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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시대, 변혁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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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THUMB
Rick Wilking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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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명종 (정치+경제 연구소 소장)

2016년 11월은 대한민국과 세계 정치사에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이변'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지난 9일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필자는 선거 막판에 FBI가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선언하자 갑자기 급등하는 지지율을 보면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물밑의 여론이 드러난 것과 다르다는 소식은 몇 개월 전에 들은바 있다. 하지만 미 주요 언론이 거의 일방적으로 트럼프를 몰아갔기 때문에 대부분 트럼프의 '정상적인 면'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양대정당 중 하나인 공화당의 정식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유권자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선거전에서 그의 지지자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침묵하였다. 심지어는 여론조사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은 듯하다.

필자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기득권 타파'에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월가'의 탐욕에 의해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많은 중산층이 무너졌다.

전세계가 빚더미 위에서 버블 경제의 끝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고 이 난국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 난리 중에도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액의 연봉과 인센티브와 퇴직금을 챙긴 월가의 기득권들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를 했다.

그리고 오바마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생각보다 개혁적이지 못했고 오바마 자신과 영부인만 돋보이고는 임기를 마쳤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 주요 언론과 월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캠페인을 이어갔다.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의 조직과 자금력에 무릎을 꿇었다. 이것이 바로 기득권의 힘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 당내경선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공화당 내부 기득권자들이 조직적인 저항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바닥민심은 확고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례적으로 공화당 후보가 되자 이젠 민주당 기득권자인 힐러리를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며 끝까지 기성정치인들에게 엿을 먹이는 행동을 했다.

대선의 분수령이라 여겼던 TV토론에서 트럼프는 거의 참패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판 지지율이 하락해서 거의 끝날 수 있었는데 FBI에서 회심의 일격을 날리자 패닉상태는 해소되고 다시 반격을 시작하였다.

선거 직전 힐러리는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물밑 여론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마지막 날 최종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신승하였으나 실질 표심은 트럼프가 압도하였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트럼프는 미국의 정계, 재계에 대다수 서민들이 주는 강력한 경고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모든 기득권층에 엿을 먹이고 판을 한번 크게 뒤집어야 한다는 미국민들의 뜻이 트럼프에게 모아졌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이 매우 부실해져 있는 미국과 세계경제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적임자로 트럼프를 선택하였다.

필자는 이 점에서 미국의 대다수 서민들이 화려한 기득권들만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고 나라를 새롭게 혁신하기 위한 무혈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조짐이 지난 총선에서 나타났다. 호남 기득권인 민주당이 참패하고 제3세력을 표방한 신생정당 국민의 당이 약진하였다. 대구에서 야당과 무소속이 약진하고 호남에 새누리의 깃발이 올랐다. 이는 양당 독과점과 지역 정치 기득권층에 준엄한 경고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 그늘에 숨어 온갖 사익을 추구하고 권력자 행세를 해온 최순실 일파에 대한 분노의 수위는 깊고도 넓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니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고 학자금 융자로 허덕이는 세대들에게 정유라는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문화관광부를 매개로 대기업을 조정하고 평창 올림픽을 사익 추구의 장으로 만든 차은택 일파에 대한 분노는 파도와도 같다. 이를 권력으로 걸어 잠근 우병우 일파의 오만함에 대해서는 자기 친정인 검찰에서 칼을 맞기를 바랄 것이다.

이젠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정계, 재계, 관계, 문화계, 학계에 뿌리내린 부패 기득권들을 뿌리째 뽑고 나라를 뒤집어엎을 무혈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도자의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국가변혁으로 가라는 시대의 요청이다. '분노는 불같이, 수습은 얼음같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비전을 분명하게 수립하고 나아가야 할 때이다.

이번 주말(12일)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여야 정치인들은 본인의 정치 생명이 소중하다면 바다건너 미국민들이 보여준 민심을 잘 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추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촛불을 들고 나오는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 하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에도 자리를 보전하기 원한다면 근원부터 헤아려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글 | 유명종

세 자녀를 둔 가장으로 생활정치, 지속가능한 정치를 표방하며 정치+경제 연구소 협동조합을 동지들과 만들었다. 벤처기업 경영에 동참하고 작은 1인 창조기업도 운영하며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민심과 민의를 마음에 새기며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