염될 수 있음에도 자신은 이성애자이니 '동성애자들의 질병'인 H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착각하며,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지속하고 HIV 검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13)

HIV 감염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HIV 감염은 의학적으로 더 이상 치명적인 죽음의 질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14) 1981년에 첫 AIDS 환자가 보고된 이래 지난 30년간 HIV/AIDS에 대한 연구와 치료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1995년 다양한 약제를 병용하여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칵테일 요법이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15) 칵테일 요법 덕분에 HIV 감염인의 질병 진행 속도를 매우 늦출 수 있게 되었고, 이미 AIDS 관련 질환이 발병한 경우에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치료들이 HIV에 감염된 이들의 평균 수명에 미친 영향을 검증하고 있다. 2008년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진행된 국제 협력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20살에 HIV에 감염이 확인된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적으로 감염 이후 32-50년을 더 살아간다고 발표했다.16) 보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는 스무 살의 HIV 감염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70대 초반까지, 즉 감염되고도 평균적으로 5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17) 비록 완치는 힘들다 할지라도 치료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HIV/AIDS라는 질병의 성격이 변화한 것이다.


<연재순서>

1. 동성애는 무엇인가요? |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2. 트랜스젠더는 누구인가요? | 젠더의 다양성
3. 커밍아웃, 왜 하는 걸까요? | 소통과 해방
4. 동성애는 정말 질병인가요? | 전환 치료의 허구성
5. 동성애는 HIV/AIDS의 원인인가요? | 조작된 낙인과 공포
6. 동성애 혐오도 권리인가요? | 편견과 인간의 존엄성
7.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나요? |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8. 트랜스젠더는 왜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하려고 하나요? | 법 앞의 인정
9. 왜 동성 간에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 동성 결혼과 평등권
10.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 모두를 위한 교육
11. 성소수자들은 왜 축제를 하는 걸까요? | 가시성과 자긍심
12. 종교인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기독교와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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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병희 (2008). 섹슈얼리티와 위험 연구. 서울: 나남.
2) Barre-Sinoussi, F., et al. (1983). Isolation of a T-lymphotropic retrovirus from a patient at risk for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Science, 220(4599), 868-871.
3) 위의 글.
4) 질병관리본부 (2013). HIV/AIDS 관리지침.
5) Simon, V., Ho, D.D. & Karim, Q. A. (2006). HIV/AIDS epidemiology, pathogenesis, prevention, and treatment. Lancet, 368(9534), 489-504.
6) 질병관리본부, 앞의 글.
7) Silverman, B.G. & Gross, T.P. (1997). Use and effectiveness of condoms during anal intercourse: a review.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24(1): p. 11-17.
8) Mahajan, A.P., et al., Stigma in the HIV/AIDS epidemic: a review of the literature and recommendations for the way forward. AIDS, 2008. 22 Suppl 2: p. S67-79.
9) Arreola, S., et al. (2014). Sexual Stigma, Criminalization, Investment, and Access to HIV Services Among Men Who Have Sex with Men Worldwide. AIDS and Behavior, 19(2), 227-234.
10) UNDP, H. & Group, A. (2012). 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 risk, rights and health. New York: UNDP.
11) 이병관·오현정 (2015). 에이즈에 대한 지식·태도·신념 및 행태 조사. 질병관리본부대한에이즈 예방협회.
12) Weinstein, N.D. (1989) Optimistic biases about personal risks. Science, 246(4935), 1232-1233.
13) Riley, G.A. & Baah-Odoom, D. (2010). Do stigma, blame and stereotyping contribute to unsafe sexual behaviour? A test of claims about the spread of HIV/AIDS arising from social representation theory and the AIDS risk reduction model. Soc Sci Med, 71(3), 600-607.
14) Deeks, S.G., Lewin, S.R. & Havlir, D.V. (2013). The end of AIDS: HIV infection as a chronic disease. Lancet, 382(9903), 1525-1533; Rosenbrock, R., et al. (2000). The normalization of AIDS in Western European countries. Soc Sci Med, 50(11), 1607-1629.
15) Rosenbrock, 앞의 글.
16) Antiretroviral Therapy Cohort, C. (2008). Life expectancy of individuals on combination antiretroviral therapy in high-income countries: a collaborative analysis of 14 cohort studies. Lancet, 372(9635), 293-299.
17) Samji, H., et al. (2013). Closing the Gap: Increases in Life Expectancy among Treated HIV-Positive Individua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Plos One, 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