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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지 않는 정경유착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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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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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로 인해 한국사회가 낭패 같은 정치형태를 보이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력을 가진 국가의 대통령이 사인의 이익을 위한 재단설립에 '삐끼' 노릇을 하고 굴지의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억의 돈을 상납하였다.

고 노무현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하였지만 박근혜의 권력은 시장을 무릎 꿇리는데 무소불위였다.

기업과 정치행태가 참 잘 조응하는 모습이다. 무릇 경제와 정치가 잘 아우러지면 태평성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둘이 짜웅을 잘 하니 오히려 혁명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나라가 탈이 나도 너무 심하게 난 형국이다.

곽노현교수는 자본주의를 두 단계로 나눈다. 즉 초기의 개인기업 중심의 단계와 후기의 법인자본주의 즉 주식회사 중심의 단계라고 한다. 개인기업은 자본을 모으는데 취약하여 기술발전에 따른 자본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주식이라는 증권을 발행해 다수 주주의 소유인 주식회사를 만들어 대자본의 거대기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계산되지 않거나 실현되지 않으면 사기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법인자본주의단계가 완숙할 때까지는 형태는 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기업 같은 기업형태가 압도적인 시기가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만 컸지 딱 이 지경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두 단계로 나누는 이론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바로 이 개인기업 중심의 단계와 법인 중심의 단계 사이에 과도적인 단계를 설정해야 한다. 이 단계는 재벌중심단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도 안 되는 지지율로도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런데 재벌 총수들은 이보다 못한 지분율로 거대그룹의 소유자로 행세하고 있다.

이런 지분율 상태는 거대그룹을 상속할 때마다 연금술을 동원하게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이 연금술의 일환이다. 수조원의 주식가치가 조작되어 그룹승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권력의 힘으로 쉽게 동원되었다. 1%도 안되는 뇌물만 주면 무사통과였다.

이 과도기적인 재벌중심단계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웅변하고 있다. '재벌해체'라는 비정치적인 용어를 구사하는 선동정치가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경제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한 단계로까지 분류될 수 있는 재벌중심단계를 정상적인 법인자본주의단계로 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의 충격을 완화할 지혜가 필요하다.

재벌소속사들은 상호출자를 통해 부풀려진 가공자본이 너무나 거대하다. 그래서 정상적인 법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본이 동원되어야 한다. 일단은 투기로 몰려가고 있는 유동자본들을 생산적으로 동원하면 어느 정도는 충족될 것이다.

그러나 충분치 않을 것이다. 곽교수는 재벌체제의 대안으로 민주적 참여기업형태를 주장한다. 재벌총수들의 황제경영을 열린경영으로 바꿀 대안이라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황제경영을 막기 위해 소유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는 양보교섭을 통해 기업의 비용은 줄이고 이윤은 높여 그 배당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유지하게 된다.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낼 재벌총수들이 있는 한, 권력은 정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있는 지금 자당의 권력장악에 유불리만 따지는 야당들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들은 '재벌해체'라는 선동정치가가 나서지 못하도록 국민들에게 경제와 정치의 미스매치를 극복할 지혜를 민주적 참여기업론에서 찾기를 바란다.

야당들은 "그럼에도 문제는 권력의 부족이 아니라 지혜의 부족이다"라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창시자인 호세마리아신부의 말씀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로 90년대 이후 노동자경영참가, 상가 및 주택임대차, 금융채무자권리보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