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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지속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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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경제 생태계의 강건성을 도모하며-

글 | 한면희(성균관대 초빙교수, 민주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

1. 공동선의 경제 생태계

제3의 경제체제로 공동선 경제를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자가 주창하는 신공동체주의는 사회 구성원 누구나 고유한 자아를 자유롭게 구현토록 하되, 형제애(사랑)의 자세로 수행함으로써 그것이 연계되어 있는 가족과 이웃,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해악이 아닌 미덕어린 영향을 끼치도록 인도하여 공동선을 이루도록 하는 데 있다.

공동선의 1차원 지평은 우주지구적이고, 2차원 지평은 지구사회적이다. 문명사회는 우주자연과 생태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고, 인간은 누구나 지구촌 사회 공동체의 성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태적 인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통 생물학은 먹이사슬을 수직적 피라미드 체계로 파악하여 상대적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자연의 서열화 관계를 불가피한 사태로 바라본 반면, 생태학은 생명의 기반(빛과 물, 공기, 흙 등)과 생산자(녹색식물), 소비자(초식 및 육식동물과 인간), 그리고 분해자(미생물)가 원형궤도 속에서 길드식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한 부문의 상태가 다른 쪽으로 순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한다. 바로 이 개념체계로 사회, 특히 경제를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책을 구사할 때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접근하면, 경제주체 각자가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토록 하면서 자유시장이 보이지 않게 자동으로 조절하여 파이가 커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서 경제 양극화와 (대)공황, 환경위기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 흔히 보수 정치가 경제정책서 저지르는 사태들이다. 이에 맞서는 진보의 대안 모색이 가능한데, 경제 부문을 확장적 의미의 경제 생태계로 상정하여 공동선을 도모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새 해법은 약육강식의 직선형 서열화 경제 패러다임을 공동선이 구현되는 원형궤도의 생태적 순환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새 해법에서는 시장의 기초 단위인 생산자 기업과 소비자가 자유롭게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효율성을 구현토록 하되, 정부는 기초 공동체의 건강한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여 시장에 선의의 계획적 개입을 통해 국가 전반의 공동선 경제가 이룩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2. 한국사회의 과제와 경제 생태계의 건전화

지구촌 대다수 나라와 함께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사적 여건 속에 놓여 있다. 유사하게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와 블루길, 배스가 우리나라의 호수와 하천에 유입되어 전국으로 번져나가면서 토착종의 씨를 말리는 형세인데, 엄연한 생태적 현실이다. 과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종 희소성의 진행 사태를 종 다양성 및 토착종 보전의 새로운 생태계로 변모시키는 데 있다. 같은 과제 인식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를 창조적으로 일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만연, 출산율 저하 따른 가파른 고령화사회 진입, 자영업 과잉에 의한 공멸 징후, 도처서 발생하는 온갖 갑질 등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은 경제 생태계의 한쪽인 민간기업 분야에서 나름의 생산적 활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국 경제가 지탱되고 있지만, 사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위기가 전면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이에 경제 양극화의 대표적 피해 유형인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면서 경제 생태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미래 지향적인 사회개혁을 바르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3. 문재인정부의 경제관과 일자리정책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선거 공약의 실현을 위해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첫 번째로 공무원 일자리 17만 개를 새로 늘린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 민간부문의 돌봄 노동자들 34만 명을 공공부문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며, 세 번째로 공공부문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3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일자리는 소방과 경찰, 복지, 군 부사관 분야로 집중되어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 기회가 갈 것이고, 민간분야의 공공부문 전환은 기존 임금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처우개선과 더불어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병폐를 공공부문에서부터(기간제 교사의 정규 교원화 등) 청산하여 사적 영역으로도 확장토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건전화를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이므로 바른 방향이 분명하다.

