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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카스테라와 한국 외식업계의 고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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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카스테라 가게가 400여 곳이라고 한다. 개업 예정에 있던 가게도 제법 있을 것이다. 검색해보면 답답한 사정들이 많다. 대리운전하여 모은 돈으로 가게를 차렸는데 다 날리게 되었다는 글도 보았다. 프랜차이즈업체 대표가 나름은 양심적으로 운영을 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내게 보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예전의 매출로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없다. '우리는 좋은 재료 쓴다'고 광고를 해봤자 대왕카스테라에 씌워진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기에는 어렵다. 엎질러진 물이다. 벌집아이스크림이 순식간에 사라졌던 예를 상기하시면 된다.

한국 외식업이 아이템을 소모하는 방식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확보'는 없다. 한순간 반짝 치고 빠지는 전략이 다수이다. 본사는 짧은 시간 안에 돈 챙기고 튈 궁리부터 해야 한다. 합법적이면, 이도 시장에 맞춘 사업 수완일 뿐이다.

"짧게!" 이게 문제이다. 순간적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여 반짝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니 무리한 마케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무첨가 마케팅에다 주요 재료에서 특정의 재료를 빼서 표기하는 속임수 마케팅을 한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였으면 그 정도는 위험하니 피하였을 것이 분명한데도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일단 내지른다. 그러다가 운이 나쁘면 고발 프로그램의 먹이가 되어 그 수명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대왕카스테라가 딱 그랬다.

가맹점도 본사와 함께 치고 빠져야 하는데, 대체로 사업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 이런 생리를 모른다. 아이템이 깨지면 2선 후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없이 전재산을 들여 가게를 연다. 본사가 주는 홍보물이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용이 있다 하여도 본사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의문을 접는다. 사태가 나면 가장 크게 다치는 이들이 가맹점이다. 겨우겨우 먹고사는 서민들이다. 재산이라곤 그 가게밖에 없는...

한국 외식업계의 이 고질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면서도 고칠 엄두를 못 낸다. "원래 한국은 그래" 하고 만다. 안 되면 법이라도 만들어 강제해야 한다. 이건 다듬지 않은 내 생각인데, 동일한 아이템의 프랜차이즈사업의 경우 일정 기간에 그 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수를 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 프랜차이즈본사가 연간 늘릴 수 있는 가맹점의 수를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경제 시스템을 해치는 일이라 하여도 가맹점주의 심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내놓아야 한다. 너무 많이 당하지 않았는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