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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국의 3중 돌파구 | 광장, 시민평의회,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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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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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제 시국특집 12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대통령이 범죄피의자 신분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배후의 주범이자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 현직 대통령 신분만 아니라면 박근혜 대통령도 다른 공범들과 함께 당장 구속, 기소되었을 게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자신의 검찰이 최대한 봐주기로 일관하다 마지못해 내놓은 수사결과를 "불공정"하고 "정치편향적"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검찰조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탄핵을 당할지언정 자기 발로 자리에서 내려올 뜻이 눈곱만큼도 없음을 재확인했다. 자신을 에워싼 촛불민심의 '학익진'에 맞서 불퇴전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1. 광장

2016년 11월 대한민국의 부정의와 헌법농단 사태를 전면에 드러내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에 의해 대통령을 게이트 주범으로 못 박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건 전적으로 일부 언론과 전국을 뒤덮은 촛불시민들의 힘이었다.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했고, 이제 대통령 구속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주권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다해왔고 또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에 의한 100만 촛불은 우리나라 주권자의 수준이 얼마나 높고 강력한지를 웅변해주고 있다.

광장은 청와대에 앉아있는 범법자 대통령에게 단호하게 퇴진을 명령하며 여의도에서 복잡한 셈법에 골몰하고 있는 의회를 견인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의회에 맡겨왔던 정치를 이제 국민 스스로의 손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믿고 맡기며 실수를 해도 눈감아줘 왔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국민들은 단지 대통령의 교체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최근 사태를 통해 대통령-정당-재벌-검찰-언론의 무능과 배신을 확인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촛불은 점점 더 큰 횃불이 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속살들이 낱낱이 파헤쳐지면서 시작된 11월 시민항쟁은 두 번에 걸친 대통령의 사과성 대국민담화와 두 번의 전국적인 100만 촛불로 이어졌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고 박근혜대통령의 검찰수사 거부와 국회추천총리제안 철회선언으로 이제 11월 시민항쟁의 제2막이 열리고 있다. 주권자 국민이 주인공인 광장은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새로운 사회의 출발이 시작되는 그 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2. 시민평의회와 30대 국민개혁요구안

지난 19일 광화문 촛불이 끝날 시간에 서울시청사의 시민청 로비에서는 1503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주최와 진행으로 의미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1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현 시국의 시민 역할과 다양한 시민참여 및 집회 방안 등을 주제로 두 차례의 모둠토론과 전체토론, 투표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와글와글 시민평의회'가 열렸다.

지금 상황에서 광장과 의회 사이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치적 거리가 너무 멀다. 100만이 모인 광장에서조차 국민들은 퇴진하라는 요구 하나만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평화집회를 끝내고 국민들은 한편에서는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집회의 규모로밖에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길이 없는 현실에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국민요구를 가차 없이 거절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생존을 위한 비상식적 버티기와 "광장은 광장의 방식으로, 의회는 의회의 방식으로"라 말하며 사실상 의회의 방식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좌고우면하는 야당들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런 허탈함은 커져왔다. 이제야 비로소 의회가 탄핵카드를 빼들었지만 그간에 보여 준 모습이 주는 불안함과, 탄핵발의 이후 과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탄핵 이후를 의회와 정당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고 여기는 국민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4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비장하지는 않았지만 단호했다. 집회 후 시내 곳곳에서 열린 자유토론은 발언신청자를 자제시켜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참여하며 열기를 뿜었다. 즉흥적인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준비된 집회발언자의 발언이나 소위 정당 정치인들의 발언 못지않거나 때로는 그 이상의 빛을 발하기도 했다. 4.19 이후 온갖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우리 현대사는 우리 국민들의 시민적 역량을 단련시켜 온 거대한 민주시민교육과정이기도 했다. 이제 '국민들은 광장에서, 정치인들은 의회에서' 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광장과 의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충분히 그것을 해 낼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

지금부터 온·오프라인 시민평의회를 전국적으로 조직하고 열어서 의회와 광장 사이에 빈 곳을 메우자. 대규모 대중 집회라는 여건상 광장에서는 얘기하기 힘든 것들을 차분하고 구체적으로 토론하자. 시민평의회는 국민은 판만 깔아주고 구체적인 수습과 추진은 의회가 한다는 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안이다. 시민평의회는 국민과 의회가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정치를 가능케 한다.

