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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질 결여의 결과를 보여준 '박최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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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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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제 시국특집 13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한면희(성균관대 초빙교수,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

박근혜 대통령을 보위할 사정 라인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탄핵 선창에 뒤이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탈당, 그리고 현직 법무부장관 및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누구라도 촛불을 든 국민의 민심을 헤아린다면, 불통인 박대통령을 지원하는 대열에 서있다는 것이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거역하는 반역임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무척 고집스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편적 합리성이 신념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고집이야 바람직할 수 있지만, 박대통령의 고집은 불합리성 그 자체라고 여겨진다. 공직선상에 있지 않은 최순실에게, 그것도 기분을 맞추어주면서 제 이익을 탐하고 또한 주술적 마인드를 가진 개인에게 국정 공동운영의 역할을 비밀스럽게 맡겼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고 하겠다. 걱정은 이런 옹고집이 대통령직 사수로 끝까지 이어질 때 나라의 미래가 매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탄핵이 임박한 오늘의 사태로 번지는 과정에서 몇 차례 아쉬움도 있었다. 박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초기에 사실 고백과 더불어 진정어린 대국민 사과, 야권의 적극적 협조를 구했더라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박대통령의 식견과 도량이 좁디좁아서 여기까지가 전부인 것을.

정상적 시각으로 예측할 경우, 최고위 공직사회 기강의 이완과 몰락이 도미노 효과를 초래하여 박대통령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몰이성적 고집과 일부 측근들의 술수로 끝까지 해보자는 최악의 사태로 흘러가지 않기를 희망한다. 또한 최악의 불행한 사태로 귀결되지 않기를 염원한다.

이제 우리는 한편으로 박대통령과 청와대가 불타오르는 촛불 민심에 귀를 기울여서 이를 올바르게 수용토록 노력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향후 정국을 어떻게 추스르고 또 사회 전진을 도모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더군다나 브렉시트와 미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사회가 요동을 치는 현실에서는 우리의 자세를 더욱 강건하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여러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하겠지만, 사태의 진앙지 격인 내부 정치의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상가 칸트는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적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고 했다. 이것은 세상만사가 내용과 형식을 함께 갖추어야 제 역할을 하게 됨을 나타낸다. 나라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정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으면 좋은 정책이 있어도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라 맹목적일 수 있는 반면, 국정 철학이 없으면 시스템이 아무리 잘 구비되어 있어도 공허하여 맹탕인 까닭에 현실 사태를 악화시키게 된다.

최순실로 야기된 박근혜 대통령 사태는 정치적 자질이 결여된 분을 국정의 최고 자리에 앉혀놓음으로써 초래되는 문제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는 불구라고 진단해야 마땅하다. 통상 대통령이나 국정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일련의 정치적 과정서 불순물이 높은 사람은 점차 도태되고 결국 순도 높은 정치적 자질의 인사가 남아야 하는데, 이것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절차와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가 없었던가? 어지간한 정도의 제도와 규칙은 나름의 방식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보다 나은 것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문제는 제도라는 형식에 있었다기보다는 제도 속에 담긴 내용, 즉 정치와 관련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이번 박최사태로 인해 국민들은 분노의 정의감을 표출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나아갈 한국 정치의 성숙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 진실과 정직, 용기 등을 갖춘 덕성과 더불어 나라를 위한 식견을 바르게 갖춘 정치적 자질의 사람들을 분별하여 권한을 위임하는 현명한 국민으로 발돋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글 | 한면희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과거 생태철학자로서 대안적인 녹색대학의 대표(교수)와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초록문명론>과 <미래세대와 생태윤리>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으로 아토피 자녀의 어머니들과 교류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철학자로서 <제3정치 콘서트>를 출간하는 등 공동선과 사랑의 정치를 본원적으로 실현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