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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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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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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 경 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

어제는 98주년 3·1절이었다. 헌법 전문에 의하면 3·1절은 우리 헌법의 뿌리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조선이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최초로 선포하였으며,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조선왕조와 결별한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그런 점에서 3·1운동은 3·1혁명이기도 하다.

3·1운동은 한민족 전체가 혼연일체되어 새로운 독립국가를 외쳤다. 좌우대립도 없었다. 좌우대립은 그 이후의 일이다. 임시정부 이후 나라의 독립의 길을 찾아가면서 좌우의 노선이 갈라졌다. 그리고 1945년 해방과 함께 한반도는 분단국가가 되었다. 분단이후 6.25 동란을 겪으면서 대립의 골은 더욱 심화되었고, 분단은 비정상적인 정치를 야기한 화근이었다. 그리고 70년, 우리 사회는 지리적 분단을 넘어 사회 속속들이 사람마다 파고들어 정신과 감정까지 분단시켜 놓았다. 이런 분단상황이 오늘의 총체적 난국을 초래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금년도는 임박한 대통령 탄핵결정을 앞둔 시점이라 또다시 분단된 국민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되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탄핵찬성 집단과 탄핵반대 집단 사이에 충돌이 위기일발 직전까지 간 날이다. 경찰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차벽으로 두 집단을 갈라놓았다. 광화문 광장도 분단되었다. 분단 가운데 시위가 진행되었다. 이것이 어제 3·1절의 모습이었다.

본래 3·1절은 분단을 몰랐다. 분단이 없으니 통일이란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자주독립과 세계평화를 한 목소리로 담았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분단 속에서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3·1절 기념식이 아니라 훼손식이라 할 수 있다. 100여 년 전에 자주독립하자고 나선 길을 분단으로 귀결시켜놓고 기념식을 하는 것은 너무나 뻔뻔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1운동은 헌법의 뿌리인 만큼 기미독립선언서도 헌법문서로 보아야 한다. 헌법을 읽는 국민들은 앞으로 독립선언서도 찾아 읽어보아야 한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를 괴롭힌 일본조차 단죄하고, 꾸짖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급하기 때문에 우리는 남을 원망할 틈도 없다."고 하였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만 자기 건설에 있을 뿐이요,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지 않노라.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자기의 새 운명을 개척하려는 것이요,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으로 남을 질투하여 내쫓고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로다."고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분단상황을 극복하려면 3·1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갈 길도 바쁜데 남을 미워할 틈이 어디 있겠는가?

나라와 주권이 없었던 시절 우리 가족, 우리 민족 살리자고 산지사방으로 찾아 헤맸던 길들의 잘잘못을 지금 따져본들 무슨 소용있으랴. 어느 길을 가도 고난의 길일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나만 고생했다 생각지 말고, 상대방의 설움과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부둥켜 안아줄 수 없을까? 다시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면 어느덧 서로가 서로를 죽였던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이다. 실제로 형제간 살육이 비일비재했으니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남아있을까 상상이 간다. 그러다 보면 다시 마음속 깊이 잠자던 상처와 증오가 솟구칠 것이고 대화와 이해는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순간에 명심할 일이 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이 분노의 마음이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한 원인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나의 분노와 증오와 개인적 정의감이 분열을 일으키고 그것이 결국 나라의 주권상실을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적군처럼 미워하는 바로 '내'가 나라 팔아먹은 장본인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나와 다른 길을 갔던 그 사람을 미워하는 '내'가 망국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지금 우리는 다시 국권상실의 위기에 접하고 있다. 나라 잃는 그 상황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지금 나부터 상대방의 인생길을 이해하고 인정하자.

그래서 어제 3·1절은 울었다. 한반도 분단도 모자라 마침내 광화문 4거리까지 침투한 분단의 벽을 보고 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은 했을망정 차마 충돌까지는 하지 말라고 비를 뿌렸다. 제발 증오와 분노를 식히라고 말이다.

글 |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이다. 영국과 미국의 노예제 폐지과정 연구를 통해서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헌법정신이 중요함을 알았다. 헌법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사회복지국가로의 본격적 진입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