시민평의회는 자칫 당리당략에 빠지기 쉬운 의회와 정치권을 국민의 중지를 모아 견인하고 국민의 힘에 터 잡은 더 강한 의회를 만드는 국민과 국회 모두의 상생의 길이기도 하다. 시민평의회는 박근혜 정권 이후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보다 분명하고 강력하게 모아 100만 촛불 항쟁이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새로운 사회와 시대로 진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비상국민행동'에 광장의 촛불집회와 더불어 11월 19일 밤 서울시민청에서 선보인 시민평의회를 전국 각 지역별로 즉각 조직하는 일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참여를 위해 온라인 시민평의회도 조직하자. 시민평의회가 가동되면 일반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단과 해법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토론과 논쟁, 숙의를 진행하며 공통의 개혁과제를 구체화하게 될 것이다. 이를 예컨대 "30대 국민개혁요구"로 모아보자. 이는 검찰과 국정원, 재벌과 언론을 어떻게 개혁할 것이며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를 일반시민들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제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당연히 정치권과 언론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시민평의회는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깨어나 주권자로서 행동하고 발언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시민들에게 광장과는 또 다른 국민주권의 실천장을 제공할 것이다. '비상국민행동'은 이 일을 위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교육청과 학교, 교회와 사찰 등을 집중 접촉하여 대형 회의실과 강당 등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제공받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업체들의 기술지원을 받아 온라인 시민평의회를 혁신적으로 조직해서 대의민주주의 자체의 일대 혁신에 뛰어들어야 한다.

현재 붕괴위기의 대의민주주의는 광장민주주의와 온오프 민회민주주의로부터 대대적인 수혈과 견제를 받아야만 민의의 대의기구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간헐적이고 폭발적으로 작동하는 광장민주주의 역시 오프라인 시민평의회 민주주의와 와글와글 온라인 민주주의로 양 날개를 달고 집단지성형 숙의민주주의와 결합하여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거대한 시민혁명은 이럴 때 비로소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여는 국민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3. 탄핵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로 탄핵요건 충족이 더 확실해졌다. 정국은 당연히 본격적인 탄핵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안철수 등 야3당의 대권주자 8인은 물론, 새누리당 비박계들도 탄핵논의를 추진할 때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하야나 2선 퇴진 거부로 탄핵외길 밖에 남아있는 수가 없지만, 여전히 탄핵의 덫을 우려하는 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회통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헌재의 수용여부가 불확실한데다 특단의 상황전개가 없는 이상 황교안 대행체제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딜레마 때문에 여전히 피하고 싶은 잔이라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와 친박계가 차라리 탄핵하라며 치고 나오는 마당이라 부쩍 의구심이 들고 경계심이 당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국민의 뜻과 광장의 힘을 믿고 탄핵을 밀어붙여야 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막무가내 버티기에 돌입한 지금의 상황에서 탄핵은 현 국면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자 헌법이 마련한 유일한 수단이다. 박근혜를 즉각적으로 직무정지시키고 서너 달 안에 파면시킴으로써 '박근혜 아웃' 민심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가장 신속한 헌법적 수단이다.

우리 정치권은 2004년 3월의 억지춘향 탄핵국면으로 호된 역풍을 겪어 탄핵얘기에 지레 겁을 낸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100% 다르다. 그때는 국민의 65%가 반대하는 민심역행 탄핵이었다면 지금은 국민의 95%가 '디스'하고 73%의 퇴진요구를 받는 범법자 대통령에 대한 민심관철 탄핵이다. 2004년의 민심역행 나쁜 탄핵은 당연히 후풍풍을 불러왔다. 반면 박근혜 탄핵은 이미 국민탄핵으로 대통령자격을 상실한 식물대통령을 확실하게 권한정지해서 안개정국과 국정공백에서 벗어나자는 좋은 탄핵이다.

