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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의 피해글 삭제와 명예훼손 그리고 임시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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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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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게시판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쓰니 목이 답답하고 숨쉬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 글들을 옥시 사가 최근에 삭제했다는 것인데 아직 고의로 삭제했다는 것인지 밝혀지진 않았다. 고의 여부도 검찰은 그것에 따라 살인죄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하지만 회사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정도면 유해성에 대해 회사가 이미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별로 중요하진 않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2001년부터 이런 글들이 삭제되지 않고 게시판에 그렇게 오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에 사람이 죽어나가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로그인한 사용자들만 볼 수 있는 회사게시판에는 글을 올려봐야 파급력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게시판 밖에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은 명예훼손 처벌을 감수했어야 할 것이다. 글들이 다 진실이었어도 말이다. 혹시 용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진실의 발설은 처벌되지 않음을 아는 분들은 밖에 글을 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옥시 사가 정보통신망법 상의 임시조치를 신청했다면 모두 삭제되었을 것이다. 쥬얼리성형외과에 대한 글들이나 아이엠피터의 글들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삭제되었던 것처럼.

포털들이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혹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에 대한 글들이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 이전에 임시조치된 것은 없는지.

세월호가 다시 생각난다. 사건 석달 전 청해진해운에서 해고된 직원이 임금체불 문제와 과적문제를 청와대신문고에 올렸지만 국가는 임금체불만 해결하고 과적문제는 그대로 두었다. 청와대신문고는 공개된 공간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은 세월호 과적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특히 경기지역 학부모들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직원이 이를 널리 알리지 않았다고 흉볼 수도 없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사익이 끼어들었다며 명예훼손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졌을 위험도 있고, 설사 이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할지라도 임시조치 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나라다. 최근 언론자유 순위 70위를 받은 게 대통령 때문이 아니다. 지금 또 어떤 비리와 위험들이 등잔 밑에서 우리를 죽여가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