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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와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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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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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인 것도 나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왜 우리가 이렇게 속을 수 밖에 없었는가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치명적인 결함을 숨기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세월호와 표현의 자유"라는 글을 쓴 다음 다시는 이런 깔대기 글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이번 사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 의해 초래된 면이 큽니다.

사실 한 개인이 누구에게 의지해서 살고 누구를 비호하고 도와주고 이런 일은 프라이버시에 해당하고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알기가 어렵습니다. 바로 그런 특별한 계기가 선거입니다. 박근혜가 대선과 관련되어 논의될 때마다 최태민에 대한 의혹제기가 이명박캠프 및 야당으로부터 수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박근혜는 아무 설명 없이 부인하고 '믿어달라'로 일관했고.

검찰은 의혹제기자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조웅, 김해호, 무송스님, 박성수씨, ON미디어 대표, "40대 시민단체간부(아직도 누군지 모르겠음)" 등.

게다가 허위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죄 모두 언젠가부터 대법원이 소극명제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로 의혹제기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해버려서 (말은 "소명"책임만 지운다고 했지만) 유죄판결이 쉽게 나게 되었고 BBK의혹을 제기했던 정봉주 씨가 그런 법해석의 대표적인 피해자이지요. 결국 의혹의 1차 제기자가 이렇게 처벌되니 2차 3차 단서를 가진 사람들도 나서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아무도 의혹제기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후보자검증은 제대로 되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김해호씨는 최순실 게이트와 예언처럼 비슷한 내용을 9년 전에 제기했다가 허위사실공표죄/명예훼손죄로 실형을 살았고 현재 재심 진행 중입니다.

이런 의혹들을 수사는 하지 못할망정 의혹제기자들을 수사해서 감옥에 보내는 상황에서, 누군가 김해호씨가 내민 퍼즐조각에 맞는 또 다른 퍼즐조각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걸 두려움 없이 내밀 수가 있었을까요? 권력비리의 단서는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잡초처럼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서가 미약하다고 (또는 법의 언어로 "소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짓밟는 검찰·법원의 공권력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덕분에 박근혜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치명적인 결함을 단순한 부인만으로 은폐해가며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후보자검증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김해호씨의 얘기에 맞장구치고 9년 전에 더 취재하거나 수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처벌만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만 두었어도 제2, 제3의 고발이 이어졌을 테고 오늘의 국가적 창피는 없었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꼭 허위사실공표죄, 명예훼손죄 개정되고 김해호씨는 사법부가 꼭 재심하여 앞으로는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제2의 최순실게이트를 막는 일일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