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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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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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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괜찮지. 난 존중해. 내 가족이나 친한 애들만 아니면 되지 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 저 짧은 한 줄의 말 안에 수많은 혐오와 존재 부정이 모두 들어 있다. 인정은 해. 근데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은 안 돼.

이 말은 즉,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되며, 나와 연관이 있을 수도 없는 남의 일이고, 지금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동성애자일 것이라는 가능성은 조금도 생각지 않는, 배려 없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이다.

저 말은 실제 나와 가까운 성 소수자 친구들이 가장 많이 상처받았다고 했던 말들 중 하나이다. 나에게 커밍아웃을 했던 친구 중 한 명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하려고 조금 과장을 섞어' 100번쯤' 기회를 노렸다고 한다.언제 말해야 내가 좀 더 부드럽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지, 내가 겉으로만 성 소수자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닐지. 자신의 개방적임을 과시하기 위해 액세서리처럼 '그들을 인정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닐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말이 "100번쯤 상황을 보면서 기회를 노렸어."인 것이지 사실 친구는 약 100번쯤 내 눈치를 본 것이기 때문에. 나와 있으면서 나의 기분을 살피고,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이 사이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후에도 여전히 나와 웃고 지낼 수 있을지를 상상하며- 자기 스스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내 친구의 고단한 노력이 나를 울렸다.

내가 친구의 커밍아웃을 듣고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먹던 아이스크림을 푹푹 누르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아, 그래? 근데 너 남자친구 얘긴 그럼 뭐야?" 하자, 안심해서 배시시 웃으며 "그거 여자친구 얘기였어. 근데 너도 남자친구가 있고... 또, 음... 말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남자친구라고 했지"라고 하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날 저녁에 메신저로 '호들갑 떨거나 난 너희를 이해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고 그냥 그 전이랑 똑같이 대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했던 그 친구는,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으며 보냈을까. 자신의 연인을 자랑하는 그 즐겁고도 행복한 시간을..... 친구는 수많은 단어를 골라내고, 자신을 검열하는 시간으로, 그렇게 보내왔을 것이다.

"동성애자? 걔네 섹스에 미친 애들이잖아. 걔네가 군대에서 날 쳐다볼 걸 생각하면 으....."
"아 난 레즈비언은 괜찮은데 게이는 싫더라."

현재는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 몇몇 남성 친구들의 발언이다. 동성애자들은 섹스에 환장한다라.....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실제 일어나는 성범죄에서 가해자의 비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성애자 남성들인데, 정말 섹스에 미친 것은 이성애자가 아닌가? 동성애자를 상상 속의 동물로 만들어 멋대로 상상하고, 호도하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 멋대로 그들의 섹스를 상상하며 그것을 저급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정작 누구인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야 하지 말아야 한다던 사람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일반화의 오류. 그것이 자신의 일도, 가까운 사람의 일도 아닐 것이라는 잔인하고 경솔한 결론.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어려운 것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레즈비언은 괜찮은데 게이는 싫더라. 너무나도 기이하고 이상한 발언이지 않나? 자신들이 보기에 '이성'인 사람들끼리는 괜찮다는 저 이야기. 웹하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즈비언 AV를 보는 시각으로 일반인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신들이 성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성별의 에로스적인 사랑은 괜찮다는 저열하고도 저급한 시선.

당신들이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처음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자신이 안전하고 싶기 때문에 자신을 존중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는 절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
'그들은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게이는 뭔가 손짓 발짓이 여자의 그것과 같고, 패션 감각이 남다르고 어떻게 보든 티가 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개중 그런 사람이 진짜 있잖아?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인 것이지 모든 게이의 특성이 아니다.

레즈비언 애들은 죄다 머리가 짧고 보이시하더라? 그것 역시 그 사람의 개성이자 자신이 원하는 외모일 뿐, 그것이 레즈비언 모두의 특성이 아니다.

이성애자 여성 중에서 어떤 사람은 화려하고 샤랄라한 장식이 붙은 옷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좀 더 심플하고 간결한 옷차림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만 다른 이는 아닌것처럼. 그들 역시 당신이 생각하고 정형화하는 '동성애자'의 모습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각자의 개성대로 각자가 좋아하는 옷차림을 하고, 머리를 다듬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모두와 똑같이 월요일이 오는 것을 싫어하고 넘치는 과제에 교수를 욕하고, 상사의 압박에 시달리며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피곤함에 찌든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성 지향성을 외모대로, 쌍커풀이 있다 없다, 머리카락이 곱슬이다 아니다처럼 눈으로 보았을 때 바로 피아식별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자신을 소개할 때 "전 사람이 아닌 슬라임입니다. 지능지수가 1이죠."라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가끔 에스크를 여는데, 그곳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Q: 표범님은 연인도 남자이고 이성애자로 보이는데 왜 동성애자들을 '옹호'하시나요? 그렇다면 형제자매가 동성애자라고 해도 인정하실 건가요?
A: "네 물론입니다."

나는 동성애자 '옹호'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을 우리와 똑같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외치는 것인데 그게 어째서 옹호인가.

많은 사람들이 뭔 일만 있으면 따라 해야 한다고 외치는, 그 멋지다는 나라 미국에서도 백악관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인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쩌면 내 친구였을 수도 있고, 내 남매였을지도 모르는 한 대위가 감옥에 갇혀있다. 단지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애'를 강요하는 것이 죄라고? 그건 이성애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에게 원치 않는 애정과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그저 범죄이다. 그 범죄적 행위를 마치 '동성애자'이기 때문으로 돌리는 저열한 행위가 당장 멈추어지길 바라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다.

#나도_잡아가라 #아이고_못살겠네
#A대위_석방하라 #색출을_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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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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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잡아가라" 부산 수갑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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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잡아가라" 부산 수갑문화제 (화보) by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