야3당이 공조해서 탄핵을 발의하면 법적으로 발의시점부터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야3당과 비박계가 재적 국회의원의 2/3를 넘겨 탄핵소추를 가결하면 당장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직무를 정지당하고 공식세계에서 배제돼 공개적으로 준동할 길이 막힌다. 법적으로 좀비가 돼 청와대에 유폐되는 셈이다. 탄핵소추에 가담한 새누리당의 비박계는 즉시 딴 살림을 차리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당장 두 쪽이 나서 탄핵소추와 함께 들어설 황교안 대행체제를 역성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 당분간 계속된다. 박근혜가 막후섭정을 시도하겠지만 그나마 권한도 떨어진 상태라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는 민심과 여소야대 국회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고, 제압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사정변경을 이유로 자신의 국회추천 책임총리 제안을 거둬들였다. 특단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이상, 우려했던 황교안 딜레마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죽 쒀서 개 주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에라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우리국민의 나쁜 업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분도 향후의 정치상황에서는 우려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여소야대 국회와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해보자. 박근혜의 대통령 시절 황교안은, 비유컨대, 대통령의 애완견 총리였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떠난 황교안은 주인 없는 집에 홀로 남겨진 유기견 권한대행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가 여소야대인데다 여당마저 둘로 쪼개진 상태다.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들도 배를 갈아타는 형국이고 재벌도 썩은 동아줄을 내려놓고 저 살기 바쁘다. 고위관료들도 복지안동, 전문가들도 새 줄 찾아 떠난다. 합리적 보수에 의한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박근혜 카드를 용도 폐기한 보수언론도 황교안이 인기 없는 박근혜표 정책을 고수할 때 예전처럼 떠받쳐줄 리 없다. 반면 성난 민심은 특검수사와 국정조사 덕분에 쉽게 누그러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황교안 대행체제는 정치구도상 야3당과 국민의 뜻을 거역할 독자적 권력기반이 없는 초약체 그림자 과도정부일 가능성이 몹시 높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일부 언론과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야3당이 민심에 뿌리박고 강력하게 공조하면 황교안 대행체제는 국사국정교과서나 박근혜표 노동개혁을 지금처럼 밀어붙이지 못한다. 적나라한 폭력 수준의 세월호특조위 강제종료조치와 전교조 강제해산조치를 지금처럼 고수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시스템 아래서는 대통령과 동거하는 야당주도 과도내각을 운영하며 권력자산이 남아있는 대통령 박근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보다 대통령 박근혜를 직무정지시켜놓고 독자 권력기반이 없는 권한대행 황교안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내는 게 훨씬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탄핵이후 정치의 최소치는 황교안 과도정부가 국회와 야당의 지도와 협력 아래 당장 발등에 떨어진 국정현안을 위기관리차원에서 꼼꼼하게 챙기도록 독려하는 것과 박근혜의 막후 조종 아래 헌재와 막후 교섭하는 따위의 야바위 짓을 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선관리국면에서 중립성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데 있다. 반면 황교안 대행체제에서 야당주도 정치의 최대치는 황교안 대행체제가 최대한 민심을 받들도록 만드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확실하게 민심에 맞서는 박근혜표 나쁜 정책 몇 가지를 철회하고 나머지 논란 많은 박근혜표 정책들도 최소한 유보하거나 중립화하는 유연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향후 90일간 특검수사와 국정조사로 박근혜 잔당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진상규명 국면이 이어질 것이므로 야3당이 역할하기 나름으로는 이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국회의장과 야3당은 탄핵소추와 황교안 대행내각 출범을 계기로 12월2일로 예정된 예산안 통과시점을 다소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야3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박근혜표 주요정책에 배정된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내년 예산안을 철저하게 중립화시키는 일에 주저하면 안 된다. 허수아비 황교안 대행체제가 조금이라도 민심에 부합하도록 몰아붙이려면 내년예산안의 철저한 수정보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단행해야 할 필수적인 조치 중 하나는 청와대 비서실을 필요최소한의 인력과 예산만 남겨놓고 축소하는 일, 특히 불법업무수행의 결과 초래된 비서실 공석을 충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다.

4년 전 국민의 선택이 지금의 상황에서 황교안 대행체제를 강제하고 있다면 11월 시민항쟁에서 보여준 국민의 힘은 황교안 대행체제가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이 어려운 절호의 정치 환경을 제공한다. 국민의 힘으로 이미 몸통 탄핵을 이뤄냈기 때문에 야3당의 대응 나름으로는 깃털 황교안을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한 다시 없을 정치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한마디로, 야3당이 광장과 민회에서 형성되고 결집될 국민의 뜻에 굳게 뿌리내릴 경우 황교안 딜레마는 얼마든지 극복할 만한 가벼운 딜레마가 아닐까 한다.

헌재의 보수일변도 구성과 최장 6개월의 심리기간을 염려하며 탄핵을 한사코 꺼리는 이들이 있다. 누구라도 이점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달리 볼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먼저 헌재가 집중심리를 통해 심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재가 지금의 국가위기 국면에서 애국심과 양식을 발휘하는 길은 밤을 새워 일하는 한이 있더라도 심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일이다. 그것이 국민의 당연한 기대이자 헌재의 당연한 책무다.

