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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수사만큼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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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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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경찰 사이에 매주 집회시위의 장소를 두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11월 5일에는 종로와 을지로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 11월 12일에는 처음으로 이순신 동상 뒤편으로 나아가 율곡로(경복궁 앞을 지나는 대로)를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 11월 19일에는 경복궁 옆 창성동 별관을 거치는 소로를 통해서나마 주간에 처음으로 율곡로 이북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습니다.
- 11월 26일에는 자하문로(청운동 사무소 옆을 지나는 대로)에서 주간에나마 행진할 권리를 얻어내 처음으로 청와대에 200m까지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야간에 행진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즉시항고 하였습니다.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변호사들(양홍석, 김선휴, 최종연)이 수고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시법 제12조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통은 집회에 참가하는 보행자도 포함하는 것이고 이들도 일반차량만큼 도로를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집회참여 보행자가 20만명이고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하루 자동차 숫자가 1만대라면 당연히 차량통행을 우회시켜야지 집회참여자를 우회시켜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조문은 마치 차량통행혼잡을 위해서 집회시위를 우회할 수 있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위헌인 것입니다.

법원도 이를 인식해서인지 12일 재판부터는 교통혼잡이 쟁점이 되지 않고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의 압사 위험만을 가지고 다투고 있는 형국입니다. 25일 재판에서는 자하문로 행진권을 따내기 위해 한강 촛불축제, 국회 벚꽃축제처럼 그다지 넓지 않은 길을 한가득 메운 사람들이 얼마나 무탈하게 행진했는지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소정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그리고 이 논리는 바로 지금 벌어진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도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고 농민들도 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트랙터는 보행자와 달리 빠르기 때문에 자동차 통행에 크게 방해가 되지도 않습니다. 고속도로가 자동차 전용도로라서 문제라면 범칙금 물리고 일반도로로 내려오라고하면 그만입니다. 고속도로를 아무도 못쓰게 막아버린 것은 도리어 경찰입니다. 농민들은 또 다른 소송으로 이미 합법적인 집회권도 얻어낸 상태였습니다. 법원결정문에 따르면 트랙터들을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경찰은 합법적인 활동을 하러 서울에 오려는 트랙터를 막을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대통령 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런 권리들이 보호되는 것입니다. 이런 권리들이 보장되면 좋은 대통령 뽑는 것, 대통령이 잘하도록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검찰도 대통령 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순실게이트, 세월호사태의 한 부분이었던 편향된 수사나 기소를 거둬들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에서 퇴진시키기에 충분한 만큼 언론에서 밝혀졌다고 봅니다. 최순실게이트의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말하지만 검찰 등의 사정기관만큼 제왕적 대통령제를 가능케 해왔던 기관이 또 어디있는가요?

검찰이 이제서야 애국심 경쟁에 뛰어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홍가혜, 이하 작가를 포함하여 세월호 사태 비판했다고 기소당한 사람들에 대한 소송절차, 정윤회 문건 고발한 경관들을 포함해서 최순실 게이트 의혹제기했다고 기소당한 사람들에 대한 소송절차, 홍승희씨를 포함해서 정당한 집회 권리를 행사한 사람들에 대한 소송절차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트랙터 행진에 대한 사법처리도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경찰이 손해배상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겠지만 불법적인 진압으로 연행된 농민들 한 사람도 검찰이 사법처리해서는 안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