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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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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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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동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조사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221명으로 이들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폐 손상을 입었고 이 중 103명이 사망하였다. 더욱 참담한 것은 6세 이하 어린아이가 피해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피해자 수는 임상적으로 구분해 낼 수 있는 특이한 폐 손상자만 해당된다. 다른 호흡기 질환(비염, 천식 등), 기존 질환의 악화, 폐 손상 외 다른 질환 등의 피해자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이다. 현재 3차 피해 신고자(752명)와 향후 추가 조사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모른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추정한 잠재적 피해자는 227만명이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피해자 수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가습기에 왜 화학물질을 넣었을까 ?

우리나라 국민 40 % 정도가 가습기를 쓴다고 한다. 보통 문을 닫고 생활하는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쓴다. 물은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쉽게 오염되는 매우 좋은 환경이다. 가습기는 하루라도 청소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박테리아 등으로 오염된다. 1990년 무렵 외국 학술지에는 가습기를 사용한 사람에게서 오염된 미생물로 인해 걸린 천식, 비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질환 사례가 많이 보고되었다. 이를 통틀어서 가습기 폐(humidifier lung) 질환이라고 했다. 가습기 사용 그 자체가 위험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된 이유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시판된 시기가 1994년 무렵이다. 광고 카피가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 살균제를 넣자"였고 그림은 엄마 코끼리가 살균제 통을 가습기에 붓고 아기 코끼리가 "상큼한 공기"라고 하면서 마시는 장면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균제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넣었나?

가습기 살균제는 제품 개발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한 노하우나 과학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단지 물에다 살균력을 가진 화학물질을 넣어서 제품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될 다양한 감수성을 가진 소비자의 건강영향에 대해서 아무런 독성실험도 하지 않았다. 살균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화학물질이다. 당연히 우리 몸 세포에도 손상을 준다. 살균제인 화학물질이 겨울철 4~5개월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동안 매일 호흡기로 들어간다고 상상해보라. 피해자 대부분이 잠잘 때 1미터 가까이에서 살균제를 마셨던 것이다. 특히 아기와 임산부가 가습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사용했다. 6세 이하 어린아이와 임산부 피해자가 많은 이유이다. 매일 살균제가 호흡기 세포를 죽였던 것이다. 반복해서 계속 들어오니 호흡기가 견뎌 내지 못한 것이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살균제의 성분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들어보지 못한 PHMG, PGH, CMIT/MIT 등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환경부 등 주요 국가의 환경보건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제품에 들어있었던 살균제 농도는 1,276 ppm(옥시)에서 4,486 ppm(세퓨)였다. ppm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양이다. 아이가 하루 10시간 동안 세퓨 제품 살균제 20 cc를 사용했을 때 방 크기, 호흡률 등을 가정하여 하루 호흡기로 들어간 양은 대략 0.3 mg이 된다. 1개월(30일)이면 9 mg이고 겨울철 4개월로 환산하면 36 mg이나 된다. 외부 화학물질에 대한 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유아는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 임산부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양이다.

이렇게 위험한 생활용품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었을까 ?

미국 환경부에서는 가습기에 화학물질을 쓸 경우 세척용으로만 쓰고 물에 첨가하지 말라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줬다. 가습기에 치명적 성분의 살균제를 넣어서 쓴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참사의 근본적 책임은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 환경부는 (주)유공(현 에스케이케미컬)에서 개발한 PHMG와 PGH를 유독물질로 규정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산업통산자원부의 공산품 등 완제품의 유해물질 관리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 소비자가 쓰는 '생활화학가정용품'인데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자율안전확인대상공산품'으로 분류했다. 돈을 버는데 목적이 있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확인하겠는가? 노약자가 포함된 소비자가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특히, 정부 규제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관리를 전혀 받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최근 사례로 보고한 방수 스프레이를 사용한 사람에게서 심각한 폐 손상이 발생한 것도 산업통산자원부가 공산품으로 분류한 생활용품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정부의 아무런 감시 없이 사용되다가 2011년 11월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지자 그해 12월에 약사법에 의한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었고 다음해 11월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포함된 일부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환경부로 이관되었다. 여전히 스프레이 등 위험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용품 등이 산업통산자원부가 관리하고 있어 또 다른 사고의 위험이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다. 당장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과학기술과 전문가 역량을 총 동원해서 피해자를 찾아 배상하고 위험을 생산한 기업과 국가의 책임 여부를 엄중히 따져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해야 한다.

환경부는 폐 손상 이외의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폐 이외의 다른 장기 건강 피해자를 찾을 수 있는 기준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신고 및 판정을 서둘러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과학적 한계, 행정 편의 등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전문성을 동원해서 살균제 건강영향 규명, 살균제 사용자와 피해자의 건강 영향을 추적해야 한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잠재적 피해자도 찾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생활용품으로 인한 아주 작은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수술해야 한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자율안전확인대상 공산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생활용품 등은 위험을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부처로 넘겨야 한다.

글 |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이다. 2011년에 질병관리본부 "폐 손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해서 가습기 살균제 노출을 평가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조사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 학술지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3편 논문을 교신 저자로 게재했다.

● Exposure characteristics of familial cases of lung injury associated with the use of humidifier disinfectants, Environmental Health 2014, 13:70
● Relationship between exposure to household humidifier disinfectants and risk of lung injury: a family-based study, PLOS ONE, 2015 DOI:10.1371/journal.pone.0124610
● Estimating Retrospective Exposure of Household Humidifier Disinfectants , In door Air, 25(6), 2015, 63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