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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진, 첨성대, 그리고 신권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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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지난주에 기술 자문을 해주고 있는 한 벤처회사의 국책과제 중간평가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에 갔다 왔다. 너무 한산하기에 늦가을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음식점 주인에게 물었더니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 9월 잇따라 있었던 지진 여파로 한철 장사를 망쳤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경주하면 수학여행을 연상할 만큼 가장 선호되는 곳인데 지진 때문에 올해 수학여행 특수가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런저런 특혜를 주었다지만 경주 지역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인 관광 사업을 다시 일으킬 뾰족한 방도가 없어보였다. 국책과제 중간평가를 경주에서 하게 된 것도 사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근처에 활성단층이 존재하여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이미 17세기에 진도 7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이번 잇따른 지진으로 경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곳으로 부각되었다. 지역의 여론 주도층에서는 앞으로 경주지진이란 용어 대신 동해안권 혹은 양산단층 지진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이미 국민 모두의 뇌리에 경주 지진이 못박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그곳에 건설된 원전과 방폐장을 꼽을 수 있다. 국민들은 이 때문에 유심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과연 내년에는 수학여행 특수가 살아날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여행은 학부모의 결정이 중요한데 지진도 지진이지만 이번 지진으로 그곳의 원전과 방폐장에 대한 우려가 크게 부각된 지라 그들이 선뜻 경주를 수학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렇다면, 관광도시로서 경주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래대로 원전이 있는 곳을 월성군으로 분리하면 될까?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번 지진 때문에 월성 원전이라고 알고 있던, 그래서 그곳이 경주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이미 경주에 원전이 6기씩이나 밀집되어 있다는 비밀을 확실히 알아챘기 때문이다. 경주의 원전폐쇄와 방폐장 이전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일 것 같다. 세월호와 같은 배를 태워 수학여행을 보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지진과 원전의 시너지에 의해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는 경주 같은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겠다는데 선뜻 동의할 학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경주 시민들이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년고도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키워나갈 것인지 아니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원전을 왕창 유치해 원전도시로 성장시킬 것인지를. 양손에 떡을 모두 쥐고 있을 순 없음이 이제 확연히 드러났다. 경주시민들이 나서서 월성에 있는 6기의 원전을 가동 중지시키고, 그 후 큰 지진이 나도 외부로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한 다음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 방폐장도 지진에 보다 안전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요청해야 한다. 물론 방폐장 유치로 얻었던 인센티브는 향후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갚아 나갈 각오를 해야겠지만.

평가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 잠깐 시간을 내서 첨성대를 보러 갔다. 지진으로 기울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충 살펴봐도 한쪽으로 조금 기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원래부터 첨성대가 기울어 있었다고 하며, 이번 지진에 약간 더 기운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첨성대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첨성대 천문대설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도 그 구조가 천문관측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단을 쌓아서 천문관측소를 만들면 되지 왜 굳이 우물처럼 만들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 비좁은 공간에서 별을 관측하려 한 것일까?

그 형태가 우물을 닮았다는 사실로부터 최근 몇몇 관련 학자들은 그 건축물이 상징적인 우물을 나타낸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첨성대는 우물을 형상화했으며, 불교적 상징성을 띠는데 거기서 이루어진 일은 천문학적 천체관측이 아니라 특별한 날에 정치적 종교적 맥락에서의 별점치기였다는 거다.

몇 년 전 '선덕여왕'이란 TV 역사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여기에서 첨성대는 선덕여왕이 '천신황녀' 미실이 하늘의 뜻을 내세워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혁파하기 위해 도입한 과학적인 천문관측소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불교철학과 함께 높은 수준에 이른 고대 인도의 천문기상학을 도입해 미신에서 벗어나 과학적으로 백성들을 다스렸다는 것이 그 드라마에서 핵심 메시지였다.

사실 첨성대가 건축되던 7세기 경 인도는 세계에서 천문학이 가장 발달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한편 당시 인도는 전통 종교의 맥락에서 점성술 또한 크게 발달되어 있었고, 8세기 경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첨성대가 고대인도와 과학적 맥락에서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종교적 맥락에서 연관이 있는 것일까? 당시 신라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며 종교적 상징성이 있는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졌으니 첨성대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불교가 도입되기 전 신라의 통치 방식은 어떠했을까? 드라마에서 묘사되듯 왕권과 신권이 분리되어있었을까? 삼한시대에 제사장이 다스리는 성지로 치외법권 지역인인 '소도'가 있었다고 하며, 이를 제정일치국가였던 고조선 이후 제정이 분리된 국가들이 등장한 증거라고 보기도 하니 당시 아마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무(國巫)가 국정의 상당 부분에 관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수상한 우주의 기운을 듬뿍 받아 신기 충만한 한 여인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이 공모하여 국정을 농단했다고 하여 시국선언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경제·정치 뿐 아니라 군사·안보·통일·외교에 이르기 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증언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국가시대로 시간여행 온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당시 나라를 거덜 낸 위정자는 하늘의 뜻에 어긋난 통치를 한 책임을 지워 모든 재산을 몰수한 후 국외로 영구 추방했다고 한다. 이왕 고대 체험을 하게 된 마당에 이번 사태의 해법도 고대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어떨까?


* 일부 내용이 전북일보에 변형된 포맷으로 실렸습니다.

글 | 맹성렬

현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 정책위원, 중앙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