마침 헌재소장이 내년 1월31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는 당연히 이 시점을 1차 선고기한으로 삼아야 한다. 기관 전체가 연말연시의 여유나 구정휴가를 아예 포기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헌재소장도 없는 상태에서 9인도 아닌 8인 재판관이 대통령탄핵이라는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에 하나 모든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내년3월15일이 마지막 기한이다. 국민의 명령이다. 아무리 늦어도 이때까지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이후 7인의 재판관에 의한 결정국면마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듯이 논평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 하겠다.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국회와 야3당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종료시점이 탄핵심판의 시간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회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지금부터 단 하루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탄핵소추를 최대한 서둘러야 맞다.

만약 늦어도 내년 3월15일까지 탄핵결정이 내려지면 그때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특단의 사태전개가 없는 이상 황교안 대행체제가 선거관리책임을 맡게 된다. 이 경우 늦어도 5월15일까지는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비로소 박근혜발 정치대공황이 끝나고 새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요컨대, 탄핵수순을 지금 당장 밟을 경우 박근혜의 임기종료시점보다 최소한 15개월 먼저 권한을 정지시키고 12개월 먼저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며 9개월 먼저 새 대통령을 뽑아 국가를 정상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의 임기종료조차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헌재 재판관들의 압도적 보수 편향을 들어 탄핵심판 결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너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탄핵은 징계파면제도지 형사소송제도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헌재는 탄핵심판에서도 헌법재판을 수행하지 형사재판을 수행하는 게 아니다. 탄핵의 효과 역시 징계파면일 뿐 형사소추를 면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헌재는 형사법원과 달리 세세한 미시적 사실과 초강도 입증책임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헌재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한통속이 돼 공사분간 못한 채 수석비서관들과 문고리비서관들을 동원하여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며 벌어진 전방위적 국정문란과 부패비리가 크게 봐서 민주헌정질서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다. 만약 용납할 수 없는 경우에도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계속해선 안 될 만큼 중대한 사유인지, 아니면 사소하고 일회적인 사유인지가 중요하다. 헌재가 만에 하나,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사실과 정황, 그리고 향후의 특검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하지 않았다고 결정한다고 상상해보라.

헌재가 만에 하나, 태산이 진동했는데 조사해보니 쥐 한 마리가 지나갔을 뿐이더라는 격의 결정을 극단적 개념조작을 통해 내린다면 헌재는 그 날로 벽돌 한 장도 남기지 않고 무너져 내릴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두 세 명만 눈 딱 감고 이렇게 결정해도 탄핵이 부결되고 박근혜가 살아난다. 검찰수사 중간발표 결과 박근혜의 형사범죄혐의가 99%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입증됐고 특검수사가 앞으로 더 캐낼 예정인데도 시민들은 헌재의 과거 편력에 비춰볼 때 도무지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말이다. 탄핵은 광장을 접고 여의도와 헌재로 판을 옮기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여전히 국민과 광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헌재의 지연과 오판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소추 이후에는 광장의 촛불행진을 헌재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광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헌재의 심리기간 중에 30대 국민개혁요구안을 내놓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모일 시민평의회다. 여기에 모인 수만 시민들의 이름으로 헌재개혁안을 내놓으며 헌재의 헛발질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비상 국면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향배를 결정짓는 제일 중요한 요인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광장도 시민평의회도 온라인도 이 힘이 발휘되는 시민주권과 시민참여의 장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온오프 광장과 시민평의회에 모여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하며 시민권력을 맛보고 강화할 때 비로소 죽 쒀서 개 주는 80년과 87년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온 건 전적으로 일부언론과 국민의 힘이었다. 놀랍게도 국민의 뜻은 3주 넘게 변함이 없다. 95%가 박근혜를 반대하고 73%가 박근혜의 퇴진을 원한다. 그렇다면 이제 야3당이 국회를 움직여 탄핵발의와 소추로 손바닥을 마주쳐줄 때다. 광장과 시민평의회, 탄핵으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여 새로운 민주사회를 건설해 내자.

글 | 곽노현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기 위해 행복한 교육혁명을 추진했다. 그밖에도 삼성3세 무세승계 저지와 재벌개혁, 독립적 국가인권위 설립과 인권증진, 비밀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와 과거청산 등의 시대적 요구를 부여잡고 이론적, 실천적으로 씨름해왔다.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의 전사이자 징검다리교육감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지금은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에 민주시민성을 충전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