일자리정책 추진에는 또 다른 나름의 근거가 있다. 전통적 성장론의 견지에서는 생산성 증진을 도모하는 기업에 의해 일자리가 창출되어 경제의 돈 흐름이 원활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 속에서 초일류 기술의 산업화 적용이 추가 일자리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에 특징적인 재벌의 문어발식 영역 확장과 고질적인 반칙으로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과 대기업 등 위로 집중된 돈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는 경제적 낙수효과의 미약함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생각을 바꿔서 시장에 개입하여 강력한 마중물 성격의 재원을 공공부문에서부터 쏟아 부어 분수효과를 극적으로 조성해보자는 것이다. 나름의 일리가 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해소와 청년 취업기회의 확대, 고용의 안정성 등도 동시에 달성하자는 것이므로 찬사를 보내 마땅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리는 이 정책이 후일 감당키 어려운 화근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분별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4. 일자리정책 성공은 경제 생태계의 강건화와 동반성장서 찾아야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은 굉장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몇 가지 한계도 갖고 있다. 첫째, 연금까지를 감안한 현 공무원(2016년 기준 954,113명이고, 교원이 1/3을 넘음)의 임금체계가 국가재정에 큰 압박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그 체계적 개선을 시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향후 5년간 17만 개를 늘릴 경우 국민의 세금 부담을 몹시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공사 등 공공부분의 평균임금이 민간분야의 시장에 비해 과도한 상태를 해결할 해법을 함께 모색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공공부문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그 부담을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짊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문재인대통령이 5월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비정규직 1만 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1,438명의 정규직이 평균적으로 연봉 8,853만원을 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의 평균연봉은 3,6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규직화가 이루어질 경우 당장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차별적 임금이 노조의 단체협상으로 좁혀지면서 전반적 임금 상승이 이루어질 터인데, 그때는 재앙 수준의 파산을 맞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야수적 시장경제를 건전한 경제 생태계로 바꾸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여 바람직하지만, 바뀐 경제 생태계가 혹여 감당 가능한 선을 넘어섬으로써 파국에 직면하도록 방관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생태적 지평서 제기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사회 구성원 각자가 소와 양, 염소 등을 공유지로 데리고 나와 풀을 뜯어먹게 하면서 살찌게 하고 새끼를 낳게 하며 갈수록 그 수를 늘려 모두가 크나큰 부를 누리려고 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생물권(또는 생태계)에 내재된 생명부양체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때 총체적 파국을 맞이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일순간에 다가올 수 있다. 경제 생태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그리스가 전형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필자는 경제 생태계를 건전화하면서 또한 그 부양체계의 힘도 함께 키우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바로 이럴 때 바람직한 이상도 현실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강건화를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 한다.

첫째, 본래 계획을 시행 기한의 연장 형태로 재조정해야 한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옳다는 신념이었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원칙인 사전예방성원칙에 따라 모의실험과 축소형 사업을 전개한 후에 중단과 진척의 여부를 가렸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생태적, 미적 가치를 극도로 훼손했고, 녹조가 짙게 드리워지는 등 수질도 악화시켰다. 일자리정책의 경우에도, 우연적 편향성에 쏠리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가려서 본래 계획의 일부(1/3 또는 1/2)를 시행하여 효과도 좋고 국민 평가도 긍정적일 때, 자연스럽게 그 기조를 잇는 후속 정부가 탄생하여 중장기적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혹여 서두른다면 독선과 아집이 깃들어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둘째, 독일서 2011년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가동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큰 저항감 없이 2022년까지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자신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적 합의회의로서 가칭 '일자리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국민과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조합(대기업과 공무원, 공공부문)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하향식 집행체계 성격이어서 이를 민주적인 상향식과 호응하도록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 일자리 창출은 생산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 속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단계는 정부의 주선으로 대기업이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민간 대중소기업 간의 자발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조성한다. 2단계로 정부가 선도적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고 그 기술이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이끌어내서 중견기업과 히든챔피언이 많아지도록 이끈다. 동반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국부가 커질 수 있고,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공공부분 일자리도 힘차게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적 동반성장이 결여된 공공부문만의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려면, 창조와 기술혁신의 경제로 전진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시대가 빠르게 급습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계산의 영역을 넘어선 새 지평(문화와 과학기술이 접목되는 산업 등)을 개척하는 데 정부가 앞장 서야 한다.

다섯째,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지역 공동체에 이로운 것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여 정부와 시장, 지역 공동체의 동반성장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북핵위기를 극복하고 남북한 간의 동반성장도 이룩되게 함으로써 평화통일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은 왜곡된 시장경제를 건전한 공동선의 경제 생태계로 전환하려는 하나의 시도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한 사회경제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일 뿐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경제 생태계의 강건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건전화의 양적 팽창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 생태계의 강건화를 이룩하는 방안의 핵심은 동반성장에 있다. 따라서 일자리정책은 동반성장과 동행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글 | 한면희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민주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유일한 후보 직속 위원회였던 동반성장위원회의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과거 생태철학자로서 대안적인 녹색대학의 대표(교수)와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초록문명론>과 <미래세대와 생태윤리>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으로 아토피 자녀의 어머니들과 교류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철학자로서 <제3정치 콘서트>를 출간하는 등 공동선과 사랑의 정치를 본원적으로 실현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