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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대신 임신중단을 위한 자기결정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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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뿌리를 둔 인격권에서 그 근거를 도출할 수 있다. 현행 형법의 낙태죄 규정은 태아의 생명권을 우위에 둠으로써 이러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자보건법상의 낙태정당화 사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은 임신유지를 하는 것이 심신의 건강을 매우 크게 해치게 되는 특정한 사유들로 인한 것이어서 여성이 자유로이 판단하고 선택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태아가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서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서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인간을 객체화 하여 인간의 존엄을 상실케 하는 생명권의 박탈은 헌법에 반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제3자의 침해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의무를 진다. 국가의 생명권 보장과 생명권보호의무 실현을 위하여 특히 형법에서는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낙태죄 처벌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행 형법에서는 모자보건법의 사유가 아니면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낙태를 금지함으로써 국가가 최대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다른 한편으로 여성이 임신과 출산과 관련하여 자신의 몸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전혀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양자의 조화로운 보장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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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생명권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 법에서는 원칙적 낙태금지, 예외적 낙태정당화라는 규정방식을 택하고 있다. 형법 제269조에서는 임신여성의 낙태를 예외없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리고 제270조에서는 낙태시술을 한 의사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는 예외적으로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①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는 처벌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적 낙태금지, 예외적 허용방식은 국가의 출산정책과 여성 몸의 객체화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국가는 여성의 출산을 통제함으로써 인구를 조절하려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여성의 몸이 국가 인구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짐으로써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에서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문제에서 소외되어 왔다. 국가가 형법상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상 낙태불처벌 규정을 도외시하거나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시도하면서 출산대책을 수립하였는데, 이 점은 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낙태금지를 내세우면서 모자보건법상 허용되는 낙태수술이외의 낙태수술을 불법낙태수술로서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려고 의료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낙태죄 폐지논의'는 크게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 또는 임신초기의 낙태불처벌의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낙태정당화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모자보건법상의 낙태정당화 사유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불륜, 미성년, 미혼모 등의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혹은 경제적 궁핍함으로 인하여 행해지는 낙태는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에 따른 자유로운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출산을 할 수 없어서 낙태를 하는 강제된 비자발적 낙태이다. 국가는 여성이 사회·경제적 사유로 강요된 낙태를 하지 않도록 사회국가원칙에 따라 사회·경제적 조건을 형성하고 국민의 인식개선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즉, 경제적 취약계층이 임신, 출산, 양육에 있어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기 위한 사회적 급부를 받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형법상 낙태죄 규정을 임신초기의 단계에서의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는데 임신, 낙태, 출산, 입양, 양육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가진 독일의 방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여성이 임신부터 낙태, 출산 후 입양까지 발생하는 갈등을 임신갈등으로 보고 이러한 갈등을 해소 혹은 극복할 수 있도록 연방차원에서 법제 정비를 하고 지원체계를 마련하였다. 먼저 형법 제218조에서 낙태를 금지한다. 그리고 제218a조에서는 12주 이내의 임신갈등여성에게 상담을 거쳐 3일의 숙려기간 후 의사에 의해 낙태를 허용한다. 여기에서 주목하여서 볼 점은 낙태를 고민하는 임신여성을 형법에서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임신갈등'에 있는 여성으로 파악하고 이들에게 상담을 통하여 구체적인 조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다. 임신갈등법에서는 임신갈등상담소에서 모든 사람에게 건강상담과 임신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상담활동을 하는 한편, 상담중심으로 임신갈등이 극복 또는 해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임신갈등여성에 대한 상담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개방적 상담이며, 내용은 출산 후 아이와 함께 인간다운 생활하기에 충분한 급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 조력기관 및 유관단체들에 대한 정보제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임신갈등여성은 상담 후 3일의 숙려기간을 거쳐 임신중단을 할 수 있다. 또한 임신갈등여성은 제한적 익명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임신갈등상담소에 익명출산을 밝히는 제1회 상담에서만 실명을 밝히게 되며, 그 서류는 국가가 보관한다. 그 이후 진료, 치료, 출산, 출생신고, 신분등록까지의 모든 절차에서 산모는 서류에서 익명으로 남게 된다. 양육포기된 아동은 입양되며 아동에게는 16세가 되면 자신의 친모에 대한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보장된다. 출산 후 아동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고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기에 충분한 다양한 경제적 급부와 주택지원 등을 받게 된다.

낙태죄 폐지논의를 함에 있어서 낙태정당화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것 보다는 국가가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비자발적 낙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적․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임신 초기에 있어서는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이 임신중단을 고민하는 여성을 임신갈등여성으로 포착한 후 임신, 낙태, 출산, 입양, 양육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관점에서 유기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글 | 신옥주
현재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로 재직중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동 대학원 졸, 독일 마부륵의 필립스대학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사위원, 헌법재판소 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