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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특허전쟁 | <4> 빌스키와 엘리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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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기의 특허전쟁 | <3> 선, 구글, 오라클" 에 이은 4번째 글입니다.

supreme court

(미국 대법원 건물)

(16) 구글의 승부수

구글은 마지막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의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한다. 구글은 대법원에 상위 특허(원천특허, 시스템 특허)를 가진 자가 모든 구현 가능한 방법에 대한 권한을 소유하는 현재의 특허권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작권 보호(copyright protection)의 범위는 원작자의 소프트웨어 (시스템, 동작방법) 창작물 이외의 다른 모든 가능한 방법에 의한 창작물도 포함되는가?"

만약 대법원이 구글의 손을 들어주면 소프트웨어의 특허와 저작권은 그 존재 기반을 상실한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각 변동의 시작을 의미하게 된다.


(17) 원천 및 구현특허: "탈 것"의 예

여러분이 구글의 주장을 이해하기 쉽도록 "탈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발명가 A는 "탈 것=바퀴+엔진"이라는 원천 특허를 보유한다. 그는 이 원천 특허를 토대로 자동차(엔진+바퀴 4개)를 만들었고, 당연히 자동차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다른 발명가 B가 오토바이(엔진+바퀴 2개)를 만들었다. 현재의 특허시스템에서는 원천특허를 보유한 A의 허락 없이 B가 오토바이를 만들어 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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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특허와 구현 특허: 탈 것의 예, 임규태)


(18) 오리지날 자바 vs 구글 달빅

구글이 바로 오토바이를 발명한 B의 상황이다. 따라서 구글은 대법원에게 이렇게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이 자바에 대한 원천적 지적 재산권을 소유한다고 해서, 구글이 자체적으로 구현한 달빅(Dalvik)의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 만약 대법원이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은 자바 원천 특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물론 대법원이 구글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구글 진영이 베낀 것이 확실한 코드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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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오리지날 선 자바 vs 구글 달빅)

구글이 이처럼 강력한 베팅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특허 괴물을 죽이고, 제조업을 살리려는 미국 정부가 있다. 미국 대법원은 이미 2번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소프트웨어 특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상적 개념와 비지니스 모델 특허를 무효화하는 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 2개의 역사적 대법원 판결은 "빌스키(Bilski)"사건과 "엘리스(Alice)"사건이다.


(19) 빌스키 판결

1997년 버나드 빌스키(Bilski)는 비지니스 모델 관련 특허를 신청하는데, 그 특허의 내용이란 게 "매달 지불하는 에너지 요금을 장기간 고정시킴으로써, 에너지 변동의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었다. 그가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으로 특허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2편에서 언급한 역사적인 판결(State Street Bank)이 한몫 했다.

하지만 빌스키의 희망과 달리 미국 특허국은 이 특허를 거절한다. 빌스키는 이에 불복하여, 연방 법원에 항소하지만, 여기서도 거절당한다. 빌스키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다. 2010년, 대법원은 빌스키 특허를 기각함으로써, 이 지긋지긋한 사건을 종결짓는다.

결국 빌스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이 사건은 추상적 개념 및 비지니스 모델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공식적 판례를 남기게 된다. 대법원은 빌스키 사건으로 비지니스모델 특허를 종식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논의 과정에서 특허 적합성 테스트의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하지만, 2014년 여름, 대법원은 "Alice vs CLS 은행" 판결을 통해 소프트웨어 특허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20) 엘리스 vs CLS 은행 판결

엘리스사(Alice Corporation)는 에스크로 금융거래(양자간 금전거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3자를 거치는 방법)와 관련한 4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2년 엘리스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CLS은행에 라이센스를 요구하는 공문을 날리면서, 10년 전쟁이 시작된다.

세월이 흘러, 2007년, CLS은행은 워싱턴DC 지방법원에 엘리스사가 보유한 특허의 무효확인 소송을 신청한다. CLS은행 측은 자신들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워지자, 앨리스가 보유한 특허를 원천무효화하려고 한 것이다. (이 전략은 이후 삼성-애플-구글 등의 특허전쟁에서 애용된다)

2011년, 지방법원은, 마침 얼마 전에 마무리 된 빌스키 판례를 충실히 따라, 엘리스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다. CLS은행의 손을 들어준 결과에 불복한 엘리스 측은 대법원에 "컴퓨터로 구현 가능한 발명(시스템, 절차, 상품)이 특허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결을 요청한다. 그리고, 2014년 6월, 미국 대법원은 엘리스 측의 항변이 "이유없음(특허 안됨)"을 선언한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이제 빌스키와 앨리스 대법원 판결로 소프트웨어 특허의 존재 근거가 사라졌다. ktMINE의 분석에 따르면, 엘리스의 판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으로 76%의 특허가 영향을 받는 오라클을 선정했다. (이 조사에서 2위는 58%의 영향을 받는 구글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소프트웨어 라이센스가 아니므로 의미 없다.)


이번 글을 마무리 하며...

이제 미국 대법원은 3번째 판결인 "자바" 사건을 남기고 있다. "빌스키" 사례가 "엘리스"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판결의 방향 역시 지난 두 판결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구글이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무리 주변 상황이 구글에 유리해졌다고는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게 되는데...

*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5편에서는 구글의 히든 카드와 오라클의 반격,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망을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