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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도 '광장'처럼 자기의 권한을 행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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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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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며칠 전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장은 광장방식으로, 국회는 의회방식으로" 움직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해석되는 한에서만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시민들은 지금까지 투표소와 광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으며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줬고, 비상시국을 맞아 직접 광장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주권자로서 국가운명에 대한 자기의사를 "박근혜 즉각 퇴진"으로 분명하게 모아내고 선언했다. 생업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 5일 평화롭게 진행된 서울도심의 20만 촛불집회는 여권을 위기의식으로 떨게 했다. 만약 12일 집회에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뛰쳐나와 "박근혜 아웃"을 외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더 무섭게 떨 것이며 부역엘리트들도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도망치기 위해 더 잔머리를 굴리게 될 터이다.

그러나 시민의 대표인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들이 "의회방식으로" 꼭 해야 할 일을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의회와 야당은 2선후퇴=거국내각안이라는 사실상의 하야방안을 내놓고도 대통령제의 거국내각총리가 내외치 전권총리 행세나 하다못해 내치전권총리 행세라도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게 틀림없다. 거국내각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추천을 요구하는 즉시 헌법논란을 일으키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야당이 우왕좌왕한 모습을 연출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제도권의 정치지도자들은 권한대행 총리가 아닌 거국내각 총리로 대통령의 손발을 묶어놓으려면 어떤 헌법상의 제약을 만날 것이며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듯하다. 대체 국회의 야당지도자들이 "의회방식으로"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탈당, 2선 후퇴, 거국내각 등을 누구에게 요구하고 있는가? 그것이 95%의 국민이 대통령자격상실 판정을 내린 사람에게 향한 요구라면 번지수가 틀렸다. 지금은 국민을 대표하라고 뽑힌 국회의원들이 헌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식물대통령에게 권력포기를 구걸할 때가 아니라 강제할 때다.

이를 위해 "의회"는 단호하고 대담하게 정치력을 발휘하며 국민의 요구를 의회권한과 의회방식으로 관철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광장의 민심이 요구하는 즉각 하야를 헌법절차와 의회과정을 통해 내용적,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뭇거리지 말고 탄핵을 발의하여 새누리당에게 선택을 강제하고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치지도자와 국회의원, 선출직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정녕 민주시민의 대표인가, 아니면 정치재벌인가. 연간소득이 2천만 안팎의 평범한 남녀노소 시민들이 당신들에게 한 표 한 표를 던져 정치권력을 쥐어줬다. 과연 당신들은 보통사람들의 티끌권력을 모아 보통사람들의 자유와 평등, 형제애를 최고도로 증진하는 보통사람들의 국가와 정부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국가냐"는 오늘의 광장시민들의 절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삼성과 조선일보가 진작부터 알고 있던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파헤치지 못했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누구도 동원할 수 없는 수많은 권력자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오직 권력유지를 위해 고도의 정략과 술책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시민들의 판단을 교란하고 야권의 분열을 획책할 게 틀림없다. 이대로 계속가면 청와대발로 신물 나는 권력게임양상이 펼쳐질 것이고 불행하게도 3당체제 국회의 당리당략과 대선주자들의 전략행보는 거기에 놀아나기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광장과 민심의 명을 받아 헌법이 마련해놓은 탄핵절차를 발의하는 일이다. 그 촉진제로 국회차원의 국정조사와 야당지명 별도특검법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이다. 2004년 탄핵의 유령에 사로잡혀 후폭풍 운운하는 것은 현 사태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다. 2004년의 탄핵은 국민의 의사에 반해 의회과두제가 저지른 민심역행 탄핵이었다면 2016년의 탄핵은 이미 종료된 심정적 국민탄핵을 공식화하는 민심실현 탄핵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탄핵소추 정족수 문제나 현 황교안 총리체제 유지 문제, 헌법재판소 통과여부 문제는 국민탄핵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정치가 갖는 역동성에 무지한 견해일 뿐이다. 절차적 규정을 근거로 탄핵절차 착수를 망설이는 것은 국민의 탄핵의지를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탄핵수순을 밟아나가면 어느 집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원세력인지가 확연히 드러나며 정치권 재편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회는 또한 하루바삐 별도특검법을 입법하고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해서 국정농단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검찰은 국민의 즉각하야 요구와 동시에 이미 수사권을 상실했다. 국민의 명령을 받는 야당지명 독립특검이 실시될 수 있도록 야당지도자들이 즉각 나서야 한다.

의회와 야당이 너무 시간을 끌거나 오작동하면 광장의 시민들이 죽어난다. 의회가 원칙을 두고 망설이며 타이밍을 놓치면 게도 구럭도 놓치기 쉽다. 대의제민주주의의 실패가 불러내는 광장민주주의는 본래 고비용이다. 극단적으로는 폭력봉기와 유혈참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다 일반적으로는 격렬한 저항과 투쟁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결단시점이 늦어질수록 대의민주주의와 의회정치의 공간은 광장과 청와대의 협공으로 좁아질 것이다.

지금은 의회와 야당이 광장과 민심의 하야 요구에 탄핵발의로 화답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날지, 어떤 불확실성이 기다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마침 어떤 톡 방에서 청와대로 진격하기 위해 청년돌격대 5천명을 모집한다는 개인명의의 공고를 접했다. 몇날며칠을 청와대 앞에서 버티더라도 이번에 반드시 "청년들의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고 선동하는 격문이었다. 섬뜩했다. 12일 1백만 광화문집회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런 사태로 튀는 것은 정치권이 있는 힘을 다해 막아내야 한다.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그래서 국회와 야당, 정치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광장에 촛불이 타오를 때마다 제발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당신들이 직무유기상태에 빠졌음을 명심하라. 일반시민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광장에 뛰쳐나오는 그 수고와 정성만큼 당신들도 정성을 다해 의회방식으로 뛰어 달라. 무엇보다 광장에서 어떠한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도록 몸을 던져 광장시민의 생명과 안전 확보에 앞장서 달라.

20만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던 지난 11월 5일 "광장"은 뜨겁고 단호했지만 다른 한편 너무나 신사적이고 이성적이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불행한 사태를 막는 길은 의회가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지 못하면 그 모든 책임을 홀로 떠맡아야 할 광장이 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고 크다. '의회'도 '광장'처럼 자기의 권한을 즉각 행사하라!

글 | 곽노현

서울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기 위해 행복한 교육혁명을 추진했다. 그밖에도 삼성3세 무세승계 저지와 재벌개혁, 독립적 국가인권위 설립과 인권증진, 비밀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와 과거청산 등의 시대적 요구를 부여잡고 이론적, 실천적으로 씨름해왔다. 그 과정에서 법치주의의 전사이자 징검다리교육감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지금은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에 민주시민성을 충전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