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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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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제 시국특집 9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이종오(전 명지대 교수)

최순실을 둘러싼 최악의 정치 스캔들이 터진 지 이제 한 달 가까이 되지만 일이 마무리되기는커녕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처음에는 대통령 주변 인사의 권력을 참칭한 이권개입 정도로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 정부의 국정난맥상이 상상을 초월한 것이어서 국가 안위를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이후 대통령이 이 사태에 대한 최종적 책임자로서 더 이상 직위를 유지하여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여론이 급속히 모아졌다.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 2번의 사과와 검찰조사도 받겠다는 쪽으로 고개를 숙였으나 최근 다시 법대로 하겠다는 강경자세로 돌아서고 있어 정세가 몹시 불투명해졌다.

급기야 11월 12일 6월 항쟁을 능가하는 대규모의 촛불 시위가 도심에서 벌어졌고 하야건 탄핵이건 대통령 퇴진은 이제 국민적 합의사항이 되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만 이런 기류를 무시하고 아직도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음을 알아채고 이에 순응한다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동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무리를 거듭하다가는 결국 큰 불행으로 마지막을 맞게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유신체제와 부친 박정희의 말로를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광장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며 국가의 혼란은 앞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국민적 열기는 하루 빨리 전 근대적 부패와 측근의 전횡으로 뒤틀린 국정의 틀이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데서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국가형태의 왜곡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결의에서 나선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마저도 순탄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한편 국회와 정치권이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긴박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일수록 잠시 숨을 고르며, 지혜를 모아 이제는 각각의 역할을 분담할 때라고 본다. 하야를 외치는 국민의 열기가 계속되는 동안, 국회와 정치권은 박근혜 이후 이미 마비된 국정을 민주적이며 헌정체제에 맞춰 이끌어갈 총리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어떤 총리체제인가를 논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미 여러 갈래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종합하면 일단은 중립적 성격의 내각을 통솔하여 대 내외적으로 시급한 국가적 난관을 헤쳐 나갈 과도기의 지도자를 법률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이미 정무 기능이 마비된 청와대를 대신하여 국회중심으로 사태수습을 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과 분립된 국민 대의기구의 책임이며 임무이다. 야3당이 하야를 위한 국민서명에 나선다던지 시민이 주도하는 광장에 참여하겠다는 정도로는 결코 막중한 시점에서의 야당의 정치적 의무를 다 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무능과 무책임을 보일 뿐이다.

야당은 일단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주장하되, 동시에 향후 한 점 공백도 없이 국정이 운영되고 차기 대선이 원만히 치러져 정상적인 정권이 출현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책임 있는 움직임이야 말로 국민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국민의 퇴진운동에 힘을 보태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하루 빨리 야 3당은 여당과 합의하여 국회에서 차기 총리를 선정하여 현 황교안 총리를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은 벌써 여러 번 좋은 기회를 놓쳤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한 시점에서의 망설임이나 특히 민주당의 추대표가 선언한 영수회담을 전후한 난맥상은 지난 토요일의 100만 집회로 달아오른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 이를 기화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은 다시 반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으며 작은 실수를 감내할 기회는 아직도 충분하다. 지금은 여야 각각 정략적 계산에서 유불리를 따질 상황은 아니다. 작은 이익을 희생하여 대의를 살리고 오직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중심으로 행동한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야당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60년 4월혁명 이후 비상상황에서 여당은 무조건 야당의 뜻을 따라 개헌에 응했고 6.29 때도 매우 빠른 시일 안에 여야 협상 타결로 혁명적 상황을 모면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에 준하는 상황이다.

만약 시민의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혹은 탄핵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는 순간부터 현 황교완 총리가 대통령 대행체제를 이끌어야 하는데 황 총리는 국민적 신뢰 이전에 이미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후임 총리로 내정했었기 때문 실질적으로 해임 당한 상태로 보아야한다. 이는 국가지도력의 완전한 공백상태를 가져오게 되고 국정불안정이 차기 대선 때 까지 극한으로 치닫게 되는 위험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혹자는 대통령이 무한정 버틸 경우에 국회가 개헌을 통해 조기 대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정치권이 합의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중대하기 때문에 일단 후임 총리를 추천하고 개헌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광장의 촛불은 한국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동력이다. 이 동력에 힘입어 난국을 수습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분노와 항의는 국민에게 맡기고, 국가 운명에 직접적으로 책임 있는 정치권은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대안체제를 준비하는 데 몰입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정치권 전체가 국민적 분노와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마비상태에 빠진다면, 이 경우 정치적 해결 방식이 아닌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다른 수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극단적인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치세의 가장 큰 패악이며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되었다.

정치권이 시급히 후임총리 추천에 합의한다면 그나마 국민적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정국타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 된다. 이를 기화로 평화적 정권 이양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와 존경심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정치권 모두는 평화롭고 올바른 사태해결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이종오

(전) 명지대, 계명대 교수(사회학) 역임
서울대 상대 졸, 독일 마부르크 대학 철학박사(정치사회학)
한국산업사회연구회 회장, 민교협 공동대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2003),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06-2008)
(현) 사단법인 경제사회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