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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의 예정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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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 온 갤럭시 폰이 몰매를 맞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의 부진이 갤럭시 신형모델 실패 때문이었을까?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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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rufflawyers.com)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구조적 부진을 갤럭시의 선전으로 겨우 가려왔다. 하지만, 더 이상 "스마트폰 시장의 몰락"의 파도를 막을 수 없게 되면서, 어닝쇼크로 표면화 된 것 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몰락"은 매출 대비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는 레드오션화 현상을 말한다)

정작 삼성전자가 비난을 받아야 할 부분은 그동안 스마트폰의 선전으로 시간과 사용자 기반을 확보해주는 동안,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수익기반 - 이를테면 클라우드 - 으로 이동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삼성의 기업문화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므로,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왜 스마트폰 시장은 몰락할 수밖에 없냐고? 그 이유는 스마트폰이 PC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4년 반 전에 과학기술인연합에 올린 "스마트폰은 왜 PC를 닮아가는가"라는 글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올린다. 참고로 이 글이 쓰인 시점은 갤럭시가 탄생한 지 6개월, 한국에 아이폰이 발매한 지 1달 된 시점이다. 5년된 글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나는 5년이 지난 지금 벌어지게 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니까.

"스마트폰 시장은 왜 PC시장을 닮아가는가? (2009년 12월 21일)"

스마트폰 시장이 PC시장의 몰락을 따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이 PC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지금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주겠다.

1. 반도체 부품의 표준화

하드웨어를 팔아서 이익을 내야 할 운명인 셋트업체 입장에서는 부품 구매 단가를 낮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동일 제품을 많이 찍어내는 것이다.

기술장벽이 높은 특수 제품을 제외한 범용 반도체 제품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의 원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여기에, 마켓 리딩업체들은 자신들이 이미 팔고 있는 System-on-Chip (SOC)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인터페이스 규격을 바꾸는 방식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친다.

자, 당신이 셋트업체라면, 많이 팔리는 (검증되었다는 뜻도 됨) 저렴한 제품을 쓰겠는가 아니면, 적게 팔리고 비싼 제품을 쓰겠는가? PC의 핵심부품인 CPU시장이 이 길을 걸었고, 하나의 CPU 제품에 종속된 PC 제조업체들이 사이좋게 몰락의 길을 걷지 않았는가.

결국, AP (Application Processor) 를 포함한 스마트폰의 핵심부품들이 이 모델, 즉 부품 독점의 길을 따라갈 것이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면, 지극히 경제적인 이유로, 많아야 2 ~ 3개 정도의 범용 플랫폼만 살아남을 것이다. 동일 플랫폼을 적용하면, 하드웨어 상의 차이는 없다. 결국 PC 모델을 따라간다는 얘기다.

2. 인터페이스의 표준화

이번엔 PC의 외형을 들여다보자. 오늘날 컴퓨터의 휴먼인터페이스는 모니터 + 키보드 + 마우스 (터치패드) 로 구성된다. 세상의 거의 모든 PC들이 동일한 OS를 올리고, 동일한 입출력 표준이 정착되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 제품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결국 가격이 구매 결정의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자 이제 스마트폰을 보자. 구글폰 (?) 이라는 넥서스 모델을 들여다보면, 인터페이스는 단추 4개와 터치 기능이 있는 대형 화면뿐이다. 나는 앞으로 제작되는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는 이런 방식으로 통일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1) 단추가 많아질수록 단가만 올라갈 뿐이고, (2)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외형과 인터페이스의 단순화 및 표준화, 그리고 PC에 가까운 강력한 OS가 탑재되는 순간, 핸드폰 간의 차이가 없어진다. 남은 것은 가격 싸움 뿐.

3.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PC시장이 지옥으로 들어간 또 다른 이유는 OS공급자와 셋트업체의 분리이다. 이게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데, 일단 시장이 성숙하면서부터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다. OS 회사는 판매 대수가 늘어날수록 더 큰 이득(금전 또는 시장지배력)을 얻지만, 셋트업체는 고만고만한 경쟁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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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생태계의 "콩나물 시루" 모델 by 임규태)

결국, 모든 핸드폰 회사들은 단가를 줄이기 위해, 큰 화면만 있는 "멍텅구리폰 (스마트폰)"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폰 메이커들이 돈 버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버리지 않는 한 선택의 여지는 없다.

더우기 ARM기반의 시스템 집적회로 (SOC)의 기능과 성능이 점점 강화되면서, 핸드폰의 기능은 반도체 칩에 종속 되어가고있다. 핸드폰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다른 폰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핸드폰 개발자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적 차별화 가능성이 차단된 스마트폰 시장은 PC시장과 같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PRESENTED BY 덕혜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