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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문화향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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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글 | 정연택(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지난 20세기 대중문화산업의 발전은 문화소비의 민주화를 낳았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산업기술의 발달에 따른 물질적 풍요는 누구나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제공과 더불어 문화의 산업화를 촉진해 왔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과거 특정 계층만 누릴 수 있었던 문화향유의 기회가 일반인에게도 쉽게 주어짐으로서 민주적 가치를 실현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향유의 보편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향유의 방식이 시장의존적이다 보니 일반 시민은 문화를 통한 내면적 성숙보다 단지 시장의 소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산업의 발전은 '문민정부'의 세계화와 '국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향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문화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에 비유하는 가운데 국가경제의 신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문화산업'이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기 시작했던 것도 그 즈음이다. 그때부터 문화는 '문화상품'으로 포장되어 유통되고 외국인에겐 '문화관광상품'을 통해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 기여코자 했다. 대외적으로는 품격 있는 문화상품을 통해 국가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문화가 시장의 경제적 효율성에 종속됨으로서 일반 시민은 자율적인 문화생산의 기회가 단절 되고 단지 시장의존적인 소비자로 남게 되었다. 일부 '문화체험' 또는 '여가문화생활'이란 명분으로 직접적인 생산과정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일회성이 짙은 가운데 시장 논리에 지배되어 문화향유를 통한 내면적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전문적인 문화생산자조차도 문화의 효용가치가 시장의 경제적 효율성에 종속되어 있어 창작의 자율성 확보가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지금껏 경제성장 위주의 사회는 무한한 소비를 촉진하는 가운데 시민의 문화향유를 시장의존적인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저성장 사회가 도래한 현실의 상황은 새로운 문화향유의 패러다임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같은 요구는 무엇보다 저성장과 더불어 나타나는 저고용 사회의 출현과 관련이 깊다.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무한한 소비를 통한 문화향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시장영역에서의 경제활동과 생산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가내생산활동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생산적 문화향유의 기회를 넓혀 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가처분 소득의 51%가 비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비시장의존률=10.8%)이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시장에 의존하는 노동의 탈상품화와 경제활동은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상호성을 증진시킴으로서 시민의 덕성을 함양하는데 좋은 조건을 마련한다. 이는 곧 시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 권력화'에 토대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정치제도의 한계성과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경제적 대안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과거 문화향유의 민주화가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소비중심의 향유방식이었다면 미래에는 생산중심의 문화향유로 나아가야 한다. 소비가 미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소비의 탈물질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성찰하고 이를 생존전략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비욕망의 구현이 존재를 인식케 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닌 "생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생산은 자율성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자율성은 타자로부터 금전적 보수를 전제하지 않은 노동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생산을 통해 생존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시민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듯이 대량소비를 위한 대량생산은 '대중에 의한 생산'으로 변해야 한다. 소비적 문화향유에서 생산적 문화향유의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글 | 정연택

명지전문대학 도자전공 지도교수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서울시 문화관련 자문위원과 대통령 직속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버금이전'등과 같은 문화기획을 통해 시민공예가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공예의 생활화와 자립공생사회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