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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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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 민(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1. 기로에 선 한국: 좌절이냐, 도약이냐?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장(章)이 열렸다. 2017년, 하늘은 우리의 백 년을 예고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의 추억'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심판으로 개발독재의 박정희 패러다임은 종언을 고했고, 지금의 헌정 질서를 규정한 '87년 체제'는 막(幕)을 내리고 있다.

21세기 인류는 그야말로 '혼돈과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Chaos & Hyper Uncertainty)'를 맞이했다. 희망과 이상주의는 뒷걸음치고 냉소와 불안감이 배회하고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평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국가 이기주의와 자본의 탐욕, 불평등과 불안정의 세계 속으로 가라앉는 중이다. 지금 인류 사회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가능한가?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혼돈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혼돈과 초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예측과 통제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한국은 안으로는 사회의 해체, 밖으로는 국가적 위기에 처했다. '한 민족, 두 국가(one nation, two states)'의 분단 상황에, '한 국가, 두 국민(one state, two peoples)'의 분열 상태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념, 지역, 계층 갈등에다 세대 갈등까지 겹쳐 나라가 온통 두 쪽으로 갈라졌다. 국론분열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와는 결코 통합할 수는 없다는 주장 사이에 깊은 간극이 놓였다.

안팎으로 엄청난 파국과 위기 상황에 처했다.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역사는 우리의 지체(遲滯)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기적 난국과 위기를 넘어 미래로 가는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제 광장의 함성은 역사와 미래를 향한 공론의 장(場)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세계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인가 그렇잖으면 여기서 좌절하고 말 것인가 하는 그야말로 엄중한 기로에 섰다.

2. 위기와 도전을 기회로!

미국과 유럽 선진 국가에서도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마침내 끝났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감옥에서 벗어나자마나 다시 신국가주의(Neo-nationalism)의 신화에 갇히고 마는 상황이 찾아왔다. 그동안 세계화(globalization)로 무역장벽이 제거되었고,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장벽도 허물어졌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우리는 IMF 위기를 겪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몰락을 가져왔다. 미국의 기업과 자본에 의해 주도된 세계화는 오히려 중심부 국가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었다. 트럼프 현상도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신국가주의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에 전후 70여 년 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질서의 중심축인 '자유국제주의(Liberal-Internationalism)'가 크게 쇠퇴하는 한편, 국내 정당정치 차원에서는 불평등 속의 정치적 양극화로 '중도의 몰락(Dead Center)'이 초래되었다.

지금 한반도에는 거대한 쓰나미(tsunami)가 덮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안보와 경제'의 더블 위기에 마주쳤다. 경제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지정학적 딜레마 속에서 안보 위기마저 겹쳤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패권 경쟁의 한 판 승부로 세계사적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의 지정학적․지경학적 특수성으로, 다시 한 번 선택을 강요받는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전략 차원에서나 보호무역의 기치를 내건 경제정책의 양측에 모두 관통하는 패권전략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패권 갈등이 남중국해와 한반도로 집약되면서 서태평양의 격랑에 한반도가 자칫 표류할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 미국과 중국의 대외전략의 강경 모드로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매우 심각한 국면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과 민생 문제 해결의 딜레마 속에 개혁 의지와 동력마저 거의 소진된 상태이다.

우리는 정치적 리더십 측면에서도 매우 초라하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강력한 '핵심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 러시아의 카리스마적 지도자 푸틴 대통령, 그리고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일본의 아베 총리 등 한반도 주변국의 정치적 리더십은 상당히 안정적이고 강고한 모습이다. 정치 지도층 모두가 국민의 굳건한 지지와 신뢰를 받아도 대내외적 난관을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어느 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집권으로 엄중한 위기국면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기와 도전을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3.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혁신과 통합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인가? 혁신과 통합이다. 혁신은 두 방향에서 추진될 수 있다. 즉, 국가구조 개혁과 정치혁신이다. 권력 배분과 관련된 국가(구조)개혁은 개헌을 통해 가능한데 차기 정부 초기에 개헌이 단행되어야 한다.

정치혁신은 간접민주주의 형태인 대의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대의제의 기반인 정당정치는 엘리트 정치(選良)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제도이다. 국회의원은 그를 뽑아준 국민의 의사를 '대표(represent)'하지도 못하고, 유권자 대중의 바람과 의사를 '대변(speak for)'하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대표자의 역할도 대변자의 기능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철도와 신문의 시대'의 정치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난 세기의 정치적 공간과 미디어의 특성에 기반을 둔 대의제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일상화된 생활정치의 현실, SNS, 그리고 사이버 정치 공간의 출현으로 엘리트 정당정치와 대의정치는 낡은 시스템이 되고 말았다. 정치혁신이 불가피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덧붙여 개정 절차가 법률보다 까다로운 우리의 경성(硬性)헌법의 성격도 바뀔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개헌 수요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헌법이 바람직하다.

국가와 정치 혁신이 이루어져야 시장경제를 바로잡고 공정한 사회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먼저 나라가 반듯하게 바로 서야 혁신 과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통한 사회적 활력의 회복과 평화통일의 길을 닦는 데에 국가의 운영과 관리 역량의 문제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라를 바로잡고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혁신은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통해 추진이 가능하다.

진영논리 극복

보수(우파)의 가치는 선비정신과 딸깍발이 샌님들의 생활 방식과 지조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에 그런 보수가 있는가? 부패와 탐욕, 무뇌집단으로 비난받는 보수의 뻔뻔함과 몰염치는 정상적인 한국 사람이라면 참으로 인내하기 힘들 지경이다. 진보(좌파)는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좌파는 북한 핵문제, 체제, 여기에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과 긴장감을 놓쳤다. 즉, 문명사회의 규범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북한에 적용하기를 매우 주저했다. 더욱이 진보좌파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의 좌우파 어느 쪽도 혁신의 주제로 나서거나 한반도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먼저 자기부터 돌아보는 깊은 성찰이 요청된다.

통합 리더십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에겐 이념, 계층, 지역,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끄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우선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고 협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의 진영 논리의 폐습은 당장 극복되어야 하며, 진영 간 대립구도를 혁파하고 '포용적(inclusive) 정치구조'의 창출이 요구된다.

차기 정부는 당장 대내외적 위기를 수습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역사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 감각이 뛰어난 리더십이 요청되는 실정이다. 국가안보, 경제와 민생회복, 혁신과제 추진 그리고 통일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인격, 통찰력, 국내외 정세파악 능력, 국가과제 설정 역량, 소명의식 등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개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통합은 조화와 상생적 가치를 추구하는 논리로 우리 시대의 정치적 규범이어야 한다. 중용(中庸)과 중도(中道)통합의 이념이 우리 시대를 이끄는 가치이어야 한다. 물론 다양성이 상극성으로 타락하지 않고 통일성이 획일성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한다. 원효(元曉)의 화쟁(和諍)과 화회(和會)사상에서 통합과 상생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

시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 개혁과 국가 혁신의 길에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과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화합과 동행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을 적극 모색할 때이다.

*이 글은 평화재단 기획칼럼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 조 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과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을 맡고 있으며, 선문대학 초빙교수로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과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 오래 동안 연구해왔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 사회의 내부 동력이 관건적이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와 함께 문명사적 전환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정치의 역할을 탐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