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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의 망언,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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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 WATSO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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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

글 | 조 민(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망언으로 또 다시 역사 침탈의 야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6~7일 미국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한반도, 북한이 아닌 한국 전체(not North Korea, 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 주석의 '역사 강의'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 역사 왜곡 발언은 그의 무지와 경솔한 언행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논란과 관련한 우리 측의 공식적인 확인 요청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외교마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보다 명확한 해명이 요구된다.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이는 명백히 역사 왜곡이며 뿌리 깊은 중화주의의 발로로, 시 주석의 흉심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다. 중국의 패권적 대국주의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에 매우 충격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온라인 매체 <쿼츠>는 시 주석이 실제로는 기원전 2세기 한반도 북부에 설치된 한사군이나 13세기 몽골의 고려 정복을 언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몽골 문제라면 몽골에 완전히 정복당했던 중국의 역사가 더욱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 근현대사의 굴곡

한국 근현대사에 드리워진 중국의 존재는 매우 어둡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민씨 정권의 요청으로 청나라는 원세개와 오장경이 이끄는 4천 5백의 군사를 파병하였다. 청은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화하였고 청군은 국내에서 온갖 패악을 저질렀다. 1884년 '위로부터의' 개혁인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여 최초의 근대 개혁의 기운을 좌절시키고 말았다. 돈화문 앞 전투에서 홍영식 등 많은 초기 개화파 젊은이들이 청나라 군대와 싸워 희생되었다. 그로부터 1894년 청일전쟁 패배까지 이홍장이 종주권(Suzerainty)을 행사하면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이처럼 중국의 내정간섭으로 근대 개혁의 싹이 돋을 수 없었고, 종주권 행사로 조선의 자주적 대외관계가 봉쇄되고 말았다.

1943년 11월 카이로 회담에서 식민지 한국의 독립 문제가 처음 논의되었다. 카이로 선언문에 한국의 독립이 언급된 데에는 식민지 해체를 전후 질서 재편 전략으로 삼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구상 덕분이었다. 한국 독립 문제는 루스벨트와 장제스(장개석 蔣介石) 간의 만남에서 처음 얘기되었다. 1960년에 비밀 해제된 미국 국무부 기록(FRUS: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루즈벨트는 처칠과 만나 장개석과의 전날 요담 내용을 전했는데, "중국(장개석)이 만주와 한국의 재점령을 포함한 광범위한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 자료들은 장개석이 한반도의 독립은커녕 오히려 루즈벨트에게 종주권 회복 의사를 드러냈던 것을 밝혀준다. 미 국무부 자료가 알려지기 전에 대만이 우리에게 넘겨준 자료에는 "장개석 총통이 한국의 독립을 허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거나, "한국독립 문제에 대해 총통은 특별한 노력을 경주했고 루즈벨트에게 우리 주장을 찬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자료로 밝혀졌고, 장개석의 독립 지원 신화는 깨졌다(카이로 선언문의 한국 독립 문구를 누가 주도했는가에 대해서는 박보균 기자가 파헤친 글(2013. 11)이 매우 주목된다). 김구는 충칭(重慶)에서 장개석에게 임시정부 인정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번번히 거부당했다. 장개석은 일본 패망 후 대만, 팽호도, 그리고 만주 지역을 비롯한 한반도 등 청일전쟁 이전의 중국 판도의 회복을 기대했다. 그에게 한국의 자유독립 문제는 논의하고 싶지 않은 제안이었다.

6․25 전쟁(한국전쟁)은 북한 김일성의 남침으로 일어났다. 우리는 유엔군과 함께 북한 지역을 탈환하여 한반도 통일을 눈앞에 두었으나, 중국의 대규모 침략으로 남북 분단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다는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한 중국의 개입 전략이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에 깊은 단층선이 놓였다.

한편 동북공정은 또 어떠한가? 현재도 중국 당 차원에서 만주지역뿐 아니라 한반도 북부까지 중국 역사로 삼키는 끊임없는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전(全) 방위적 역사 침탈과 왜곡 작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당사국들로 하여금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미래를 여는 길, 역사 왜곡 극복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이끈 등소평은 그의 후계 지도자들에게 "한반도 통일을 절대 허용하지 말라"라는 교시를 유훈으로 남겼다. 그러한 교시에 입각하여 중국은 '불통불란(不統不亂)'을 한반도 전략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이는 한반도의 통일도 분쟁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한반도 분단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통일을 허용하지 말라는 등소평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반도 '분할통제(devide & control)' 방침을 솔직히 천명한 전략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데 고심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드(THAAD) 문제가 지난해부터 한․중 간 최대의 딜레마로 떠올랐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 그리고 대북정책과 깊이 연계된 문제이다. 사드-X밴드 시스템은 항공모함 킬러 둥펑(Dong Fung) 미사일을 잡기 위한 방어체계라 할 수 있다. 둥펑 미사일은 북으로는 지린성(吉林省) 백두산 지역에서부터 남으로는 저장성(浙江省)까지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부상한 중국은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의 전략적 방침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과 아울러 미국 해양 헤게모니의 제한을 주장한다. 중국은 이를 위한 실전 전략무기체계로 대함(對艦)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술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항모 전력 구축 보다는 항모 잡는 미사일 개발이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북한 미사일 전략도 중국 대함 미사일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이다).

남중국해는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통로이다. 미국은 1922년 전 세계 해양패권을 확정한 워싱턴체제(합의)이래 백 년 가까이 지중해, 대서양, 태평양 해양 헤게모니를 장악해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둥펑 미사일 시스템으로 태평양 제해권에 도전하면서 미국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둥펑 vs 사드-X밴드'는 서로 '뚫느냐(잡느냐), 뚫리느냐(잡히느냐)' 하는 창과 방패 논리처럼 방어적이자 공세적인 대응으로 맞물렸다. 요컨대 지역 해양패권을 놓고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 미․중 관계가 대립과 갈등으로 드러나는 국면에 우리는 지정학적 딜레마 속에서 함부로 '예스, 노' 하기 힘든 아주 당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지금 사드 배치로 한국은 중국에게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의 보복 심리는 안보적 대응 차원 못지않게 우리를 깔보는 전통적인 대국의식, 중화주의의 발로라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조공사상, 소국이 대국을 섬겨야 한다는 사대의식의 비뚤어진 행태로 보인다. 중국의 보복 때문에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사실 지금 단계는 철회가 거의 불가능한데, 트럼프까지 나선 마당에 미국의 입장은 어떻게 되며 또 중국 압력에 굴복한 우리 한국은 뭐가 되는가? 대미자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대중자주도 중요하다. 물론 중국과 미래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이 조금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는 매우 위태로운 국면에 처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 간 '빅딜'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이 어떻게 결판날지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안하고 갈등적인 한․일 관계에다 한․중 관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미 동맹의 가치가 손상되거나 신뢰 기반이 약화된다면 한국의 위상과 존재감은 한층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역사에 해박한 지도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영민한 사람이다. 우리는 시 주석의 망언, 트럼프 대통령의 결례를 당당히 물어야 한다. 중국의 역사 침탈 수준인 역사 왜곡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당당한 태도는 한․중 간 근현대사의 일그러진 관계를 바로잡고, 양국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함께 미래를 여는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