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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보다 더 중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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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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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경선(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

유태인 400만명이 희생되었다는 아우슈비츠는 현재 폴란드 지역에 있다. 홀로코스트의 현장을 본국이 아닌 외지에 둔 것을 보면 비인간적 독재자의 대명사인 히틀러도 독가스탕이 혐오시설이라는 정도는 알았던 것 같다. 완전히 실성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박근혜대통령이 어제 개헌착수를 선언했다. 지난 4년간 줄곧 강력 반대해오다가 돌변하니까 긴급뉴스가 되어 버렸다. "개헌은 블랙홀이라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 그래서 개헌은 있을 수 없다."는 종래의 주장대로라면, "이제는 블랙홀이 필요한 시점이고, 다른 아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해석된다. 박대통령도 개헌이 최후수단이라는 것, 그래서 개헌에 착수하면 전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이쪽으로 몰입하게 되어 일체 다른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정도는 파악한 것 같다.

완전 이성마비의 상태가 아니라면 아직은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박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개헌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 일부만이라도 제시하고 싶다. 개헌보다 더 중요한 일을 앞으로 남은 임기 중에 몇 개라도 더 챙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현재 시행중인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정착을 위해 살펴주면 좋겠다. 지난 번 글에서도 밝혔던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문화라는 사회적 폐습을 없애기만 해도 대통령의 일대 업적으로 남기게 된다. 개헌정국으로 혼란스러우면 어느 부서가 이 법의 시행과 정책을 책임질 것인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헌법개정보다도 예컨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의 제한을 풀고, 정상화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일제 때부터 공무원들에 습성처럼 몸에 배어있는 고루한 관료주의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정당가입이나 정당후원을 하지 못하게 하여, 공무원들을 신분제로 묶어두고, 그들을 사회적 인격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는 이 구조를 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만 하더라도 사회복지국가로의 기반을 크게 닦아놓는 일이 될 것이다.

선거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이미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한 바 있었던 선거제도를 모델로 해서 지역연고의 폐해를 줄이고 다양한 사회집단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선진화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도 개헌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원내각제의 도입의 필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집단의 정치적 진출과 집단간의 합의정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그런데 이것도 개헌에 앞서 현재의 국가기구를 그런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부터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정점에는 국무회의부터, 그리고 각 정부부처의 위원회와 회의들을 민주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회의체만큼은 민주적으로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된 가운데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그런 모습을 청와대부터 솔선수범을 하고, 정부부처들도 그렇게 훈련이 된 다음 의원내각제 등의 개헌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각 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중앙집권적 경향이 특히 지난 4년간 너무 강해졌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거꾸로 자치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발전에 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개헌에 앞서 개헌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기대하기 힘들지만, 국정원이나 검찰 등 초권력기관들을 바로잡는 것 한두 가지만 해도 된다.

대통령의 개헌제안에 대해 선의(善意)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꼭 같이 각자 입지의 국면전환의 필요성을 느낀 정치인들을 빼놓고는 아무도 없다. 선의 없는 개헌은 40년 전에나 보던 일이다. 그래도 개헌을 해야겠다고 하다가는 개헌에 앞서 조기에 짐을 싸게 될지도 모른다.

글 |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헌법학 교수이다. 영국과 미국의 노예제 폐지과정 연구를 통해서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헌법정신이 중요함을 알았다. 헌법을 통한 민주시민교육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사회복지국가로의 본격적 진입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